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앞둔 중대재해법…"법 실효성 없다" vs "채용위축 우려"
5개월 앞둔 중대재해법…"법 실효성 없다" vs "채용위축 우려"
  • 이가영 기자
  • 승인 2021.08.20 06:37
  • 수정 2021.08.20 06: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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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27일 시행 앞서 정부 토론회…노사 반발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경영계 양측이 반발하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노동계-경영계 양측이 반발하고 있다. /뉴스1

중대재해법 시행을 160여일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직업성 질병 인정 기준과 관련해 노·사는 일제히 반발했다.

고용노동부는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전날에 이어 토론회를 열었다. 정부가 지난달 공개한 시행령 제정안은 오는 23일 입법예고 기간이 끝난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하는 법이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이다.

노동계는 시행령 제정안이 직업성 질병에서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암 등 만성 질환을 제외해 사실상 직업성 질병으로 인한 중대재해가 급성 중독에 한정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른 대표적 비판이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직업성 암으로 죽으면 중대재해로 보지만, 평생 식물인간처럼 살면 법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광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본부장은 "(시행령 제정안은) 직업성 질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만성질환인 진폐, 난청, 뇌·심혈관계 질환, 근골격계 질환, 직업성 암 등을 제외해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특히 김 본부장은 "법률에 적힌 '1년 내 3명 이상 발생' 사업장이라는 문구를 볼 때 시행령이 규정한 직업성 질병에 해당해도 처벌받는 사업장은 없을 것"이라며 "금속노련 가맹 사업장 중 급성중독으로 1년 내 3명 이상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로 인정되는 직업성 질병에 '급성'만이 아닌 '만성' 질환도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안으로 김 본부장은 자신이 열거한 만성질환 중 Δ사고 Δ장시간 노동 Δ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 Δ정신적 긴장이 큰 노동 등에 따라 발생한 경우를 직업성 질병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과로로 인한 뇌·심혈관계 질환의 경우, 근로시간과 작업환경을 포괄한 노동강도를 고려해 직업성 질병자로 인정할 것을 제안했다. 근골격계 질환은 산재보상법 시행령이 규정하는 것처럼 "신체 부담 업무의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일시적이고 급격한 힘의 작용으로 발병한" 경우를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만성 질환을 직업성 질병으로 인정하면 '고용 위축'이 잇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본부장은 "사고성 재해 방지가 입법 취지인 점을 고려할 때 만성 질환을 중대재해 범위에 포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임 본부장은 "완화된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경영책임자 처벌에 영향을 미칠 경우, 업무상 질병 불인정이 증가하고 채용이 위축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잠재적 처벌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가족력 보유자, 기저 질환자, 치료 경력 확인자 등 질병 발생 가능성이 큰 사람의 채용을 기피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노동계는 동일 요인에 의한 직업성 질병이 1년 내 3명 이상 나와야 중대재해로 보는 법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는 비판도 내놨다.

최명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실장은 "중대 산업재해와 중대 시민재해의 질병은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으로 동일한 처벌이지만 중대 산업재해의 적용 요건이 더 엄격하다"면서 "유해 요인의 노출 시간이나 빈도가 훨씬 높을 수 밖에 없는 노동자의 직업성 질병을 시민 재해보다 엄격히 제한하는 비상식적인 규정"이라고 질타했다.

최 실장도 김 본부장과 마찬가지로 "시행령 상 24개 급성 중독성 질병이 1년 내 3명 이상 발생한 경우는 최근 10년 동안 없다"며 "이는 사실상 법 조항을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인과관계의 명확성은 급성과 등치될 수 없는 개념"이라면서 "(중대재해법은) 직업성 질병의 발생 자체로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 위반 등 경영책임자의 의무 위반이 있을 때 처벌하는 것이므로, 직업성 질병의 범위를 제한할 것이 아니고 기업의 직업성 질병 예방의무 준수를 강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실장은 이에 따라 근로기준법, 산재보험법의 직업성 질병 목록 전체를 시행령에 명시하고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또 산재보험법과 같은 포괄적 인정 기준을 요구하기도 했다.

경영계는 직업성 질병 범위가 오히려 과도하다고 호소했다. 예컨대 정부의 시행령 제정안은 24개 직업성 질병에 열사병, 오염된 냉각수로 발생하는 레지오넬라증, B형·C형 간염, 매독, 에이즈 등을 포함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실장은 "현장에서 열사병은 이론과 달리 1~2일 휴식으로 나아지는 경우가 많다"며 "며칠의 휴식으로 낫는 열사병까지 중대재해에 해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토로했다.

사고로 인한 부상과 달리 직업성 질병엔 중증도 기준이 없는 점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임우택 본부장은 "중증도 기준을 '6개월 이상 치료 필요'로 마련하고 주관적 호소에 의존하기 쉬운 경미한 증상은 목록에서 삭제해야 한다"며 "이 기준이 없으면 중대재해로 볼 수 없는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재해로 간주될 가능성이 크고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leegy0603@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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