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AI가 부활시키고 있는, 유명을 달리한 스타들...'사자' 권리 문제 새로운 이슈로
[월드 프리즘] AI가 부활시키고 있는, 유명을 달리한 스타들...'사자' 권리 문제 새로운 이슈로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7.24 05:49
  • 수정 2023.07.24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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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의 생전 영화 속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제임스 딘의 생전 영화 속 모습 [사진 = 연합뉴스]

"AI(인공지능)의 위력으로 제임스 딘과 같은 유명인들이 디지털 클론(digital clones)으로 부활하면서 사자(死者)의 권리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BBC)

대부분의 배우들은 명성이 오래가기를 꿈꾸지만 그런 목표를 이룬 사람은 많지 않다. 연예 업계는 성공하기 힘들기로 이름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막을 통해 불멸의 명성을 성취한 배우들은 그 이름을 찬연하게 남기기도 한다.

그러한 아이콘 중에 단 세 편의 영화에 출연한 뒤 1955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딘이 있다. 그런데 사망한 지 거의 70년이 지나서 제임스 딘은 지금 ‘에덴으로의 귀환(Back to Eden)’이라는 신작 영화로 화려한 부활을 꿈꾸고 있다.

바야흐로 딥페이크(deepfake) 제작 기술과 비슷한 AI 기법으로 탄생한 배우의 디지털 클론이 영화 속에서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AI로 배우를 부활시키는 기술은 할리우드에서 성행하는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의 최첨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은 한편으로는 43년 만에 파업에 나선 할리우드 배우들과 시나리오 작가들이 느끼는 위기의식의 근원이기도 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AI 알고리즘으로 대체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자신들의 창의성이 상업적 이익의 희생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배우 수잔 서랜든은 AI가 “나의 선택이 아닌 말과 행동을 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배우 중 하나이다.

이미 사망한 배우들이 첨단 디지털 기술과 할리우드 마법의 도움으로 스크린에서 부활한 케이스는 제임스 딘이 처음은 아니다. 캐리 피셔, 해롤드 래미스, 폴 워커 같은 유명 배우들도 사후에 영화에 등장해 화려했던 연기를 펼친 적이 있다.

그런가 하면 술과 마약 때문에 1982년 36세의 나이로 요절한 브라질 가수 엘리스 레지나(Elis Regina)도 최근 딸 마리아 리타와 동반 출연한 자동차 광고를 통해 부활했다. 몰입형 미디어 대행사 WorldwideXR(WXR)의 CEO 트라비스 클로이드는 이러한 유명인들을 부활시키는 전문가이다. 그는 딥페이크 기술과 유사한 “수동적 평면 스크린, 2D”라는 기술을 활용해 죽은 유명인들을 살려낸다.

제인스 딘의 디지털 클론이 영화에 등장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는 2019년 ‘잭을 찾아서(Finding Jack,)’라는 영화에서 CGI로 부활할 것이라고 알려졌지만, 이 계획은 나중에 취소 되었다.

그러나 클로이드 대표는 제임스 딘이 이번에는 ‘에덴으로의 귀환(Back to Eden)’이라는 영화로 확실히 부활할 것이라고 BBC에 확인해주었다. 이 영화는 “진실을 찾아 외계 행성을 여행하는 주인공이 제임스 딘을 만나 그와 함께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SF 영화이다.

제임스 딘의 디지털 복제는 실현 가능한 일들 속에서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의 AI 아바타는 ‘에덴으로의 귀환’과 일련의 후속 영화에 등장할 뿐 아니라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및 게임 등의 상호작용 플랫폼에서 사용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런 기술들은 한 사람의 얼굴을 다른 사람의 몸 위에 단순히 겹치는(overlay) 수동적 디지털 재구성 또는 딥페이크 기술을 훨씬 뛰어넘는다. 이는 배우를 위시해 이미 사망한 사람들의 경력을 지속하게 함으로써, 과거에는 꿈도 못 꾸었던, 일종의 불멸성의 위업을 성취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사자의 AI 복제에는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사자의 얼굴, 목소리, 페르소나(persona)에 대한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가 하는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또, 사망한 사람은 자신들의 AI 클론 활동에 대해 어떤 통제권을 가질 수 있는가? 그리고 박진감 넘치는 액션 드라마로 인기를 얻었던 배우가 갑자기 바보 같은 코미디나 포르노에 출연하게 될 수 있는가?

여기에 그를 광고에 활용해도 되는가의 문제까지 고려하게 되면 해답은 간단하지 않게 된다.

유명인들이 정말 죽어서도 편히 쉴 수 없는 것인가?

제임스 딘을 지미라고 부르며 일리노이주 농가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사촌 마크 윈슬로는 제임스 딘의 세대를 뛰어넘는 매력이 현대 영화 스크린으로 다시 불러내게 했냈다고 생각한다. 

“그는 여럿이 있는 중에도 금방 눈에 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무도 진정으로 지미를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 속에서 되살아날 수 있다면 생생한 그를 다시 대면할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미국 배우 수잔 서랜든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배우 수잔 서랜든 [사진 = 연합뉴스]

디지털 클론(Digital clones)

제임스 딘의 디지털 클론은 아멜리아 에어하트(Amelia Earhart), 베티 페이지(Bettie Page), 말콤 X(Malcolm X) 및 로자 파크스(Rosa Parks)와 함께 WRX 및 자매 저작권 회사인 ‘CMG Worldwide’가 관리하는 수백 가지 이미지 중 하나이다.

제임스 딘은 68년 전에 사망했을 때, WRX의 콜로이드 대표가 ‘원본 자료(source material)’라고 부르는, 영화, 사진, 오디오 자료들을 많이 남겼다. 그는 제임스 딘을 보다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디지털 전문팀이 첨단 기술을 동원해 수많은 이미지를 스캔하고, 고해상도로 조정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오디오, 비디오 및 AI 기법을 추가하면 갑자기 이러한 자료들이 보고, 들리고, 움직이고, 심지어 프롬프트에 실제 제임스 딘처럼 응답하는 디지털 클론을 형성하는 구성 요소들이 된다.

그러나 제임스 딘은 디지털 족적은 남기지 않았다. 즉, 소셜 미디어에 참여하고, 개인 셀카를 찍고, 문자와 이메일을 보내고, 검색 엔진을 사용하고, 온라인 쇼핑을 하고, 비대면 진료를 받는 오늘날의 유명인과는 다르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활동은 우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대한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제공하여 디지털 클론을 단순한 복제품에서 산 사람과 확실하게 대화할 수 있는 지능적인 복제품으로 만드는 데 잠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한편, 사랑했던 망자(亡者)를 디지털로 환생시켜 그와 소통하는 ‘데드봇(deadbot)’ 탄생을 도와주는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데드봇은 소스 자료가 많을수록 더 사실적이고 지능적이다.

이는 유명인의 유언집행인이 사망한 스타의 사실적인 복제품이 영화산업에서 계속 일하도록 하고, 어느 정도 자율적으로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잠재적으로 허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가 된다.

배우 톰 행크스는 최근 아담 벅스턴(Adam Buxton) 팟캐스트에 출연해 “내일 버스에 치일 수도 있지만, 내 연기는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며 인간 수명을 훨씬 넘어서도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죽은 사람에게 일자리를 빼앗기는 배우들

톰 행크스의 말은 디지털 휴먼 부활의 다음 단계가, 유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골치 아픈 윤리적, 법적 문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현실적인 우려를 암시한다. 특히 목소리로 먹고사는 성우들은 연기자 단체를 넘나들며 대화를 주도하고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통일된 전선을 형성해 왔다.

“미키 마우스, 포키 피그 , 백설공주 목소리를 내던 성우가 사라질 때마다 새로운 성우가 빈자리를 메웁니다.”

‘전미성우협회(Nava : National Association of Voice Actors)’의 팀 프리들랜더 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루니 튠즈(Loony Tunes)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전설적 성우 멜 블랭크가 목소리를 영원히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프리들랜더와 동료 성우들은 이러한 상황이 임박했으며 디지털로 부활한 성우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클로이드 대표는 연기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죽은 배우를 고용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물이 반쯤 찬”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적일 수도 있고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는 AI로 창출될 다른 연예 업계 일자리를 언급하면서 “결국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겁니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부의 역할이나 직업을 위태롭게 할지는 모르지만, 동시에 연예 업계의 수준을 높이는 데 필요한 수백 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하고 있습니다.” 

톰 행크스 [사진 = 연합뉴스]
톰 행크스 [사진 = 연합뉴스]

죽은 자의 권리

죽은 자, 아니 그들의 디지털 클론이 영원히 일하게 된다면 돈은 누가 버는 걸까? 죽은 사람에게 권리가 있을까?

간단히 말해서, 이 부문의 규정은 모호하고, 어떤 나라들에서는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다.

미국 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의 협회지인 랜드슬라이드(Landslide)에 유명인의 사후 퍼블리시티권(post mortem publicity rights)에 관한 기사를 공동 기고한 에릭 칸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에는 각 주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말한다. 일부 주에는 사망한 유명인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퍼블리시티권이 전혀 없다.

일반적으로 유명인이 사망하면 ‘퍼블리시티권’은 가장 가까운 친족 또는 유언장의 상속인에게 돌아간다. 그러나 칸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죽은 유명인의 초상권을 상업적으로 사용함으로써 누가 재정적으로 이익을 얻을 것인지를 명기한 유언장조차도 “일방적인 문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음으로 해서 계약과 같은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에” 법적 효력이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사자의 초상권의 효력은 살아있는 유언집행인에게 달려있다. 로빈 윌리엄스 같은 몇몇 유명인들은 유언장을 통해 사후 초상권 사용에 제한을 걸어놓았지만, 그 제한은 25년 후에 만료된다.

그러나 유명인은 특정 유형의 명예훼손으로부터는 추가 조항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칸 변호사는 말한다.

예컨대, 마릴린 먼로는 그녀의 유족이 그녀의 이미지와 초상 사용을 승인하지 않는 경우 포르노 영화에 출연할 수 없다. 유족들은 어떤 주들에서는 먼로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 거짓 주장으로 그녀의 명예가 훼손되었으며, 그녀를 음해함으로써 “금전적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할 여지를 지니고 있다. 또한 연방 상표법에 해당하는 ‘랜햄법(Lanham Act)’은 사망한 유명인이 허위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광고에 사용되거나 상표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추가 완충 장치 역할을 한다.

뉴욕주는 사망한 개인의 초상권을 보호하는 ‘퍼블리시티권’을 가장 포괄적으로 적용하는 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나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주들초차도 퍼블리시티권은 사자(死者)가 아니라 실제로는 법적 상속인을 보호하는 데 그치고 있다.

“가족이 죽은 당신을 팔아 이익을 얻고자 한다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칸 변호사와 함께 ‘랜드슬라이드’지에 법률 에세이를 공동 기고한 변호사 ‘보니(Bonnie)’ 리는 이렇게 주장했다. 

이는 마릴린 먼로가 사후에 포르노 영화에 출연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법적 상속인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유감스럽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리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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