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전쟁에서 자유주의와 보편적 가치외교를 택한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일 3자 협력을 강화한다. 한미일 정상은 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3국 간 새로운 공조에 합의했다. G7은 이날 경제·안보 등 전방위로 중국을 압박하고 중국은 러시아와 연대해 반발에 나선 가운데, 공조 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주목된다.
우선 G7은 성명에서 “중요 광물과 반도체, 배터리 등 중요 물자에 대해 전 세계 파트너십을 통해 공급망을 강화한다”고 밝혔는데, 중요 광물로 언급된 희토류는 중국이 생산량의 90% 이상을 쥐고 있다. 이는 특정국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G7 이외 국가와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반도체를 언급한 건 중국이 전 세계 반도체 공급의 핵심인 대만에 대해 무력 통일도 배제하지 않는 상황에서, 유사시 한국을 비롯한 반도체 생산국과 협력해 공급망을 만들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G7은 디커플링(공급망에서 배제)이 아닌 디리스킹(위험 제거)을 목표로 핵심적인 공급망에서 과도한 의존성을 낮춘다. 경제적 강압에 대항하는 새 플랫폼을 신설하고, 최첨단 기술 유출을 방지해 국제평화를 위협하는 군사력 증강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로 했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해협 평화·안정의 중요성이 국제사회의 안보와 번영에 필수 불가결하다며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요구했다.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무력과 강압에 의한 어떠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G7의 전방위적 압박은 내정 간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G7 성명 발표 직후 “G7은 중국 관련 의제를 제멋대로 다루고 내정을 난폭하게 간섭했다”며 “주최국인 일본 등 각 측에 외교적 항의를 의미하는 엄정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대만은 ‘중국의 대만’으로 대만 문제는 중국인의 일”이라며 “G7이 ‘대만독립 반대’를 언급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대만독립 세력에 대한 묵인과 지지이고, 이는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에 엄중한 충격을 줄 뿐”이라고 했다. 남·동중국해와 관련해서도 “해양 문제를 이용해 지역 국가들의 관계를 이간질하고 진영 대립을 만드는 일을 중지해야 한다”고 했다.
중국은 서방 공세에 맞서 러시아와 더 밀착하는 모습이다.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는 23∼24일 중국을 공식 방문해 양국 간 실무 협력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천원칭 중국 공산당 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치법률위원회 서기는 21~28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11차 안보업무 고위급 국제회의에 참석한다. 올 1∼4월 중·러 교역 규모는 731억4천만 달러(약 96조8천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41.3% 늘었다. 러시아의 대중 수출액에서 에너지 자원의 비율이 높은데, 우크라이나전으로 러시아가 주요 에너지 수출로를 중국으로 돌린 영향이다. 러시아는 내달부터 중국에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항구 사용권을 내어주는 등 양국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일 정상은 G7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3국 간 공조를 더 강화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미일 정상회담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미국 워싱턴DC로 초청했다. 한미일 정상회담은 작년 11월 캄보디아 프놈펜 이후 6개월 만이고, 작년 5월 윤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상들은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의 실시간 공유를 비롯한 3자 안보협력,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 강화, 태평양도서국에 대한 관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구체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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