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줌인] 중국 순회공연 중 천안문 시위를 주제로 한 뮤지컬에서 하차한 중국계 브로드웨이 스타
[차이나 줌인] 중국 순회공연 중 천안문 시위를 주제로 한 뮤지컬에서 하차한 중국계 브로드웨이 스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09.02 06:59
  • 수정 2023.09.02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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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현대사의 기점이 된 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국 현대사의 기점이 된 1989년 6월 4일의 톈안먼 광장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콘서트 투어 중이던 브로드웨이 스타가 천안문 광장 시위를 다룬 뮤지컬의 미국 데뷔를 몇 주 앞두고 갑자기 하차를 선언했다고, 1일(현지 시각) CNN이 보도했다.

중국계 미국인 뮤지컬 배우 재커리 노아 파이저(Zachary Noah Piser)는 오는 10월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개봉하는 ‘천안문: 새로운 뮤지컬(Tiananmen: A New Musical)’에서 주연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파이저는 아무런 설명도 없이 갑자기 쇼에서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파이저는 인스타그램의 짧은 성명을 통해 “뮤지컬 천안문에서 하차했다”고 밝혔다.

그의 인스타그램과 중국 관영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파이저는 이 발표가 나올 당시 중국 상하이에서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공연하는 투어 중이었다.

1989년 베이징과 수십 개의 중국 도시를 휩쓸면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문 광장 민주화 시위가 군대에 의한 유혈 진압으로 끝난 뒤 중국에서는 이를 거론하는 것은 여전히 주요 정치적 금기로 남아있다.

천안문 시위를 입에 올리는 것은 엄격하게 검열되며, 이를 기념하려는 모든 시도는 투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홍콩에서는 천안문 추모 행사에 대한 단속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파이저는 그의 행보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파이저의 매니저 데이브 브레너는 "CNN에 파이저가 천안문 뮤지컬에서 빠진 것은 작품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천안문 시위의 학생 리더이자 문제의 작품 ‘천안문’을 처음 고안하고 공연 작업에 참여해 온 우얼 카이시(Wu'er Kaixi)는 파이저의 하차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나는 그가 물러나는 이유는 ‘작품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겁니다”

그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천안문 시위에 대한 모든 정보를 30년 동안이나 검열해 오면서도 중국 정부는 여전히 그들이 자행한 잔혹 행위를 언급하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천안문 : 새로운 뮤지컬’은 1989년 천안문 광장에서 학생들이 주도하는 시위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사랑 이야기를 엮어가는데, 시위에 등장했던 노래들을 찬미하는 오리지널 록송을 선보인다.

뮤지컬의 수석 프로듀서인 제이슨 로즈는 CNN에 보낸 성명에서 이 작품이 계획대로 10월 4일부터 29일까지 피닉스 시어터 컴퍼니(The Phoenix Theatre Company)에서 초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이야기는 반드시 전해져야 합니다. 검열과 압력은 하루를 견디지 ​​못할 겁니다. 자유를 지키는 사람들의 용기를 기리는 공연이 될 것입니다.”

로즈는 이렇게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뮤지컬 제작자들은 공연을 브로드웨이에 올리기 전에 피닉스와 같은 지방 도시에서 먼저 테스트하곤 한다.

파이저의 이번 발표는 미국의 연극 잡지 ‘플레이빌(Playbill)’이 천안문 뮤지컬에서의 그의 역할을 보도한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를 무대에서 생생하게 보여주게 되어 자랑스럽습니다. 2015년부터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도왔기 때문에 이 역할을 맡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습니다.”

파이저는 이렇게 소감을 피력한 바가 있다.

천안문 시위의 주역 우얼 카이시가 지난 2010년 6월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천안문 시위의 주역 우얼 카이시가 지난 2010년 6월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천안문 시위를 다시 알림

중국과 비즈니스 관계를 맺고 있는 서구 기업과 유명 인사들은 중국 정부와 민족주의적인 온라인 인플루언서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정치적인 줄타기를 연출하는 일이 흔하다.

최근 몇 년 동안 농구 선수부터 영화배우, 감독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미국 유명 인사들이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가 중국으로부터 민족주의적 반발에 직면한 바가 있다.

파이저는 브로드웨이 작품 ‘디어 에반 핸슨(Dear Evan Hansen)’의 주연을 맡은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였다.

“어머니는 중국 출신이고 아버지는 유대인이에요. 나의 출신 배경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내가 아시아인 캐릭터에만 갇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계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역할을 고집했습니다.”

그는 상하이에서 관영 뉴스 웹사이트인 ‘Shine.cn’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관영 ‘차이나 데일리(China Daily)’에 따르면 파이저는 하차를 선언한 이후 다른 브로드웨이 스타들과 함께 베이징 투어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플레이빌(Playbill)’에 따르면 이번 투어는 난징, 청두, 산시성 등을 거쳐 9월 10일 마무리될 예정이라고 한다.

천안문 뮤지컬 리허설은 9월 5일부터 피닉스에서 시작된다고, 수석 프로듀서인 로즈는 밝혔다.

한편, 시진핑 주석이 이끄는 중국의 집권 공산당은 천안문 시위 기념식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오고 있는데, 특히 수만 명이 모이곤 하던 홍콩의 연례 철야 집회는 30년 동안 계속되다가 최근 단속이 강화되면서 당국의 강경 태도를 입증하고 있다.

현재 대만에서 망명 중인 천안문 시위 지도자 우얼 카이시는 천안문 뮤지컬의 목표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려는 이들의 용기를 기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안문 운동은 우리 세대 중국인들에게 끝나지 않은 대의일 뿐만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중국인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의 주제 중 하나는 ‘용기는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특히 자유 세계에 사는 예술가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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