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 줌인] 코로나19 엔데믹화 "파티는 안된다..또다른 공중보건 위기 대비해야"
[엔데믹 줌인] 코로나19 엔데믹화 "파티는 안된다..또다른 공중보건 위기 대비해야"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5.13 06:36
  • 수정 2023.05.13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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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 연합뉴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사진 = 연합뉴스]

지난주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의 해제(엔데믹)를 결정하자, 한국과 미국도 사실상 코로나19 비상사태 종료를 선언했다.

이처럼 세계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화를 반기는 가운데 CNN방송은 12일(현지 시각) 좀 다른 걱정을 하는 한 전염병 전문가의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의 필자 켄트 셉코비츠(Kent Sepkowitz)는 뉴욕 소재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에서 근무하는 의사이자 감염병 전문가이다. 다음은 이 칼럼의 전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마침내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지난주 WHO는 코로나19 글로벌 보건 비상사태를 끝내기로 결정했다.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 여행자는 더 이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실을 입증하지 않아도 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화라는 이정표는 인류를 절망으로 몰아간 3년간의 급증과 그 후 얼마간 소강상태, 그런 다음 급증을 넘어선 폭증을 거친 다음 세워지면서, 미국에서 11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거의 700만 명의 사망자 숫자를 이정표 한 구석에 기록하게 되었다.

팬데믹이 절정을 이룰 때는 반드시 필요했던 공공의 개입이 철저한 데이터에 근거해 점진적으로 철회되는 것은 분명 옳은 결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는 마스크나 백신, 그리고 검진 키트가 유용함을 알려주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엔데믹화를 보증하는 여러 정황들과는 달리 나는 우리가 너무 서두르는 것이나 아닌지 하는 일말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비합리적인 태도를 뒷받침하는 합리적인 이유는 분명 있다. 전염병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은 단지 조금 변화하고, 언젠가는 더 변화하고, 그러다가 어느 때보다 더 대규모로 맹렬하게 돌아올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한 종류에 불과한 코로나19가 이를 입증하는 대표적 사례이지만, 인플루엔자,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및 비슷한 종류의 다양한 ‘감기들(colds)’은 DNA가 섞이고 재분류되고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성되기 때문에 맹위를 떨치다가 기세가 수그러들기도 하고, 다시 폭발적으로 들고 일어나기도 한다.

전염병 전문가인 나는 우리 인간은 시간을 잠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미생물은 우리보다 수조 개나 더 많으며 당연히 연민, 망설임이나 회의(懷疑) 같은 감정이 없으며, 결실을 맺고 번식하는 것 외에 다른 목표가 없다.

또한, 전염병의 역사는 어떤 전염병이 근절 수준까지 정복된 것처럼 보였다가 때로는 복수(復讐)로, 때로는 SARS-CoV-2에서 볼 수 있듯이 끈질지게 지속되면서 인류를 괴롭히고 있음을 알려준다.

소아마비와 홍역 같은 잘 알려진 재앙은 우리가 예방접종을 불완전하게 하거나 전혀 하지 않기를 기다리며, 공중보건 정책을 신뢰하면 예방할 수 있는 전염병의 새로운 물결을 다시 일으킬 준비를 갖춘 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켄트 셉코비츠(Kent Sepkowitz) 박사 [사진 = CNN 캡처]
켄트 셉코비츠(Kent Sepkowitz) 박사 [사진 = CNN 캡처]

따라서 코로나19 제한 완화 조치는 2023년 5월에 그 근거를 확보할 테지만, 이것이 영구적으로 “그럼 지금부터 파티를 즐기면 되는 건가!”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몇 달, 몇 년 또는 수십 년 사이 무자비한 코로나바이러스나 기타 바이러스로 인해 더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러나 당장은 실질적인 고려(이른바 정상으로 복귀)가 전문가들의 걱정보다 앞선다. 우리는 당장은 눈 앞에 펼쳐지지 않은 재앙을 기다리면서 일상을 망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같은 전염병 전문가들은 또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나 RSV, 인플루엔자 또는 덜 알려진 악성 감염병 등이 언제 또 쳐들어올까를 염려하며 밤샘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인류가 다음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깊어지면서 잠을 설치는 경우가 더 많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안티백신, 안티제약(anti-pharma), 안티과학, 음모론 찬양자들의 모임은 하나의 세력으로 굳어졌다.

미국 하원의원 로렌 보버트(콜로라도주, 공화당)는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이었던 로첼 왈렌스키 박사의 사임을 두고 “로첼은 코로나 봉쇄, 백신 의무화, 미국 경제 파괴의 주역”이라고 비난하면서 마치 로첼 박사가 불법행위라도 저지른 것처럼 막말을 쏟아놓았다.

하지만 왈렌스키 박사는 코로나 봉쇄가 처음 시작되고 나서 10개월 후에 CDC의 책임자가 되었으며 CDC는 미국 사람들에게 백신을 강요할 권한도 없다.

왈렌스키 박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팬데믹의 어두운 시대를 뒤로 보내고, CDC와 공중보건을 훨씬 더 훌륭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직을 맡아달라는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그 일을 맡았다고 밝힌 바가 있다. 그녀는 또한 CDC는 “우리가 100년 사이 목도한 가장 큰 전염병 위협으로부터 생명을 구하고 개선했으며 미국과 세계를 지켜냈다”고 밝혔다.

더 불길한 조짐은 백신 반대 세력 중에는 자금이 풍부한 특정 단체가 있는데, NPR(공영방송)의 리사 하겐에 따르면 이 단체의 리더는 지난 몇 년간의 노력들을 “사적 이익을 위해 세계를 독살하려는, 팬데믹을 앞세운 음모”로 간주한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공중보건 쟁점들을 또 다른 형태의 ‘잔다이스 대 잔다이스(Jarndyce v. Jarndyce)’ 소송으로 전환함으로써 과학적 진보를 저지하는 일련의 법률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조직 강화에 나섰다. 그들의 적은 질병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공중보건 종사자들과 과학자들의 노력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다음번의 공중보건 위기에서는 우리는 병원체 뿐만 아니라 가짜뉴스를 추구하는 데 지칠 줄 모르는 잘 조직된, 현실과 괴리된 커뮤니티와의 싸움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대다수는 예방 접종을 받고, 과학을 믿고, 단순히 일상을 영위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끄러운 소수는 정부 주도의 민관합동 백신 공급 조치인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조차 정치적 편향성을 확산하려는 도구로 활용했다.

우리 전문가들을 잠 못들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들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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