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김일성 정상회담 "성사될 뻔 했다"...회담 압박하는 北밀사에 "여건 조성 시기에"
박정희-김일성 정상회담 "성사될 뻔 했다"...회담 압박하는 北밀사에 "여건 조성 시기에"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09 06:26
  • 수정 2023.07.09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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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이후락 평양 방문 이어 박성철 서울 방문 때도 '先정상회담' 주장

강인덕 前장관 "朴대통령, 냉면 먹고 올 수 있지만 의미없다며 거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5월 31일 청와대에서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2년 5월 31일 청와대에서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 일행을 접견하고 있다. 연합뉴스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전 극비로 서울을 방문한 박성철 북한 제2부수상이 박정희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정상회담을 제안했지만 박 대통령 여건 조성이 먼저라며 거부한 것으로 남북회담 사료를 통해 드러났다.

박정희 대통령과 박성철 부수상 면담의 내용이 사료를 통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통일부가 지난 6일 공개한 '남북회담 사료집'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은 1972년 10월 12일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열린 제1차 남북조절위원회 공동위원장회의에서 북측 공동위원장 박성철 제2부수상을 만나 "김일성 수상께서, 박 대통령이나 제가 평화적으로 통일을 원한다면 만날 용의가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이러한 문제는 분명히 박성철 부수상께서 박 대통령을 만나셨을 때 박 대통령께서도 같은 뜻의 말씀을 하신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며 "박 대통령께서는 다만 여건 조성 시기가 언제 오느냐, 이러한 여건을 어떻게 성숙시킬 것이냐고 말씀을 하셨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박 부수상이 "김일성 동지께서는 몸소 이 부장선생을 접견하시는 자리에서 귀측이 민족적 입장을 견지한다면 우리는 사상과 정견의 차이를 초월하여 박 대통령이나 이 부장선생과 합작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는 것을 뚜렷이 밝히셨다"며 정상회담을 거듭 제의한 데 대한 이 부장의 답변이었다.

북한은 공동위원장회의에 앞서 1972년 5월 초 이후락 부장의 극비 평양방문 때에도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 노동당 조직지도부장이 '총비동지(김일성)와 박 대통령 간에 정치협상을 열어야 한다'며 정상회담을 제의했다. 이 부장은 당시에도 "처음부터 김 수상과 박대통령 회담을 하면 잘못될 경우 실망이 크게 된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공동위원장회의에서 이후락·박성철이 주고받은 대화는 북한이 이후락·김영주 회담뿐만 아니라 이후락·김일성 면담과 이어 박정희·박성철 면담에서 정상회담을 끈질기게 압박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김일성이 이후락과 면담에서 1·21 사태에 관해 사과성 해명을 하고 6·25전쟁과 같은 동족상잔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는 내용은 여러 경로로 알려져 있었지만 정상회담 제의를 했다는 것은 남북회담 사료집 공개를 통해 남북 고위급 인사의 발언으로 처음 확인됐다.

특히 그간 내용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박정희·박성철 면담(1972년 5월 31일)에서도 북한이 정상회담을 집요하게 요구한 사실도 이후락 부장의 언급에서 확인된 것이다.

당시 중정 제9국장(북한국장)으로서 이후락 부장을 보좌하며 남북 접촉 실무 전반을 이끈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91)은 박정희 대통령의 정상회담 거부 언급 전후 맥락을 자세히 묘사했다.

강 전 장관은 지난 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박 대통령을 예방한 박성철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서 '노동당의 기본원칙입니다'라면서 읽어 내려갔는데, 통일문제는 김일성 수령이 추진하고 나섰으니 박 대통령께서 좋다고만 하시면 저절로 해결이 된다면서 정상회담부터 하자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강 전 장관은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금 당장이라도 오늘 업무 후 평양까지 가서 아이들하고 같이 냉면 한 그릇 먹고 돌아올 수 있는 거리인데 왜 내가 가고 오고 못 하겠느냐, 그러나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지 않으냐며 분명하게 반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시험 칠 때 쉬운 문제부터 풀지 않느냐, 그러니 쉬운 문제부터 풀자고 하시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먼저 해결하자고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김일성과 정치회담을 해서는 달라질 것이 없다며 명확하게 거부했다는 것이 강 전 장관의 전언이다.

dtpchoi@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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