한국 정부가 동결된 이란 자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에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란이 지난 4일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를 해양 오염 조사 명목으로 나포했다.
이를 두고 한국이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이란과 교역 및 금융거래를 중단한 것에 대한 불만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백신이 인도적 거래의 범주에 속하는 만큼 이런 자금 활용에 대해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 이란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 정부는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려 했다. 코백스 퍼실리티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주도하는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 프로젝트로 여기에 참여하는 국가들은 선입금을 내면 개발이 완료되는 백신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이란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동결돼 있는 자금 70억 달러를 백신 대금으로 코백스 측에 입금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고, 이에 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협의를 통해 백신 대금에 대해 제재 예외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들은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금 이전 방안을 마련해 이란 측에 제시했으나, 아직 이란 측 답변은 듣지 못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측은 원화로 예치된 자금을 코백스에 송금하려면 먼저 미국 은행에서 달러화로 환전해야하는데 이때 다시 자금이 동결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오는 10일, 해당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이란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것에 대해 "나포 상태가 풀릴 수 있도록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며,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후에도 외교부 2차관 주재로 본부와 재외공관 화상 회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위키리크스한국=이주희 기자]
jh224@wikileaks-kr.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