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줌인] 극심한 내홍 속에서도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스페인팀의 괴력
[스포츠 줌인] 극심한 내홍 속에서도 여자월드컵 우승을 이뤄낸 스페인팀의 괴력
  • 유진 기자
  • 승인 2023.08.22 05:31
  • 수정 2023.08.2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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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번 여자월드컵 전부터 불거진 내홍과 조별리그에서 일본에 4대 0으로 완패한 치욕을 딛고 스페인 여자 축구대표팀이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꺾고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CNN방송은 21일(현지 시각) 혼란과 불화 속에서도 여자월드컵 우승의 쾌거를 이뤄낸 스페인 팀에 대해 보도했다.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이번 여자월드컵 우승에 이르기까지 경기장에서 보여준 조화로운 플레이와 역사적 성취는 지난 한 해 동안 유명 선수들과 코치 및 기술 스태프, 그리고 스페인 축구 연맹 사이의 혼란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번 여자월드컵이 열리기 몇 달 전부터 스페인의 여러 유명 선수들은 호르헤 빌다 감독 및 스페인 축구 연맹(RFEF)과 불화를 빚다가 결국 ‘라 로하(La Roja, ’붉은 선수들‘이라는 뜻의 스페인 대표팀 별칭)의 유니폼을 입지 못하는 사태까지 치달았다.

앞서 이번 월드컵에서 스페인 팀이 각각 8강전과 4강전에서 네덜란드와 스웨덴을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둔 후, 팀의 일부 교체 선수들이 빌다 감독 및 테크니컬 스태프에 싸늘한 반응을 보이는 동영상들이 소셜 미디어에 퍼졌었다.

한 동영상에서 미드필더 알렉시아 푸테야스는 교체된 후 벤치를 향해 걸어가다 손을 내미는 한 테크니컬 스태프를 못 본 체하고 그냥 지나쳤다. 그리고 네덜란드 전에서 승리한 후 선수들이 승리를 축하하려는 빌다 감독을 무시하는 듯한 동영상도 돌았다.

스페인 팀은 결승 토너먼트에 오르기 전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일본에 4-0으로 완패하는 굴욕을 겪은 후 선수들의 기량이 나아지고 토너먼트가 진행될수록 눈부신 경기력을 보였다. 그러나 스페인 팀의 역사적 쾌거는 특히 경기장 외에서 벌어진 내용을 감안하면 불가사의라 할 정도이다.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20일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23 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우승 직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스페인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한 이유

2022년 9월 말,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의 고참 선수 15명은 RFEF(스페인 축구 연맹)에 개별적으로 서명한 편지를 이메일로 보내 코칭 스태프 전체를 전면 교체하지 않는 한 더 이상 국가 대표팀에서 뛰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편지들을 통해 “RFEF도 인식하고 있듯이 대표팀 내의 상황 때문에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동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현재 본인은 국가대표로 뛸 상황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부르지 말아주세요.”

한 편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주장 이레네 파레데스, 스트라이커 헤니페르 에르모소,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인 푸텔라스 등 3명의 다른 선수들은 팀 동료들의 뜻을 지지하면서도 편지는 보내지 않았다.

선수들의 편지가 공개된 후 빌다 감독은 “당혹스럽다”는 뜻을 피력했다.

“나의 해법은 월드컵에 100% 헌신하겠다는 선수들로만 팀을 꾸리는 겁니다.”

그는 이렇게 밝혔다.

“국가대표팀 유니폼의 의미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선수는 우리와 함께할 자격이 없습니다.”

결국 연맹에 편지를 보낸 15명의 선수 중 월드컵에는 마리오나 칼덴테이, 이타나 본마티, 오나 바틀레 등 3명만이 출전하게 되었다.

12명의 불참자 중에는 골키퍼 산드라 파뇨스, 수비수 마리아 필라르 레온, 미드필더 파트리시아 기하로를 포함해 세계 최고 기량의 선수들이 들어있었다.

지난 4월 스페인 일간지 ‘엘 페리오디코 데 카탈루냐(El Periodico)’와의 인터뷰에서 레온 선수는 월드컵 불참도 불사하겠다는 선수들의 결의는 “몽니”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믿는 사람들은 우리의 메시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주장했다.

관련해서 스포츠 전문 채널인 ‘디 애슬래틱(The Athletic)’은 선수들이 코칭 스태프의 전술 부족, 체력 훈련 경시, 함량 미달의 훈련 일정 및 빌다 감독의 고압적 태도를 문제 삼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2022년 9월 스페인 매체 ‘Diario de Navarra’와의 인터뷰에서 RFEF 부회장 라파엘 델 아모는 이러한 주장을 “거짓말”이라고 몰아붙였다. 

또 다른 보도들에 따르면, 선수들은 빌다 감독이 능력도 안 되는데 그의 아버지 앙겔 빌다(Angel Vilda)의 후광으로 국가 대표팀 감독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17세 이하 스페인 여자 팀 감독이었던 호르헤 빌다는 19세 이하 팀을 이끌던 아버지를 돕다가 아버지가 은퇴하자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호르헤 빌다는 2015년에 시니어 여자 팀 감독으로 승진했다.

이런 소문들에도 불구하고 빌다 감독은 퇴진을 거부했고, RFEF도 그를 전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면서 RFEF는 지난해 9월 성명을 통해 “선수들이 국가대표 감독과 스태프의 역할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종류의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밝혔다.

“비록 유소년 선수들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리는 일이 있더라도 RFEF는 국가대표에 헌신적인 선수들만을 모집할 것입니다.”
RFEF는 이렇게 주장했다.

2015년부터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맞고 있다가, 내홍 속에서도 이번 여자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호르헤 빌다 감독 [사진 = ATI]
2015년부터 스페인 여자 축구 대표팀 감독을 맞고 있다가, 내홍 속에서도 이번 여자월드컵을 우승으로 이끈 호르헤 빌다 감독 [사진 = ATI]

“불공정이 많았습니다.”

양측의 갈등은 여자월드컵이 다가올 때까지 성명과 기자 회견을 오가며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는 와중에도 빌다 감독과 코칭 스태프는 여전히 사령탑을 맡았고, 불만을 표출한 15명의 선수 중 12명은 그대로 빈자리로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은 이번 월드컵에서 역사를 만들었다. 이 같은 성과는 스페인 선수들의 놀라운 경기력 덕분이다.

스페인 국가대표 팀은 재능 있는 어린 선수들을 고르게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인 리그의 지속적인 발전, 특히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성공으로 경기력이 향상되었다. 대표팀은 바르셀로나를 리그 우승으로 이끈 선수들이 주축이 되어 꾸려졌다.

2022년 스페인은 17세 이하 여자월드컵과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모두 우승한 바가 있다. 이번에도 십대에 속하는 셀마 셀레스트 파랄루엘로 아잉고노가 시니어 대표팀으로 진출해서 결정적 골을 넣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빌다 감독은 스웨덴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스페인 팀의 불화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자 한 기자에게 “과거에 집착하는 질문이다”라고 답했다.

빌다 감독은 네덜란드와의 8강전 승리 후 RFEF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고, 스웨덴과의 준결승전 승리 후에는 상황이 “우리 모두를 더 강하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빌다 감독은 결승전을 준비하면서 스페인의 스포츠 매체인 ‘마르카(Marca)’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어려운 순간”이 있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월드컵 결승전까지 오르는 과정에서 이 모든 혼란을 긍정적으로 소화해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과 스태프를 무시하는 선수들에 대한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에 본업에 “집중”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주 스페인 신문 ‘AS’ 와의 또 다른 인터뷰에서 빌다 감독은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에 상처를 받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겪었다”고도 말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여론이 사실과 다르게 부당하고 날조된 이야기들로 넘쳐나면 그 상처는 적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결국 시간이 모든 결 해결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할 말이 있으면 기자회견장에 나와 떳떳이 말하라고 해도 나오지 않았어요. 모두가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 침묵이 모든 걸 알려줬다고 생각합니다.”

일요일 결승전에 출전한 선수들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것이다.

불만을 표출한 15명 중에는 끼지 않았지만 2015년과 2019년 여자월드컵에서 스페인 대표로 뛰었던 미드필더 버지니아 토레실라는 스웨덴을 상대로 한 준결승전 승리 후 선수들 모두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많은 불공정을 직접 경험한 선수들이 있고 억울한 부분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분명 그런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X(트위터)에 이렇게 썼다.

토레실라는 그러면서도 국가 대표팀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자랑스럽다. 내가 사랑하는 스포츠가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되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대표팀의 내홍은 이번 여자월드컵의 가장 뜨거운 관심사 중 하나였다. 스페인 여자 축구는 마침내 월드텁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은 듯하다.

[위키리크스한국 = 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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