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줌인] 월드컵에는 참가하지도 못한 나라의 축구팬들이 카타르 도하를 찾아 열광하는 이유
[월드컵 줌인] 월드컵에는 참가하지도 못한 나라의 축구팬들이 카타르 도하를 찾아 열광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2.11.23 05:52
  • 수정 2022.1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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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나라인 한국과 일본을 응원하는 중국팬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자신의 나라가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하지도 않았는데 일부 나라 축구팬들이 카타르 수도 도하를 찾아 응원 열기를 돋움으로써 이번 월드컵의 분위기를 띄우는 데 한몫하고 있다고, 22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잠은 텐트나 컨테이너로 지은 간이 숙소에서 자고, 경기장에서는 맥주도 못 마시고, 기온은 참기 힘들 정도로 높고, 모든 행사는 인권침해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이 열리는 카타르 도하를 둘러싼 분위기의 단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부정적 요소는 월드컵에 출전한 자국 선수들을 응원하려는 열렬 축구팬들의 열의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더 흥미로운 점은 자국 선수들이 출전하지 않는 나라의 팬들까지 카타르로 몰려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하 시내의 좁은 도로를 걷다 보면 월드컵 열기와 마주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축구팬들이 광장과 레스토랑에서 만나 서로 자신들의 문화를 드러내며 월드컵 축제를 즐기는 모습을 손쉽게 목격할 수 있다.

도하에 밤이 찾아들면 분위기는 더 달아오른다. 국가별로 모인 축구팬들은 시내 전역을 울리는 드럼 소리에 맞춰 마음을 열고 노래를 부른다.

개막전이 열리기 전부터 큰소리로 월드컵 분위기를 돋우던 축들 중 하나는 인도에서 건너온 영국 축구팬들이다.

이들 인도 국적의 영국 축구팬들은 영국팀의 주장인 해리 케인의 이름이 뒤에 박힌 똑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있었다. 그들은 자국 전통 노래와 섞어서 영국 국가대표팀과 관련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축구는 우리의 삶”

인도에서 카타르를 찾은 축구팬들은 지난주 ‘가짜 팬들(fake fans)’이라는 비난에 봉착해야 했다. 이번 월드컵을 둘러싼 논란으로 열기가 가라앉을 것을 염려한 카타르 당국이 자연스러운 월드컵 열기를 북돋우기 위해 동원한 위장 팬들이라는 의혹 때문이었다.

하지만 피파(FIFA) 뿐만 아니라 2022년 월드컵 개최국인 카타르는 이러한 의혹을 일축했고, 인도 축구팬들 중 한 사람은 CNN에 관련 뉴스 머리기사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온 축구팬들입니다.”

노래와 춤에 정신이 팔린 그 축구팬은 자신의 이름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

“인도는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영국팀을 응원해 왔습니다. 우리는 데이비드 베컴을 좋아하기 때문에 카타르에서 영국을 열렬히 응원할 겁니다.”

이러한 광적인 축구팬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테마를 대표하고 있다.

요르단 태생의 알리 아바디(35)는 현재 두바이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서 팬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수크 와키프(Souq Waqif) 전통시장 거리를 둘러보면서 CNN 인터뷰에 응했다.

“카타르가 우리나라와 가까이 있다는 것이 천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18년의 러시아 월드컵은 너무 먼 나라에서 열렸지만 이번 월드컵은 우리 안마당에서 열린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흥을 이기 못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동 사람들은 축구를 정말 좋아합니다. 축구는 우리의 삶입니다.”

월드컵 관람을 위해 카타르 도하를 찾은 팬들 [사진 = 연합뉴스]
월드컵 관람을 위해 카타르 도하를 찾은 팬들 [사진 = 연합뉴스]

메시 효과

알리 아바디는 아르헨티나팀 유니폼을 자랑스럽게 입고 있었는데,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의 푸른색과 흰색 줄무늬는 이번 주 도하에서 단연코 가장 인기를 끄는 색깔에 속했는데, 대부분의 유니폼 등 뒤에는 예외 없이 메시의 이름이 씌어져 있었다.

이는 슈퍼스타 메시의 개인적 인기를 반영할 뿐더러 그가 속한 프로축구팀 ‘파리 생제르맹(Paris-Saint Germain)’의 세계적 명성이 얼마나 유명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다 ‘파리 생제르맹’이 ‘카타르 스포츠 투자그룹(Qatar Sports Investment group)’ 소유이어서 더욱 그런지 몰라도 이 클럽 소속 선수 네이마르와 메시의 이름이 도하 전체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남미팀들을 응원하는 다른 축구팬들과는 다르게 알리는 반드시 메시 때문에 아르헨티나팀을 응원하는 것은 아니다.

“메시 전부터 아르헨티나를 응원했습니다. 메시는 훌륭한 선수이지만 나는 이미 15년 전부터 아르헨티나를 응원해왔습니다.”

그는 이렇게 들려주었다.

“나는 가브리엘 바티스투타나 에르나 크레스포 같은 선수들의 팬입니다. 그래서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우승하기를 바랍니다.”

한편,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없어도 이번 월드컵을 즐기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페이 펭은 카타르 월드컵을 즐기기 위해 친구와 함께 중국에서 날아왔다. CNN은 도하 시 외곽에 엄청나게 누추하게 마련된 축구팬들의 숙소에서 잠자리에 들어있는 그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카타르 당국이 11월 20일부터 한 달간 열리는 이번 월드컵에 약 150만 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숙소 쟁탈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중국의 내 고향인 베이징시보다 작은 나라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5 경기의 입장권을 미리 예매했다고 덧붙이며 펭은 이렇게 말했다.

“진짜 많은 경기를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너무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나라 팀을 응원하느냐고 묻자 그는 “어느 나라라도 상관 없지만 한국이나 일본이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란다.”고 대답했다.

“아시아인으로서 아시아팀을 응원하며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지켜볼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울러 나는 2026년 미국에서 열리는 다음 월드컵에는 우리 중국도 출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러면 정말 좋겠습니다.”

페이 펭의 숙소 몇 칸 건너에는 지미 렝과 케니스 렝이 머물며 앞으로 16일을 더 보내게 될 것이다. 이 커플은 홍콩에서 카타르로 날아왔지만 펭과는 다르게 특별히 응원하는 팀이 있다.

유독 눈에 띄는 네덜란드팀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있던 지미 렝은 특별한 연고는 없지만 네덜란드팀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네덜란드에는 뛰어난 선수들이 있고, 축구 역사를 자랑하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그는 밝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네덜란드가 출전하는 조별 경기는 하나도 놓치지 않고 볼 겁니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스포츠 경기를 처음으로 접하는 축구팬들에게 분명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주최국 카타르는 이 같은 긍정적 메시지들이 어떤 식으로든 월드컵 개최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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