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프랑스 제1 야당 ‘국민연합’의 친이스라엘 선회한 이유 보니...
[월드 투데이] 프랑스 제1 야당 ‘국민연합’의 친이스라엘 선회한 이유 보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07 05:45
  • 수정 2023.11.07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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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제1 야당이자 극우 성향의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 제1 야당이자 극우 성향의 정당인 ‘국민연합'의 마린 르 펜 대표 [사진 = 연합뉴스]

극우 성향을 띠는 프랑스의 제1 야당 ‘국민연합(National Rally)’이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던 과거에서 탈피해 이스라엘의 영토 수호 권리를 지지하고 프랑스 내 유대인들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6일(현지 시각)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프랑스의 극우 정당 ‘국민연합(National Rally)’의 대표인 마린 르 펜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후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나선 것은 2027년 대선 출마를 앞두고 ‘국민연합’의 악명 높은 반유대주의 정책에서 탈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재 프랑스 제1 야당이자 내년 유럽 선거(European elections) 예측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의 중도파를 앞지르고 있는 ‘국민연합’은 10월 7일 하마스 공격과 그에 따른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보복 폭격 속에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확고히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프랑스 의회 연설에서 마린 르 펜 대표는 ‘포그롬(pogrom, 조직적인 유대인 학살)’을 언급하며 좌파 정당 ‘라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 뤽 멜랑숑 대표가 하마스를 테러 단체로 부르지 않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공격해서 중도와 우파 성향의 국회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2027년 네 번째 대선 출마를 준비하는 마린 르 펜의 ‘국민연합’은 반이민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으로, 자신들이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간주하는 이슬람주의로부터 프랑스 유대인들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관련해서 ‘국민연합’ 총재인 조던 바르델라는 프랑스 라디오에 나와 “‘국민연합’은 이슬람 이데올로기로부터 많은 프랑스 유대인들을 보호하는 방패입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중동 분쟁에 매우 민감하다. 프랑스에는 약 50만 명의 유대인이 살고 있는데, 이는 이스라엘과 미국 다음으로 많은 숫자이다. 프랑스 경찰은 하마스 공격이 자행된 10월 이후 800건이 넘는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또한 유럽에서 가장 큰 이슬람 공동체를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일부 정치 평론가들은 마린 르 펜의 이 같은 이스라엘 지지를 일종의 정치적 기회주의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의 당을 “(극우 노선에서 탈피해) 정상화”하고 당의 새로운 노선에 걸림돌이 되는 반유대주의의 과거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해 왔다.

2015년 그녀는 자신의 아버지이자 당의 창립자인 장-마리 르펜이 홀로코스트를 왜곡하는 망언을 일삼은 결과 소송에 휘말려 유죄 판결을 받자 그를 당에서 축출해버렸다. 그녀는 나중에 당명도 ‘국민전선(National Front)’에서 ‘국민연합(National Rally)’로 바꾸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이, 르 펜의 ‘국민연합’ 소속 국회의원 중 몇몇이 지난 10월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대인 단체들이 주도하는 파리 행진에 참석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 급격한 변화였다.

2018년 르 펜은 반유대주의자에 의해 사망한 유대인 연금수급자 미레유 놀의 추모 행진에 참석하려 했으나 일부 세력의 “파시스트는 물러나라!(Fascists out)”는 비난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르 펜 대표는 이 행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의회의 ‘프랑스-이스라엘 우호단체’ 소속의 ‘국민연합’ 의원 여러 명이 조용히 참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유대인 조직 산하 단체인 ‘크리프(Crif)’의 요나단 아르피 대표는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행진이 진행되는 거리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은 2027년 대선에서 ‘국민연합’에 반대해 싸울 것이며 ‘국민연합’ 의원들과 교류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프랑스 유대인 단체들은 코셔(kosher) 식품을 포함한 유대교 도살 의식과 공공장소에서 키파(유대인 모자) 착용 등의 정책 문제와 관련해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에 지속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왔다.

2012년 툴루즈에서 판금공 모하메드 메라가 유대인 학교를 공격한 사건부터 2015년 파리에서 일어난 코셔 슈퍼마켓 공격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에서 수년간 테러 공격이 이어지면서 르 펜의 ‘국민연합’은 이슬람주의를 점점 더 우려의 눈으로 보게 되었다.

파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광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파리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 :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광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파리에서 활동하는 ‘장 조레스 재단(Jean-Jaurès foundation)’의 ‘급진 정치 관측소’ 소장 장 이브 카뮈는 르 펜이 멜랑숑의 좌파에 맞서 새로운 세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노력하는 와중에 벌어진 최근 세계적 사건들의 잔혹성이 그녀의 당 정상화 추진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과거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카뮈 소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1920년대 말에 태어난, 마리 르 펜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은 이제 95세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국민연합’의 지지층인 18~24세 유권자들은 장-마리 르펜 시대를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는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마린 르 펜의 문제는 ‘국민연합’의 역사적 굴레에 있습니다. ‘국민연합’의 과거는 역사가들과 정치학자들의 기록으로 남아있습니다. ‘국민연합’의 전신인 ‘국민전선’은 신파시스트, 네오나치, 현실을 부정하는 세력, 반유대주의자들의 극우 정당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는 그녀로서는 지우기 힘든 오점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단적인 태도를 고집하며 제도권 정당이 되기를 거부한 영국의 ‘영국 국민당(British National party)’과 달리 르 펜의 ‘국민연합’은 오랫동안 외면받지 않는 정당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르 펜과 그 측근들의 전술적 정치 감각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스탠포드대학의 ‘국민연합’ 연구 전문가 세실 알두이 교수는 “‘국민연합’은 오랜 반유대주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창립자 중 한 명은 나치의 무장친위대(Waffen SS) 출신이었고 장-마리 르 펜은 극우 행보 때문에 여러 차례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무시하거나 반유대주의를 비방했기 때문입니다. 장-마리 르펜은 또 90년대에 팔레스타인인들에 동조하며, 미국의 어떠한 중동 정책에도 반대한 이력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국민연합’이 이스라엘의 존재를 부정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시절의 장-마리 르 펜은 1956년 수에즈 작전을 찬양했고, 2001년 9월 11 테러 이후부터는 이스라엘을 아랍 지역에 고립된 서방 세력의 상징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알두이 교수는 마린 르 펜이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에 가서 관리들을 만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거부되었다고 말했다. 외가가 유대인 혈통을 이어받은 ‘국민연합’ 소속의 페르피냥 시장인 루이 알리오는 특히 프랑스-이스라엘인들과 다리를 놓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국민연합’은 이른바 ‘무슬림 이민자들의 강고한 반유대주의’에 맞서 싸울 것을 선언했고, 그들로부터 유대인 공동체를 보호함으로써 유대인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분석했다.

“마린 르 펜 대표는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에 반대하고 가지지구 민간인들의 대피 통로 개방도 지지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국민연합’ 의원들은 하마스 궤멸에 따른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희생을 “어쩔 수 없는 피해”로 간주합니다. 이는 이슬람주의에 맞서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하는 한편 일부 극좌파의 모호한 입장과 분명하게 선을 그으려는 ‘국민연합’의 노선을 분명하게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은 확실히 ‘국민연합’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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