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프리즘]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적으로 어산지를 불법 감청한 스페인 보안업체 UC 글로벌...어산지의 에콰도르 망명 계획까지 무산시키다
[WIKI 프리즘]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적으로 어산지를 불법 감청한 스페인 보안업체 UC 글로벌...어산지의 에콰도르 망명 계획까지 무산시키다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3.03.31 05:56
  • 수정 2023.03.3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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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를 감시한 상황을 담은 영상을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어산지를 감시한 상황을 담은 영상을 위키리크스가 공개하고 있다. [사진=가디언]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적극적으로 줄리안 어산지를 불법 감청한 스페인 보안업체 'UC 글로벌'이 어산지의 에콰도르 망명 계획까지 무산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30일(현지시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2017년 12월 20일 스페인 보안업체 UC 글로벌의 운영책임자 미첼 왈레마크는 두 명의 보안 기술자들에게, 다음날인 21일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잘 지켜보라는 메시지를 써서 전달했다.

당시에는 대사관 내에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망명생활을 하고 있었고, 이 날은 에콰도르 정보국 국장 로미 바예호가 비밀 정보를 받으러 어산지를 만나러 오기로 된 날이었다.

런던에 있는 에콰도르 외교단의 보안을 위해 스페인 남서부에 본사를 두고 있는 UC 글로벌을 고용한 사람이 바로 바예호였지만, 그는 대사관 곳곳에 도청기를 설치하는 등 자신과 어산지의 대화를 감청하려고 이 업체가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UC 글로벌의 회장 데이비드 모랄레스가 대사관에서 어산지와 그의 변호사들이 만났을 때 불법 녹취한 것을 미국의 CIA에 보냈다는 것 역시 바예호는 꿈에도 알 수 없었다. 

당시 에콰도르 대통령 레닌 모레노는 자신의 사람들에게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나와 에콰도르 시민권을 취득하고 외교 여권을 받을 수 있도록 어산지의 스페인 변호사들을 지원하라고 지시했었다. 이는 바예호가 어산지를 만나러 가기 몇 주 전에 세워진 계획이었으며 6명에게만 알려진 것이었다. 

그런데 UC 글로벌이 카메라들을 통해 어산지와 어산지의 변호사이자 지금은 배우자인 스텔라 어산지, 에콰도르 영사 피델 나바에즈, 바예호가 만나 대화하는 것을 감청하고 기록하면서, 4일 뒤인 12월 25일에 어산지가 대사관을 나간다는 것을 정보를 얻게 됐다.

어산지는 에콰도르 외교차량을 이용해 밖으로 나간 뒤 유로터널을 통해 스위스나 다른 유럽 국가까지 갈 계획이었다.

몇 시간 뒤 감청 기록을 담당하고 있던 UC 글로벌의 기술자 한 명이 모랄레스 회장에게 “파일이 너무 커서 공유 드롭박스 폴더에 넣었다. 누군가 오디오 경험자가 더 잘 들리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바예호의 말은 아주 잘 들리지만, 다른 사람들은 작게 들린다”라고 메시지를 전송했다.

모랄레스는 이 데이터를 이른 아침에 그의 ‘미국인 친구들’이라고 하는 이들에게 전송했다. 그리고 그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미국은 재빨리 어산지의 체포 영장을 영국으로 보냈고, 그의 탈출 계획은 무산됐다. 

2년 뒤, 어산지는 대사관 건물 밖으로 강제 퇴출됐고, 바로 영국 경찰에 체포된 어산지는 지금까지 런던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2022년 6월, 영국 정부는 그를 미국으로 송환하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어산지는 이에 법적으로 맞서고 있다.

미국 정부는 어산지에 대해 총 18건의 혐의의 기소장을 발부했고, 미국으로 송환돼 재판을 받으면 어산지는 최고 17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바예호의 방문 며칠 전, 서로 지구 반대편에 떨어져 있는 두 지역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이 일어났다. 어산지의 탈출 계획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던 에콰도르 외교부 고문 한 명이 미국 출장에서 돌아오다가 키토 공항에서 후드를 입은 남성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이 남성들은 그의 컴퓨터를 빼앗아갔다. 그리고 12월 17일 아주 이른 새벽 복면을 쓴 침입자들이 어산지의 변호사 발타사르 가르손과 아이토르 마르티네즈의 스페인 마드리드 법률 사무소에 들어가 컴퓨터 서버를 훔치려고 했다. 도둑들이 지문을 남겼지만 스페인 경찰은 정보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UC 글로벌 회장 모랄레스와 그의 미국인 친구들과의 관계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며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가 그 과정을 전했다. 

전직 스페인 특수부대 출신의 모랄레스는 이라크 전에서 큰 역할을 한 미국의 민간 군사기업 블랙워터(Blackwater)를 본따 자신의 회사를 만들었다고 한다.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의 보안 서비스 계약을 따냈을 때, 모랄레스는 이미 미국의 카지노 거물인 라스베이거스 샌즈(Las Vegas Sands) 그룹의 회장 셸던 아델슨을 고객으로 두고 있었다. 

그는 아델슨이 지중해에서 요트 휴가를 보낼 때, 개인 경호 및 보안 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이 때 모랄레스는 아델슨의 보안팀에 있던 전직 CIA 요원을 만났다.

2021년 87세로 사망한 아델슨은 전 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절친한 친구이자 공화당 기부자였던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7년은 스페인에 있는 작은 보안업체였던 UC 글로벌이 세계적인 정보기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있던 해였다. 엘파이스는 입수한 모랄레스와 직원들의 이메일 및 대화 내용에서 이 회사가 어떻게 그렇게 성장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미국에 정보를 넘겨 어산지의 탈출 계획을 무산시키기 11개월 전, 모랄레스는 아델슨이 소유한 리조트 중 하나인 라스베이거스의 베네치안 리조트(The Venetian Resort) 출신의 그의 직원에게 “대사관의 컴퓨터 시스템과 네트워크에 대한 현황 보고가 있는가? 시스템과 장비, 네트워크, 어산지의 손님들의 폰에 대한 목록이 필요하다”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나중에 직원에게 ”우리가 감시되고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모든 기밀들이 암호화 돼야 한다. 모든 것이 영국에 있는 그 대상(어산지)과 관련돼 있다. 관리자들은 미국에 있는 우리의 친구들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라스베이거스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 날인 2017년 5월 13일 모랄레스는 그의 직원에게 “이들이 우리(UC 글로벌의 능력)를 모니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가 예측한 상황이 왔다. 미국 기관 중 하나가 우리를 주시한다면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라고 미국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걱정을 표하는 말을 했고, 이 직원은 이런 일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모랄레스는 워싱턴 D.C.로 가면서 믿을만한 직원에게 ‘호텔’의 포털을 원격으로 작동되도록 만들라고 했다. ‘호텔’은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뜻하는 이들의 암호이다. 

UC 글로벌의 기술자들은 에콰도르 대사관과 관련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스페인 본사에 파일전송프로토콜 FTP 서버와 웹 포털을 설치했다. 그리고는 변호사, 외교관, 의사, 저널리스트 등 어산지의 면회객들에 관한 모든 프로필과 이들의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 내에 들어있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했다.

또한 ‘X’로 불린 미국 고객에게 이러한 데이터가 든 서버에 실시간 접속이 가능하도록 해줬다.

모랄레스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및 채팅 내용에 따르면, 모랄레스는 워싱턴 D.C. 출장 후 라스베이거스 샌즈로 가 그곳에 체크인을 했다. 거기서 그는 ‘미국인 친구들’을 만나 그가 가진 모든 정보를 보여줬다. 

몇 주 뒤인 7월 23일과 24일, 모랄레스는 마이애미의 미팅에 참석하면서 자신의 팀원들에게 그 해 안에 에콰도르 대사관에 설치할 마이크로폰이 장착된 카메라에 대한 예산을 미팅에서 전달할 수 있도록 보내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메시지에 도널드 트럼프가 윙크하는 이모티콘을 첨부했다.

이 무렵 모랄레스는 직원들에게 “나는 어둠의 편에 들어섰다. 이들은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는 사람들이다. 새 미국 고객으로부터 새 계약을 따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9월 8일 모랄레스는 “‘호텔’ 작업과 관련해 우리의 정보 수집과 분석 능력을 이 미국 고객에게 제공하고 싶다. 우리가 제공할 정보가 매력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보이게 아주 잘 체계화 해야 한다”라고 이메일을 보냈다.

이에 직원은 좋은 자료원은 마이크 장치라며, 마이크가 숨겨져 있는 카메라들이 일반적인 장소들 곳곳에 설치될 것이고, 어산지가 쓰는 3개의 방 중에 자주 쓰는 두 방에 오디오 장치를 심을 것이라고 답했다.

9월 21일, 모랄레스는 에콰도르 정보국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있다며, 직원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 행방은, 특히 미국으로 갈 때, 비밀로 유지되길 원한다”라고 했다. 또한 모랄레스는 팀원들에게 대사관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들을 수집하며, 어산지의 방문객들, 특히 변호사들에 관한 데이터는 가능한 많이 수집하라고 지시했다.

어산지가 도청을 방지하기 위해 접견실에 들어갈 때마다 백색소음 장치를 켜자, UC 글로벌의 직원들은 소화기 밑에 도청장치를 설치했고, 창문 구석에 특수 스티커를 붙여 진동을 피하며 밖에서 레이저 마이크로폰으로 감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모랄레스는 직원들에게 대사관 창문 바깥에 스티커가 붙여진 모습을 사진으로 보여달라고 했고, 뉴스 매체들이 대사관 건물 밖에 항시 있기 때문에 이 방법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어산지와 방문객들의 상시 감청을 위한 모든 것이 준비되자 모랄레스는 직원들에게 ”미국과 계약이 확정됐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완전히 비밀이다. 나는 모든 데이터가 필요하다. 1주일 뒤 나는 워싱턴으로 가야 한다. 이것이 미국의 최대 관심사이고 이들이 원하는 일이하는 것을 안다”라며, 더 노골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매체 엘파이스가 UC 글로벌이 어산지와 그의 방문객들을 감청한 이 모든 사실을 폭로하는 보도를 내고 몇 주 뒤인 2019년 9월, 모랄레스는 체포됐다.

어산지 측은 스페인 법원에 정식 고소를 했고, 스페인 당국은 사생활 침해, 변호사-의뢰인 비밀 유지 특권 침해, 횡령, 뇌물수수, 돈세탁 등의 혐의로 모랄레스에 대한 수사에 들어갔다. 그의 직원들 중 몇몇은 증인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갔고, 담당 판사 산티아고 페드라즈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 공식으로 CIA가 어산지를 감시한 것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청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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