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잘 쓰면 약(藥), 잘못 쓰면 독(毒)
[칼럼] 잘 쓰면 약(藥), 잘못 쓰면 독(毒)
  • 위키리크스한국
  • 승인 2021.03.22 12:01
  • 수정 2021.03.2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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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 독이 되는가, 약이 되는가 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농도, 즉 투여량이다.
한의사 최규정 [출처= 위키리크스한국DB]
한의사 최규정 [출처= 위키리크스한국DB]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약이 독이 되기도 하고, 독이 약이 되기도 한다. 독도 잘만 이용하면 명약이 되기도 하고, 좋은 약도 잘못 쓰면 치명적인 독이 되기도 한다.

먼저 독이 약이 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맹독으로는 일명 보톡스라 불리는 보툴리눔 톡신, 피마자에 함유된 리신, 독 개구리가 분비하는 바트라코 톡신, 복어 독인 테트로도 톡신 등이 있는데 모두 약으로도 쓰인다. 보툴리눔 톡신은 보톡스로 사용되고, 리신은 항암제로 개발 중이고, 바크라코 톡신과 테트로도 톡신은 진통제로 사용된다. 벌에 쏘였을 때 분비되는 봉독도 관절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독이 되는가, 약이 되는가 하는 결정적인 차이는 농도, 즉 투여량이다. 고동도의 독이 인체에 흡수되면 신경마비 근육마비 과민반응 등으로 목숨이 위태롭지만, 극미량을 사용하면 훌륭한 약으로 탈바꿈 되기도 한다.

반대로 약이 독이 되는 경우를 살펴보자.

대부분의 양약들은 매우 훌륭한 효능을 보인다. 소염진통제는 즉시 통증을 없애주고, 당뇨약 고지혈증약 통풍약 등은 혈중의 과도한 혈당 콜레스테롤 요산 수치를 바로 낮추어 준다. 매우 즉각적이고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약이라도 오랫동안 사용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그중 소염진통제부터 먼저 살펴보면, 인체의 관절 어디 부위라도 다치면 통증이 발생한다. 통증이 발생하는 것은 대부분 염증이 발생되었기 때문이고, 염증이 발생되는 이유는 손상된 부위를 인체가 스스로 회복하는 기전이 작동되기 때문이다. 즉 손상 부위를 인체가 스스로 치유하는 과정이 염증이다. 한마디로 염증이 생겨야 낫는 것이다. 그런데 염증이 발생되면 붓거나 열이 나거나 아프다. 아프기 때문에 환자는 병원을 방문하게 되고 소염진통제를 처방 받아 복용하면 통증은 눈 녹듯 사라진다. 매우 즉각적인 해결책이고 통증이 심할 때는 꼭 필요한 고마운 약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기간 사용할 때 발생한다. 소염진통제는 손상 자체를 치료하는 약이 아니고 염증만을 줄여주는 약이기 때문이다. 어떤 손상이 발생되면 인체는 복구 프로그램이 가동되어 염증이 발생되고, 이로 인한 통증이 발생된다. 즉 통증을 수반하는 염증이 발생되어야 치유가 되는데, 아프다고 염증을 소멸시키는 소염진통제를 계속 복용하면 당장의 통증은 줄어들지만 손상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게 된다. 그리고 인체는 손상이 회복될 때까지 계속 염증을 만들어 낸다. 그렇기 때문에 소염진통제를 복용하면 염증이 줄어서 안 아프고, 시간 지나서 약효가 떨어지면, 손상은 회복되지 않았으므로 몸이 다시 염증을 만들어 내서 다시 아프고, 아파서 약을 또 복용하고, 네버엔딩 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쌀이 완전히 익을 때 까지 불을 잘 지펴야 밥이 될 텐데, 중간에 자꾸 찬물을 끼얹어 불을 꺼트려서는 밥이 잘 될 리가 만무하다. 화력이 너무 강해서 밥이 타려고 할 때 잠깐 줄여주는 정도는 필요하듯, 염증이 너무 극렬해서 고통스러울 때는 당장 염증을 줄이는 소염진통제가 합당하다. 그런 초기 급성염증 이후로는 조금은 아프더라도 적당한 염증반응을 유지하여 손상이 순조롭게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소염진통제라는 약이 나쁘다는 게 절대 아니다. 아주 훌륭한 약이지만 통증이 심할 때만 잠깐 쓰고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약도 지나치게 오래 쓰면 오히려 질병으로부터 인체가 원상회복되는 것을 방해하게 된다. 아프다고 소염제 진통제를 오랫동안 남용하거나, 당뇨 고지혈증 통풍 등도 근본적으로는 식이와 운동으로 조절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먹고 약에만 의존하고, 이렇게 해서는 좋은 약이 독으로 둔갑하게 된다.

[한의사 최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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