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하루에 수십명씩 전사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피해
[월드 프리즘] “하루에 수십명씩 전사합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우크라이나군 피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8.30 05:36
  • 수정 2023.08.30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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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는 전사자들의 공동묘지 [사진 = BBC]
우크라이나 국기가 휘날리는 전사자들의 공동묘지 [사진 = BBC]

우크라이나의 대공세에도 불구하고 전황이 결코 우크라이나군에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BBC는 29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동부 최전선의 전사자 안치소를 찾은 특파원의 기사를 실었다.

익명의 미국 관리들의 새로운 추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의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BBC의 쿠엔틴 서머빌 특파원은 사망자 수를 세는 암울한 임무가 매일 현실이 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최전선을 찾았다.

도네츠크 최전선에서 그리 멀지 않은, 벽돌로 지은 작은 전사자 안치소에 신원 미상의 전사자 시신들이 높이 쌓여 있었다. 마고(26)는 그곳에서 죽은 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이들의 죽음 앞에 죄인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전사한 분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저들은 들을 수는 있지만, 대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마고는 육중한 영안실 문 밖에 놓여있는 어수선한 책상에 펜을 들고 앉아 있었다. 전사자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것이 그녀의 임무였다.

우크라이나는 공식적으로 전사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사자 수는 국가 비밀이라고 거듭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고는 전사자의 수가 엄청날 것임을 알고 있다.

전사자 수는 기밀로 유지된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미국 관리들은 최근 사망자 수가 7만 명에 달하고, 부상자 수는 12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50만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진 우크라이나군의 규모를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유엔은 현재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9,177명이라고 집계하고 있다.

마고의 오른쪽 팔 안쪽에는 엄마와 아이를 그린 작은 문신이 새겨져 있고, 아들의 생년월일이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녀의 손톱에는 우크라이나 국기 색상의 매니큐어가 그려져 있으며, 가슴 부위에 ‘나는 우크라이나인(I’M UKRAINIAN)’이라는 문구가 적힌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가장 힘든 것은 22살도 안 된, 20살 정도의 젊은 남자의 시신을 볼 때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무슨 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죽어가야 했는지를 깨달을 때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살해당한 겁니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우다 죽어간 겁니다. 그 점이 가장 고통스럽습니다. 결코 익숙해질 수 없는 일입니다. 이제 나는 스러져간 젊은 영혼들이 편안한 안식을 찾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마고는 그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날은 사실혼 관계였던 남편이 전사해 안치소로 옮겨졌을 때라고 들려주었다. 그녀의 남편 안드리이는 2022년 12월 29일 전투에서 사망했다. 그의 나이 23세였다.

“그는 조국을 지키다가 사망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나는 내가 있어야 할 자리는 바로 이곳, 스러진 사람들을 돕는 일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전사자 시신 안치소에서 신원 확인 일을 돕고 있는 마고 [사진 = BBC]
전사자 시신 안치소에서 신원 확인 일을 돕고 있는 마고 [사진 = BBC]

전사자 안치소 일을 하면서 마고는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그녀는 안치소로 들어오는 시신을 보는 것이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는 절대로 울지 않는다.

“나는 집에 돌아올 때까지 이 모든 것을 내 안에 간직합니다. 아무도 내 눈물을 보지 못합니다.”

지난 4월 美 국방부에서 유출된 추정치는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수를 훨씬 낮은 17,500명으로 집계했었다. 그런데 이 수치가 7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는 주장은 부분적으로 남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반격 때문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대반격 초기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보병이 특히 힘들었다. 대반격을 펼치고 있는 한 여단장은 “바흐무트보다 사정이 더 나빴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지금까지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를 치른 도네츠크 도시는 5월 러시아에 함락되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는 도네츠크에서 전술을 바꾸었지만, 지난 6월 러시아가 점령한 방어선을 뚫기 위한 돌파 작전은 특히 신병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다. 그들은 매일 “수십 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도네츠크의 마을인 벨리카 노보실카(Velyka Novosilka) 인근에서 전투 중이던 한 상사가 6월에 기자에게 들려주었었다.

최전선에 걸쳐 산재해 있는 여러 안치소 중 하나에서는 전장에서 직접 이송돼오는 무명의 전사자들의 소재를 파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시신이 든 가방을 한 번에 하나씩 밖으로 들고 나와 단서를 찾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시신 가방 안에는 젊은 남자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시신은 여전히 눈을 뜨고 있고, 두 손은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접혀 있었다.

얼굴에는 깊은 상처가 나 있었고, 다리 옆에도 깊게 파인 자국이 보였다. 또 다른 시신이 밖으로 나왔는데, 오른손 손가락이 없어졌고, 군복은 피와 전투 현장의 진흙으로 더럽혀져 있었다.

작업자가 그 시신의 주머니를 열자 열쇠, 휴대전화와 가족사진이 든 지갑 등 일상생활의 유품이 가득 나왔다. 전사자에게서 발견되는 이런 유품들은 전사자의 신원을 확인해 가족에게 연락하는 단서가 된다.

다른 시신 가방에는 ‘미확인’이라고 씌어있던 글자가 지워지고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의 이름과 소속 군부대 정보로 바꿔 적혀졌다.

더 많은 시신 가방이 등장했지만, 기자는 보도 제한으로 얼마나 많은지를 밝힐 수는 없다.

이때 다양한 직급의 지휘관들로 구성된 일단의 군인들이 군용 픽업트럭을 타고 도착해 담배를 피우며 영안실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들은 한 시신을 검사하며 그의 소속을 확인했다. 그는 포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였다. 머리 일부가 훼손되었고, 몸에 난 상처는 심각했는데, 시신을 뒤집자 상태는 더욱 나빠 보였다.

“불쾌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임무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젊은 군인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잘 보내주어야 합니다.”

호출부호가 ‘아보캣(Avocat)’인 대대 부사령관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사자 시신을 확인하는 일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상자 규모는 우크라이나의 묘지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드니프로의 크라스노필스케(Krasnopilske) 공동묘지 주변에는 늦은 오후 햇살 속에 해바라기들이 머리를 무겁게 떨어뜨리고 있었다. 해바라기들은 주변에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새로운 무덤들을 수호하는 수호신 같다는 인상을 주었다.

그러한 묘지 중 한 곳에서는 옥사나(31)가 홀로 울고 있었다. 그녀 앞에서는 전사한 남편 파블로의 사진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수염이 덥수룩하고 근육질이었던 그녀 남편의 전직은 파워리프팅 챔피언이자 체육관의 개인 트레이너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이지움 시 인근에서 반격을 펼치던 중 러시아 헬리콥터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맞고 사망했다.

“남편은 스스로 조국을 지키기 위해 나갔습니다.”

옥사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진정으로 자유를 사랑하는 전사였습니다. 그는 우리 우크라이나 정신의 화신이었습니다.”

옥사나 남편 파블로의 시신을 확인하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뿐만 아니라 차에 동승했던 다른 사람들도 심하게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그는 문신으로 신원을 확인해야 했다.

수백 개의 노란색과 파란색의 우크라이나 국기가 각각의 무덤 위에서 미풍에 휘날리고 있었다. 이런 조기(弔旗)들 각각은 동부와 남부의 전장을 매일 피로 물들인 뒤 우크라이나 전역의 도시와 마을의 묘지를 채우는, 엄청난 피해를 증거하는 표식이다.

이 전쟁이 시작된 지 1년 반 동안 이곳에서 슬픔을 겪지 않은 가족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싸우겠다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의지는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피해가 승리에 대한 의지를 더 불태우는 것처럼 보였다.

옥사나는 생전에 파블로와 만약 그가 죽으면 그녀도 군에 입대하겠다는 전시 조약을 맺었었다. 그래서 그녀는 지난 두 달 동안 바흐무트 외곽에서 공중 감시 드론 부대의 일원으로 복무했다.

공동묘지에서 만난 지 일주일 뒤, 옥사나는 완전무장을 하고 러시아군의 대전차부대를 수색하기 위해 전초기지로 향하는 중이었다. 기자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포격 소리로 귀가 멀 정도였다.

전사한 남편과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위해 군에 입대해 싸우고 있는 옥사나 [사진 = BBC]
전사한 남편과의 생전 약속을 지키지 위해 군에 입대해 싸우고 있는 옥사나 [사진 = BBC]

기자는 옥사나에게 왜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는지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오른손에 낀 결혼반지를 흔들어 보이며 그것은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그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그가 시작한 일을 계속 이어나갈 겁니다. 자원봉사와 기부 활동도 좋지만, 나는 그의 일부가 되고, 미래 우리 승리의 일부가 되고 싶습니다.”

이보다 앞서 한나 말리아르 우크라이나 국방부 차관은 이번 전쟁에서 사상자 수를 공개하는 사람은 형사 기소될 것이라는 경고 성명을 발표했었다.

“왜 사상자 수를 비밀로 유지해야 할까요?”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전쟁이 진행 중인 상태에서는 러시아군은 우리의 사상자 숫자로 우리의 추가 행동을 계산하기 때문입니다. 적이 이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의 다음 단계를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비밀로 유지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쿠피안스크 마을 근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제68 예거 여단’의 병사들에게는 전쟁의 참상이 짓누르고 있었다.

섭씨 35도가 넘는 온도에서 우리는 한낮의 더위와 머리 위를 언제나 맴도는 러시아 드론의 위험을 피해 위장망 아래 피난처를 찾았다. ‘레르몬토프’라는 호출부호로 불리는 대대 부사령관은 어두운 분위기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는 갓 내린 커피를 마시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러시아인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며, “그들은 협상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서방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1년 안에 집에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던 젊은 군인들이 이제는 전장에 더 오래 머물게 될 것임을 깨닫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돈바스 전투에 참가한 백전노장이며 2014년부터 러시아 및 그 대리 세력과 싸워 왔다. 그렇다면 그는 이 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 것으로 예상했을까? 그는 “10년은 더 끌 겁니다.”라고 답했다.

그의 암울한 기분은 이해할 만했다. 지난 8월 1일, 그가 속한 여단의 소령과 다른 하사관 2명이 러시아군의 단 한 번의 박격포 공격으로 사망했다. 

“그는 전설이었습니다.”

‘레르몬토프’는 이렇게 말했다. 그가 말한 전사자의 차는 몇 피트 떨어진 곳에 그대로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개인 소지품도 차 안에 그대로 있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레르몬토프’의 전화가 울렸다. 일주일 전에 전사한 우크라이나군의 어머니에게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우크라이나에 현대식 서방의 무기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왜 소총을 들고 러시아 참호를 공격하게 했는지 알고 싶어했다.

그러나 600마일에 걸쳐있는 최전선의 많은 부대에는 최신 장갑차나 장거리포가 부족하다. 현실은 우크라이나군이 많은 참호에서 자기들끼리 알아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 물음에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녀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 우리는 많은 것이 부족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는 부대 기지로 사용되는 집 정원에서 열린 메달 수여식에서 여단장 올렉시 대령을 만났다. 그는 한 상사의 장례식을 마치고 막 돌아오는 중이었다.

“우리는 러시아로부터 두 번의 큰 공격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잘 대처했다고 생각합니다. 약 35구의 러시아군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중대 정도는 궤멸시킨 것으로 짐작합니다.”

전반적으로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가장 최근의 미국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약 12만 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인구와 병력은 우크라이나보다 훨씬 많다. 이 때문에 최전선에서 싸우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러시아의 피해 흡수 능력이 무한해 보인다고 말한다.

기자는 올렉시 대령에게 전사자 가족들에게 어떤 할 말이 있는지 물었다.

“병사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 점에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어쩌면 제가 무능한 지휘관이었을 수도 있고, 나쁜 계획을 세웠을 수도 있습니다. 전사자들이 이 싸움을 위해 바친 숭고한 정신에 대해 감사드립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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