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언론 재벌' 폭스뉴스 머독 회장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두 건의 명예훼손 소송
[월드 프리즘] '언론 재벌' 폭스뉴스 머독 회장을 잠 못 이루게 하는 두 건의 명예훼손 소송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02 05:23
  • 수정 2023.03.02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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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재벌이자 폭스코포레이션 회장인 루퍼트 머독 [사진 = 연합뉴스]
언론 재벌이자 폭스코퍼레이션 회장인 루퍼트 머독. [사진 = 연합뉴스]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폭스뉴스와 극우성향 언론사 원아메리칸뉴스방송(OAN), 뉴스맥스 등은 개표기 업체 도미니언 등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후보 당선을 위해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는 음모론을 수차례 보도한 바가 있다.

그러자 대선 당시 28개 주에 투표기를 공급한 도미니언사 등은 지난해 1월 허위 보도로 회사의 명예가 실추됐다며 폭스사에 16억 달러, 우리 돈 약 2조 원가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CNN방송은 1일(현지 시각) 우리 돈 4조 원대에 달하는 두 건의 어마어마한 소송 결과에 따라 폭스뉴스는 생사를 위협받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 재벌이자 폭스뉴스의 회장인 루퍼트 머독은, 2022년 대선 결과와 관련해 음모론자가 폭스뉴스에 출연해 선거에 대해 거짓말을 퍼뜨리도록 하는 사업적 결정을 내렸었다고, 선서 하에서 증언했다.

“어느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It is not red or blue; it is green)”

머독 회장은 최근 공개된 녹취록에서 변호인단에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2020년 대선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행위는 폭스뉴스에 상상도 할 수 없는 결과를 안겨줄 수도 있다.

폭스뉴스는 투표 기기 회사들로부터 총 43억 달러의 손해배상이 걸린 두 건의 별도 명예훼손 소송에 직면해 있다. 최근 발표된 수익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를 거느리고 있는 폭스코퍼레이션(Fox Corporation)은 약 40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액이 수십억 달러로 판결날 경우 폭스뉴스는 존폐 위기로까지 내몰릴 수 있습니다. 돈을 잘 벌고 있는 폭스뉴스 같은 매체도 예외는 될 수 없습니다.”

플로리다대학의 헌법학 교수인 리리사 리드스키는 이렇게 분석했다.

리드스키 교수는 피해 주장이 부풀려졌다고 하더라도 폭스뉴스에 대한 평결은 “언론사의 명성에 커다란 흠집”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머독은 폭탄선언에 가까운 증언 녹취록을 통해 폭스뉴스의 일부 뉴스 진행자들이 2020년 선거가 도난당했다는 거짓 주장을 뒷받침했다고 인정했는데, 이는 도미니언사가 제기한 소송에서 게임체인저로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도미니언사의 소송은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로 알려진 ‘높은 법적 기준(a high legal bar)’을 충족하느냐의 문제가 관건이다. ‘높은 법적 기준’ 해당 여부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원고는 피고가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또는 무모하게 진실을 무시하면서 원고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했음을 입증해야 한다.

“머독의 녹취 진술은 내가 본 것 중 가장 충격적 진술 중 하나입니다.”

CNN의 법률 분석가 놈 아이젠은 이렇게 평가했다.

“단순한 보도 차원을 넘어 ‘(가짜뉴스를) 뒷받침했다’는 언론사 회장의 시인이 뒤따른다면 ‘실제적 악의(actual malice)’ 기준에 따라 책임을 지게 될 겁니다.”

물론, 폭스뉴스 측이 두 소송의 어느 경우든 패소하더라도 배심원단이 손해배상액이 과도하다고 판단하면 폭스뉴스가 전액을 배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아이젠은 배심원단이 오히려 배상액을 증액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배심원단이 충분히 나쁜 행위였다고 판단하면 16억 달러를 두 배 또는 세 배로 늘리거나 그보다 더 높일 수도 있습니다.”

아이젠은 CNN에 이렇게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폭스뉴스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이란?

투표 관련 기기 회사 도미니언(Dominion Voting Systems)은 폭스뉴스가 도미니언 기기 때문에 선거 조작이 가능했다는 가짜뉴스를 퍼뜨렸다며 폭스뉴스와 폭스코포레이션을 상대로 16억 달러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올 4월 첫 재판이 예정되어 있다.

여기에 또 다른 투표 기기 회사인 스마트매틱(Smartmatic)도 27억 달러의 손해배상액을 요구하는 유사한 소송을 별도로 제기했다.

언론사들은 일반적으로 명예훼손 소송을 대비해 보험을 들어두고는 있지만, 폭스사의 보험금이 어느 정도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언론사를 상대로 하는 명예훼손 소송은 언론사 및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폭넓은 권리를 부여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명예훼손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폭스뉴스는 부정 선거 주장을 방송하는 것이 뉴스 가치가 있으며 헌법에 따라 보호받아야 한다고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도미니언의 사례는 상례를 벗어날 정도로 매우 강력하다고 법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공개된 증거는 폭스뉴스가 진실을 알고서도 다른 이야기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강력히 뒷받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리드스키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도미니언사가 제출한 법적 서류에는 터커 칼슨, 숀 해니티, 로라 잉그레이엄 같은 폭스뉴스 인기 진행자들이 사석에서 나눈 대화들이 등장한다. 이 대화들에서 그들은 대선 결과가 조작되었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진영의 부정선거 주장을 조롱하고 있다.

이 서류에는 나아가 폭스뉴스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 의해 유포되고 있는 선거 관련 가짜뉴스들에 대한 팩트체크를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머독 회장은 숀 해니티, 지닌 피로, 마리아 바티로모 같은 현 진행자 및 전 진행자 루 돕스가 대통령 경선이 도난당했다는 가짜뉴스를 조장했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일부 진행자들은 가짜뉴스를 지지했습니다.”

소송 서류에 따르면 머독 회장은 이렇게 말한 것으로 되어있다. 그는 진행자들의 방송 태도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는 “돌이켜 보면 우리가 좀 더 철저한 태도를 취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서류는 또한 머독 회장이 2020년 선거가 조작되었다는 트럼프의 주장 중 일부를 “터무니없고 파괴적(bulls**t and damaging)”이라고 언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과 관련해 폭스뉴스는 성명을 통해 도미니언사의 주장에 반발하며 폭스뉴스의 소송은 “언제나 법적 및 사실적 문제보다는 헤드라인을 문제삼은 것이었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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