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줌인] 러-우크라 전쟁 후 두번째 겨울 맞게 된 유럽...추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
[우크라 줌인] 러-우크라 전쟁 후 두번째 겨울 맞게 된 유럽...추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06 05:45
  • 수정 2023.11.0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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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가스 공급 시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가스 공급 시설 [사진 =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하는 유럽, 추위를 무사히 극복할 수 있을까?

유럽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해 겨울 많은 사람들을 떨게 했던 연료 부족과 정전 사태에 다소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고, 4일(현지 시각) CNN방송이 보도했다.

유럽연합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27개 국가로 이루어진 유럽연합은 가스 조달의 약 절반까지를 러시아에 의존했었다.

그러나 그동안 파이프라인 가스 및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다변화를 꾀하고, LNG 기반 시설을 늘렸으며, 국민들에게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촉구한 유럽연합의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다. 이 모든 일들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0개월 만에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의 이러한 노력은 99점을 받아도 좋을 대단한 성취에 속한다.

이는 유럽연합 집행 기관이 회원국들에게 본격적인 난방시즌이 시작되는 11월 초까지 도달하라고 권고한 목표치의 90%를 훨씬 웃도는 성과로, 이번주 목요일 유럽연합 가스 저장 시설들의 재고량으로 입증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유럽연합 국가들의 가스 소비 장기 추세 또한 가스 수요가 점차 감소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달, 가스 시장에서 소비의 정점을 찍고 있는(mature markets) 유럽, 북미, 아시아 일부 국가들의 연료 수요가 해당 국가들이 재생에너지 소비를 확대함에 따라 2026년 말까지 매년 1%씩 감소할 것으로 예견했다.

즉, 세계 여러 나라들이 에너지 소비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겨울 유럽이 천연가스 부족으로 불편을 겪을 가능성은 낮지만, 그 가격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지난 달 유럽의 원자재 시장 가격은, 예년의 연평균 두 배 상승을 넘어서 28%까지 치솟았다.

IEA는 지난 10월 “LNG의 수입 다변화는 대(對) 유럽 러시아산 파이프라인 가스 공급의 급격한 감소를 상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따라서 특히 추운 겨울에 가격 변동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이 단체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러한 변동성은 유럽 가스 가격의 추가 상승을 암시하며, 유럽에서 가스 수요가 늘어날 경우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옵션이 적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용평가 기관 ‘무디스’는 올 겨울이 예상보다 훨씬 춥거나 헝가리와 오스트리아를 포함한 소수의 유럽 국가에 여전히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공급하고 있는 러시아가 모든 파이프라인 가스 수출을 중단할 경우 연료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옥스퍼드 에너지 연구소(Oxford Institute of Energy Studies)’의 선임 연구원인 잭 샤플스는, 유럽의 긴박한 상황을 감안하면 가스 시장이 “엄청나게 탄력적인(hypersensitive)” 상태라고 언급하며, 유럽연합 파이프라인 가스의 주 수출국인 노르웨이, 아제르바이잔, 알제리 내 가스 공급업체 중 일부의 가스 재고량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스 수요 증가나 공급 감소를 시사하는 어떤 신호라도 가격을 급등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무디스’에 따르면 유럽의 가스 가격은 여전히 타지역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이같은 높은 가스 가격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 의존도가 높은 유럽 국가들에 치명타를 입힐 것인데, 특히 유럽 최대의 경제 대국인 독일이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갈등 고조?

유럽의 가스 계약 가격 지표는 중동에서 지정학적 위험이 증가하면서 시장 신뢰가 흔들리기 직전인 10월 5일 이후부터 메가와트시(megawatt hour)당 36유로(38달러)에서 47유로(50달러)로 급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하마스의 공격과 이스라엘의 보복이 이뤄지며 대부분이 민간인인 1,4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를 공습하다가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이번 충돌로 인해 분쟁이 지역 전체로 확산될 경우 LNG 수출의 주요 경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다.

신용조사 업체인 ‘S&P Global’에 따르면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5분의 1이 이란 남부 해안의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은 또한 에너지 대기업인 ‘쉐브론(CVX)’이 운영하던 이스라엘 남부 해안 지대 다말(Tamar) 가스전의 문을 닫도록 만들었다. 이 가스전은 이웃 국가인 요르단과 이집트에 연료를 수출하던 곳이다.

이집트는 이스라엘의 천연가스를 들여와 LNG로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고 있는데, ‘쉐브론’ 가스전의 폐쇄로 올 겨울 이집트산 LNG 수출이 줄어들거나 불가능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분석가들은 CNN에 밝혔다.

폭발사건 후 가스가 누출되는 스웨덴 바다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사진 = 연합뉴스]
폭발사건 후 가스가 누출되는 스웨덴 바다의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사진 = 연합뉴스]

일촉즉발의 시장

지난 주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이어 핀란드의 한 가스 전송 사업자는 누출 사고 때문에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을 일시적으로 폐쇄했다고 밝힌 뒤 곧바로 가스 송출이 최소 5개월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호주의 두 주요 LNG 시설 근로자들이 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보통 때라면 위의 두 사건 모두 일주일 동안 유럽의 가스 가격을 40%나 치솟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핀란드 당국은 누군가 파이프라인을 고의적으로 손상시켰는 지 조사 중인데, 이 사건은 약 1년여 만에 러시아산 가스 공급의 주요 동맥인 ‘노르트스트림(Nord Steam 1)’ 파이프라인 폭발 사태를 떠오르게 하면서 유럽의 주요 인프라의 취약성에 대한 우려를 새삼 불러일으키고 있다.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수석연구원인 시몬느 태글리아피에트라에 따르면, 결국 철회되기는 했지만, 호주의 쉐브론 LNG 시설에서 추진되었던 근로자 파업은 글로벌 가스 시장의 상호 연결성에 대한 전범(典範)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파업은 유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하면서도 “그러나 이는 글로벌 LNG 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호주에서 일어난 일로도 유럽의 가스 가격이 급등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럽은 “이번 겨울은 무사히 넘길 수 있다”고 하면서도 연료의 추가 공급을 LNG에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은 “무슨 일이 생기면”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원자재 이코노미스트인 빌 웨더번도 시몬느 태글리아피에트라 연구원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주 보고서를 내고, 유럽의 LNG 의존도는 최근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포함한 이 지역의 일부 국가로 하여금 카타르와 27년 장기 수입 계약을 체결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과거에는 유럽 국가들이 이렇게 장기적으로 가스 수입 계약을 맺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당장은 넘치는 LNG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은 이번 겨울에 숨통이 트이다가 내년 이맘때쯤에는 상황이 훨씬 더 좋아질 듯하다.

가스 가격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가스 부족 사태를 우려해 미리 가스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2022년 8월의 메가와트시당 339유로(357달러)라는 사상 최고치보다 86%나 하락했다.

여기에다 IEA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향후 몇 년 안에 세계 시장에서 새로운 LNG 공급이 넘쳐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IEA는 지난주 발표된 ‘연례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을 통해 액화(천연가스를 운송용 액체 상태로 냉각시키는 과정) 능력이 2030년까지 추가로 2,500억 입방미터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전 세계 LNG 공급량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IEA는 그 중에서 2025년에서 2027년 사이에 더욱 큰 상승세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한 웨더번 연구원도 2024년 초부터 “LNG 공급의 홍수가 글로벌 시장에 밀어닥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이는 유럽 천연가스와 아시아 LNG 가격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아가 향후 2년 동안 미국에서 여러 LNG 수출 터미널 공사가 완료되고 카타르의 주요 해상 가스전 확장 공사의 첫 번째 단계가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요소들로 인해 유럽의 가스 가격은 내년 말까지 메가와트시당 30유로(32달러)까지 낮아질 것이라고, 웨더번 연구원은 분석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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