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국가안보 관련정보 제공하면 '거액 현금' 포상 논란
[월드 프리즘] 중국, 국가안보 관련정보 제공하면 '거액 현금' 포상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06.11 06:43
  • 수정 2022.06.11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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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여성이 시내 곳곳에 게시된 “잘생긴 외국인과의 데이트할 때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긴 만화 형식의 포스터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중국 베이징의 한 여성이 시내 곳곳에 게시된 “잘생긴 외국인과의 데이트할 때 주의하라”는 내용이 담긴 만화 형식의 포스터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CNN 홈페이지 캡처]

중국 정부가 국가안보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현금으로  최대1만5000달러(1800여만원)를 포상하거나 명예 보상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정부는 외국 간첩이나 ‘적대 세력’으로부터의 위협을 근절하기 위한 작전을 수년 동안 실시해오면서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면 10만 위안(1만5000달러)까지 포상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에게는 명예 증서를 수여하는 ‘정신적 보상’ 제도도 함께 실시하고 있다고 중국 국가안보부가 밝혔다.

현금 포상제도는 정보의 가치에 따라 1만 위안(1500달러)부터 10만 위안 이상까지 4단계로 차등 지급되고 있다.

국가안보 관련 정보는 관련 행위를 저지른 사람이나 행동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야 하며, 당국이 새로운 정보라고 인정해야 포상이 지급된다. 정보 제공은 직접 대면해서 신고하거나 온라인, 또는 SNS 포스팅을 통해서도 제출 가능하고, 국가안보 핫라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중국 당국은 수년 동안 정부 홍보나 포상제도를 내세워 외국 스파이 및 중국 내 협조자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국민을 독려해오고 있는데, 시진핑 국가주석의 국정 운영 방침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는 국가안보가 모든 국민을 위한 것이며 모든 국민에 의해 달성되어야 한다는 방침 아래 국가안보 수호를 위해 전체 중국 공산당원 및 전체 사회가 합심해서 이룩해야 할 목표라 확신합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6년 중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이 같이 강조한 바가 있다.

앞서, 2017년 베이징 시당국은 간첩 신고자는 누구에게라도 50만 위안(7만5000달러)을 포상하는 제도를 도입했었다. 이 정책이 도입되고 1년이 지나지 않아 당국에는 거의 5000건에 달하는 제보가 쏟아졌고, 과학 연구원들부터 택시 운전사에 이르기까지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에게 포상금이 지급되었다고, 관영 ‘베이징 뉴스(Beijing News)’가 보도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된 정책은 이 같은 포상제도를 정례화하고 국민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중국 국가안보부 대표는 관영 ‘리걸 데일리(Legal Daily)’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조치를 정례화함으로써 일반 인민들의 국가안보에 대한 열기가 고양될 것이며, 인민들의 애국심과 사기 및 지혜가 폭넓게 강화될 것입니다.”

국가안보부 대표는 이처럼 말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 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3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 회의 폐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조치는, 중국 관리들과 관영 매체들이 중국이 자국을 무너뜨리려고 온갖 방법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적대적인 외국 세력’의 위협에 지속적으로 시달리는 엄중한 상황하에 놓여있다는 수사(修辭)를 강화하는 가운데 발표되어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중국의 국가안보가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에 직면해있다. 특히, 외국 정보기관들과 적대세력들은 그들의 침투 공작과 간첩 활동을 더욱 다양한 방법으로 눈에 띄게 강화하면서 광범위한 영역을 목표로 중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국가안보부의 대표는 이 같이 밝혔다.

중국이 외국의 영향력 강화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은 부분적으로 서방, 특히 미국과의 지정학적 경쟁 관계가 확대되면서 중국 당국이 시진핑 집권 들어 국내에서는 더욱 권위적 입장을 취하고 대외적으로는 더욱 독단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촉발되고 있다.

시진핑의 국가안보 강화 정책은 그의 집권 1년 뒤부터 시작되었다. 2013년 11월 시진핑은 안보 관련 관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강력한 ‘국가안보 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를 발족시키고 자신이 의장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2015년 중국은 국토방위, 정치, 경제, 환경, 테크놀로지, 사이버 공간, 우주 공간, 문화, 이념, 종교를 망라하는 전방위 차원을 규율하는 국가안보 법안을 통과시켰다. 나아가 이 법안에 의해 국민이 의심 가는 스파이나 간첩을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이 개통되기도 했다.

2016년 4월 15일 중국은 대대적인 선전 차원에서 ‘국가안보 교육의 날(National Security Education Day)’을 제정하고 중국의 젊은 여성 공무원이 잘생긴 외국인과 데이트하는 우스꽝스러운 포스터를 배포하며 혹시 모를 서방의 제임스 본드 공작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맞이하는 ‘국가안보 교육의 날’에는 온라인 출판사들이 아동들에게 국가안보를 교육하기 위해 ‘스파이 추적(find the spy)’ 게임 서적 등을 펴내기도 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이 책들이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를 대상으로 ‘반(反) 스파이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발간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와 때를 같이 해 혹시 있을지 모를 스파이를 색출하는 방법을 놓고 비공식적 지침들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외국 기자들과 선교사 및 NGO 종사자들이 잠재적 스파이로 지목되기도 했으며, 의심스러운 직업이나 다양한 직책을 가진 사람들 및 많은 현금 보유자들, 그리고 여러 나라에서 공부하고 온 사람들이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정기적으로 어딘가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수상한 사람들로 지목되기도 했다.

중국 노동자들이 지난 2021년 3월 구이저우성 준이시에서 혁명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중국 노동자들이 지난 2021년 3월 구이저우성 준이시에서 혁명가를 부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뿐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과 사회 운동가, 변호사, 언론인, 사회 운동가, 여성 운동가 등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하고 있는데, 국가안보의 해석이 지나치게 폭이 넓고 모호하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민족주의자들이 자유주의 성향의 발언자들을 국가의 반역자라고 비난하며 ‘50만 위안짜리’라고 딱지를 붙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50만 위안짜리’라는 표현은 외국을 위해 복무하는 자들을 신고하면 50만 위안을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롱에 해당한다. 또, 이들 자유주의 성향 사용자들의 계정이 검열 당국에 자주 고발되며, 해당 플랫폼에서 퇴출되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여기에다 외국 세력들과 그들의 중국 내 협조자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함량 미달의 이미지를 달고 묘사되거나 제로코로나 정책 같은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사람들로 낙인찍히는 사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국가안보 관련 새로운 시책이 나오자 중국의 일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중국의 ‘반역자’들의 값어치가 2017년 50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떨어졌다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지금 중국에는 너무 많은 반역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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