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긴급 서명운동, 떨이판매에다 벤처펀드 찾아 발동동...잠 못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SVB 사태] 긴급 서명운동, 떨이판매에다 벤처펀드 찾아 발동동...잠 못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3.15 05:36
  • 수정 2023.03.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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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 앞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 = 연합뉴스]
SVB 앞에 몰려든 고객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0년간 미국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뱅크런 사태(대량 예금인출 사태) 이후 48시간 만에 파산하면서 미국 금융권 파산 역사에 신기원을 세울 공산이 크다.

CNN방송은 14일(현지 시각) SVB에 예금인출 요구가 물밀 듯 밀려들고, 은행이 이에 부응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하자, 금융 규제 당국이 개입하면서 갑자기 돈줄이 막혀 버린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의 긴박한 상황에 대해 보도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실리콘밸리는 기술 스타트업 업계 최대의 대출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도산한 이후 “스타트업 업계의 파국(extinction-level event for startups)”이라고 불릴 정도의 일대 사태를 놓고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말 동안 스타트업들은 직원들의 임금을 마련하기 위해 앞다퉈 벤처 펀드와 핀테크 기업들로 달려갔으며, 벤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소매업체들은 현금 확보를 위해 서둘러서 떨이 판매(last-minute sales)에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일부 유명 스타트업 지원 단체들은 수천 명의 CEO와 스타트업 창립자들을 상대로 재닛 옐런 재무장관과 당국에 '지원'을 호소하는 긴급 서명운동에 나섰다.

이런 부산한 움직임이 있은 뒤, 연방 관리들이 개입해 “파산한 SVB의 모든 ​​고객은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고 보장했다. 그러자 기술 스타트업계에서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쏟아졌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스타트업 ‘쉘프 엔진(Shelf Engin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스테판 카브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정부 개입이 없었다면 주말에 회사 문을 닫았을지도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 주말을 보냈고, 예금인출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마음을 놓을 수 있었습니다.”

앞서 SVB 파산으로 일부 고객의 급여가 지연되고 있다고 언급한, 인사문제 전문 플랫폼 리플링(Rippling)의 CEO인 파커 콘라드는 일요일 트위터를 통해 다음과 같이 심정을 전했다.

“오늘밤 마음 편히 잠 들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이런 분위기 속에 재닛 옐런 재무장관에게 탄원서 보내기 운동에 앞장선 스타트업 자문업체 ‘Y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CEO인 개리 탄은 연방정부의 “결단(decisive action)”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앞서 SVB 파산을 가리켜 “스타트업과 혁신을 10년 이상 후퇴시킬, 공멸 수준의 사태”라고까지 경고했던 그는 일요일 늦게 발표된 조치를 위해 힘써준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때에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 업계가 공포의 주말을 벗어나며 한숨을 돌리는 가운데에서도 아직 모든 것이 다 끝난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 

“집단적인 한숨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겁니다. 아직도 떨립니다.”

기술 스타트업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라이언 후버는 일요일 트위터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SVB 붕괴의 여파가 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트업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SVB의 붕괴는 나아가 실리콘벨리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과 테크놀로지 업계에 지원하려는 취업 준비생들의 생각을 어떤 식으로 바꿔놓을지도 미지수이다.

수년 동안 ‘기술 스타트업(tech startup)’이라는 용어 자체는 예지력을 가지고 미래에 투자하는, 명석하고 역발상적이며 자유주의적인 특별한 엔지니어와 선구자들의 집단을 가리킬 때 사용되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람들과 산업이 위험을 감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연방정부에 메달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 파산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실리콘밸리가 자구책 마련에 나선 과정

금요일 SVB 파산으로 이어지는 혼란한 과정 중에 일부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스타트업(portfolio company)들에 SVB에서 자금을 인출하도록 지시했는데, 이는 이 은행 파산에 결정적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 다음 주말 내내 많은 벤처캐피털들과 기술 창업자들이 SVB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휘청거리는 스타트업들을 위해 정부와 여론의 지지 획득에 나섰다.

일부 벤처캐피털들은 트위터를 통해 공포 조장에 앞장서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SNS상의 메시지 대부분은 자금을 인출하지 못할 경우 경영에 결정적 타격을 입을 기업들의 피해에 집중되었다.

“우리는 은행 주주나 경영진을 위한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미국 경제의 혁신을 위기에서 구해줄 것을 요청하는 겁니다.”

‘Y콤비네이터’의 CEO인 개리 탄은 탄원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및 이들이 고용한 근로자들, 다시 말해 SVB에 돈을 맡긴 예금주들에게 즉각적이고도 중대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한편,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Lightspeed Venture Partners)와 업프론트 벤처스(Upfront Ventures)를 위시해 12개 이상의 벤처캐피탈 회사로 구성된 별도의 단체는 금요일 늦게 SVB를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SVB는 미국에서 벤처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는 기술 스타트업 및 의료 회사의 거의 절반과 거래를 맺고 있다.

“SVB는 40년 동안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의 혁신 경제를 지원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중요한 플랫폼이었습니다”

성명서는 이렇게 주장했다. 

“SVB를 매각하고 적절하게 현금화하는 경우 우리가 투자한 기업들이 SVB와 관계를 재개하도록 강력하게 지원하고 권장할 것입니다.”

SVB 파산이 실리콘밸리에 의미하는 것

SVB 파산 이전부터 스타트업 업계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벤처캐피탈 자금은 금리 상승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축소되는 중이었다. 이에 따라 테크놀로지 기업들도 인력과 공격적 프로젝트를 지양하는 중이었다. 이들 중 꽤 큰 규모의 기업들은 벨류에이션(valuation)이 깎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기술 업계 최대 대출 기관이었던 SVB의 파산과 이것이 다른 지역 은행 및 더 넓은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안은 돈줄이 마른 스타트업들이 생존에 필요한 자금에 접근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 위험이 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월요일 연설에서 SVB에 대한 정부의 개입과 관련해 “SVB 파산에 따른 손실을 납세자들에게 떠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하원의원(매사추세츠) 같은 일부 사람들은 월요일 아침 칼럼을 통해 “대통령의 말이 사실인지 좀 더 두고보자”고 언급했다.

무엇보다 파산한 은행에서 기업이 신속하게 돈을 인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쉘프 엔진(Shelf Engine)’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스테판 카브는 월요일 현재 자신의 SVB 계좌에 있는 돈이 지난주 목요일 새로 개설한 JP모건 체이스 은행의 기업계좌로 아직 이체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저는 강박적으로 이메일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하소연했다. 

“조만간 자금이 이체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벤처 지원을 받는 장난감 업체이자 온라인 소매업체인 캠프(Camp)의 공동 설립자 벤 카푸만은 월요일 아침 CNN과의 인터뷰에서 주말을 보내면서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는 마지막 순간에 40분 동안 떨이 판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들려주었다.

“우리는 현금을 인출하는 데 얼마나 걸릴지 몰랐습니다. ……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중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일이 잘 풀리기를 바라며 연준이 개입한 것과 그들의 접근 방식에 대해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자기 회사 자산의 85%를 SVB가 쥐고 있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주 벌어진 일들로 인해 자금을 보관하는 방법과 장소가 변경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앞으로 상황을 봐서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런 일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강조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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