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공연장에 젖먹이를 데려가도 되는가?...호주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미국 코미디언이 일으킨 논란
[월드 투데이] 공연장에 젖먹이를 데려가도 되는가?...호주 코미디 페스티벌에서 미국 코미디언이 일으킨 논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27 06:58
  • 수정 2024.04.27 0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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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동반하고 코미디 공연을 보던 중 아기가 칭얼거려 아기에게 젖을 먹이던 아기 엄마를 극장에서 나가달라고 했다가, 호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 코미디언 아지 바커 [사진 = CNN 캡처]
아기를 동반하고 코미디 공연을 보던 중 아기가 칭얼거려 아기에게 젖을 먹이던 아기 엄마를 극장에서 나가달라고 했다가, 호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 코미디언 아지 바커 [사진 = CNN 캡처]

엄마가 젖먹이를 안고 코미디 공연을 구경하던 중 품에 안긴 젖먹이가 칭얼거리기 시작하면 공연 중이던 코미디언은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할까?

최근 호주에서 개최된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Melbourne International Comedy Festival)’에서 미국 코미디언 아지 바커(Arj Barker)는 바로 이런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그날 그가 보인 반응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고, 26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풍자와 관찰 코미디로 유명한 미국 코미디언인 아지 바커가 한 시간여 동안 진행된 공연 도중 엄마와 7개월 된 아기가 방해가 된다고 판단해 그들을 공연장에서 쫓아내자 인해 일부 관객들이 아기 엄마를 지지하며 함께 자리를 뜨는 일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아기 엄마에게 야유를 보낸 관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번 해프닝은, 아기를 동반한 엄마는 원하는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과 공연자는 아기의 방해 없이 공연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놓고 호주에서 격렬한 논쟁을 일으키고 있다.

바커는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관람자의 최소 연령이 15세로 사전에 고지되었다는 이유를 들어 젖먹이인 클라라와 그녀의 엄마 트리시 파란다에게 공연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 것은 잘못된 행동이 아니라고, 물러서지 않고 있다.

멜버른 라디오 방송국 ‘3AW’와의 인터뷰에서 바커는 모녀를 쫓아내는 결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지만” 공연의 성공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함께 입장료를 지불한 관객들은 완전한 공연을 볼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바커는 “힘들고 당혹스러웠을 아기 엄마의 심정은 이해한다”며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중단된 공연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으로 해외 공연을 자주 다니는 코미디언 바커는 호주 멜버른의 아테네움 극장(Athenaeum Theater)을 메운 수백 명의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아기의 소음이 흐름을 방해했다고, ‘호주 공영 방송국(ABC)’에서 주장했다.

“돈을 내고 공연을 보러 온 700명의 관객들을 대신해서 아기 어머니에게 나가달라고 정중하게 말했습니다.”

바커는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바커는 당시 자신에게 집중된 극장의 밝은 조명 때문에 아기 엄마가 모유 수유 중인 것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결정이 젖먹이의 소음 때문만은 아니라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CNN 계열사인 호주 ‘나인뉴스’에 “나는 아기들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모유 수유는 이번 논란의 본질이 아닙니다. 그것은 용납할 수 없는 비난입니다. 나는 조명 때문에 아기가 모유 수유 중인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내 눈에는 그냥 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만 보였을 뿐입니다. 모유 수유 중이라는 것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만약 상대가 아기 아버지였더라도 나는 똑같이 행동했을 것입니다. 나의 결정은 아기의 칭얼거리는 소리와 관련이 있을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순전히 공연장의 소음과 관련된 결정이었습니다. 그녀가 아기 엄마라는 것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 저는 모성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분유 수유 중인 미국의 아기 [사진 = 연합뉴스]
분유 수유 중인 미국의 아기 [사진 = 연합뉴스]

“굴욕적이었다.”

아기 엄마 파란다는 여러 지역 언론 매체들과 인터뷰를 갖고, 자신과 어린 딸에게 공연장에서 떠나라는 요구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그냥 농담을 던지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다고 한다.

그녀는 CNN 계열사인 ‘세븐뉴스’에 바커가 공연을 멈추고 “혹시 여기에 아기를 데리고 온 분이 있나요?”라고 물었다고 말했다.

파란다는 자신의 딸이 “큰 소리로 칭얼거리지는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아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모유 수유를 시작하면서도, 공연장을 떠날 채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무대 앞에서 네 번째 줄에 앉아있었다.

“나는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의 밤을 망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소란을 일으킬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그녀는 ‘세븐뉴스’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바커는 위협적인 태도로 내 앞에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3AW’에는 이렇게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한 목격자는 ‘나인뉴스’와의 통화에서 관객 가운데 일부가 모녀를 향해 떠나라고 야유를 보냈다고 말했다.

파란다는 이날 공연을 친구들과 함께 보러 갔는데, 그녀가 극장을 떠날 때 그 친구들과 그녀를 지지하는 약 12명의 다른 관객들(모두 어머니나 할머니인 여성들과 한 명의 “인자한 신사”)도 연대의 뜻으로 함께 자리를 떴다고 한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 [사진 = 연합뉴스]
아기를 안고 있는 엄마들 [사진 = 연합뉴스]

아이를 낳고 나서 자신감을 잃는 엄마들

이번 사건은, 공연을 보며 하룻밤을 즐기고 싶었다는 엄마 편을 드는 축과 아무리 어린 관객이라도 공연자의 주의를 흐트러뜨려서는 안 된다는 축 사이에 논쟁을 야기하고 있다.

‘3AW’ 방송국이 파란다에게 바커의 공연장을 다시 찾을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그녀는 “아니요. 서글픈 점은 나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그의 공연을 즐겨 찾았지만, 아기가 생기고 나서는 그럴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생기면 과거의 나를 잃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나는 단지 아이가 생기기 전 즐거웠던 생활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호주 국회의원 엘렌 샌델은 이 사건에 대해 들었을 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초보 엄마들은 그들을 괴롭히는 다른 장벽들로도 충분히 힘듭니다. 그런데 단지 코미디 페스티벌을 즐기려고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합니다.”

그녀는 X(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공연장에 갈 때는 아기를 집에 두어야 한다는 온라인 평론가들에게 샌댈 의원은 “여성은 모유 수유를 하면서 사회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되받아쳤다.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들에게 알림 : 모유 수유 중에는 한 시간 이상 아이와 떨어져 있을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러므로 공공장소에서 모유 수유를 허용하지 않는다면 실제로는 아기 엄마는 그곳에 입장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에 대해 한 X 사용자는 “나는 엄마이자 할머니인데 시끄러운 아이를 쇼에 데려갈 권리가 쇼를 보기 위해 돈을 지불한 수백 명의 다른 관객들의 권리를 능가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한 오만이다.”라고 댓글을 달았다.

바커가 페이스북 포스팅을 통해 자신의 결정을 지지해준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자 그 아래에는 반대로 아기 엄마의 행동을 지지하는 댓글들도 달렸다.

“바커를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모유 수유와는 전혀 상관없는 어른들을 위한 코미디극입니다. 도대체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페이스북에서 그의 지지자 중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한편, 이번에 바커가 참가한 ‘멜버른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측은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모든 상호작용에는 세심함과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 페스티벌은 팔에 안겨 있는 아기를 허용하기는 하지만, 아기가 소란을 피울 경우 아티스트와 다른 관객들을 방해하지 않도록 얼른 객석을 이탈할 수 있도록 뒷좌석에 앉기를 요청합니다.”

페스티벌 측은 성명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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