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줌인]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꿋꿋이 지지하는 이유
[이스라엘 줌인]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꿋꿋이 지지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13 05:10
  • 수정 2023.11.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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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이 있는 한 이스라엘 국민은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이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해 최소 1,400명을 살해하고 200명 이상의 인질을 가자지구로 끌고 간 뒤 이렇게 말했다. 이는 그가 밝힌 수많은 이스라엘 지지 표현 중 하나였다.

CNN방송은 12일(현지 시각) 바이든 대통령이 누가 뭐래도 이스라엘을 꿋꿋이 지지하는 이유를 분석하는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의 저자 프리다 기티스(Frida Ghitis)는 세계 문제 칼럼니스트이자 분석가이며 CNN의 칼럼니스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 전투가 시작된 지 불과 며칠 만에 지난달 텔아비브를 찾아 지구상 최강대국 미국은 변함없이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스라엘인들에게 확신을 심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이스라엘의 전쟁 내각을 상대로 “반드시 유대인만이 시오니스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도 시오니스트입니다”라고까지 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확고한 지지와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한 찬성은 한편으로는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배려하라는 목소리를 점점 높이면서 희석된 감이 있기는 하지만, 미국 정치의 민감한 시기를 맞아 그에게 정치적 타격을 입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24년 미국 대선을 불과 1년 앞두고 중동 사태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태도 때문에 일부 진보적인 민주당원과 이슬람교 미국인, 아랍계 미국인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일부 다른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바이든의 이러한 스탠스는 분명히 정치적 이기심에 바탕을 두고 있지 않다.

만일 그가 이번 사태에서 약사 빠르게 정치적 이득을 노렸다면 그는 지지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 다른 입장을 취했을 수도 있다. 바이든은 분명 차기 대선 승패를 초월해 신념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왜 이렇게 마음을 담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그의 내부에 심어진 강력한 두 가지 확신을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바이든이 평생에 걸쳐 체득한 신념으로, 유대 역사를 배경으로 하는, 수천 년에 걸친 반유대주의에 맞서는 유대 국가 이스라엘의 존재론적 역할에 대한 이해이다.

두 번째는 바이든이 공직에 진출하면서 마음에 새긴 세계관이다. 그는 이 세계관을 그의 대통령 임기 내내 북극성처럼 간직하고 있다.

즉, 지구촌이 국제 규범을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하는 위험한 세력들의 손에 떨어질 수도 있는 분수령, 즉 잠재적으로 파멸적인 전환점에 와 있다는 인식이다.

이들 불온한 세력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수십 년 동안 평화를 유지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진전을 이룬 그 규범의 붕괴를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을 방문한 칠레 대통령과의 기자회견 말미에 이런 세계관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과거 역사에서 지구촌은 7~8세대마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급변을 맞이하곤 했습니다.”

그는 바로 그런 일이 지금 일어나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렇게 허두를 뗐다. 

“향후 2, 3년 안에 일어나는 일이 향후 50~60년 동안 세계의 모습을 결정할지도 모릅니다.”

여느 때처럼, 바이든은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와, 우크라이나 전쟁, 현재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확전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갈등들을 언급했다. 물론 중국과 주변국 사이의 긴장 고조도 빼놓지 않았다.

바이든에게 있어 전략적, 역사적, 도덕적, 감정적 정언명령(定言命令)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이란과 그 지원을 받는 하마스에 대한 태도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바이든은 이스라엘을 확고하게 지지하면서도 이번 전쟁은 팔레스타인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은 어려서 아버지 밑에서 유대 역사를 배웠다. 그는 저녁 식탁에서 아버지가 '1930년대에 세계가 히틀러 앞에서 어떻게 침묵을 지켰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듣고 자랐다고 말한 바가 있다.

그는 여러 차례 ‘다카우(Dachau) 죽음의 수용소’를 방문했고, 가장 최근에는 손녀 손을 잡고 나치가 수많은 유대인을 독살한 가스실에 직접 들어가 보기도 했다.

이번에 하마스는 잔혹한 공격을 펼치면서 희생자들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장면을 직접 동영상으로 찍기도 했다. 바로 바이든은 유대인 박해 역사와 이번 공격의 연관성을 본 것이다. 이번 하마스 공격은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로 기록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도착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환영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ㅏㄹ 10일 행한 열광적인 연설에서 “인류 역사에는 절대악이 풀려나는 순간이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유대인 학살극이 “수천 년에 걸친 반유대주의와 유대 민족 학살을 표면으로 드러냈다”고 열변을 토했다.

이와 관련 마이클 오렌 전 미국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이 연설을 “역사상 가장 열정적인 친이스라엘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그런데 바이든은 수천 년의 유대인 박해 너머를 보고 있는 듯하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의 세계사적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즉, 독재적이고 반민주적인 세력이 촉발한 극단주의의 부상을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이다. 그가 2019년 대선에 출마하게 된 이유는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백인 우월주의 성향의 네오나치들이 행진하는 모습이 “인종차별 정서가 들불처럼 번지고, 그 연장선상에서 반유대주의가 머리를 쳐들고 있음”을 입증한다는 주장과 겹친다.

다시 말해, 그는 1930년대 유럽 전역에 울려 퍼진 ‘반유대주의’와 같은 혐오와 싸우기 위해 대선에 뛰어들었다는 말이다.

바이든의 대통령직 수행은 그가 “역사의 변곡점(an inflection point in history)”이라고 부르는 순간을 맞이해 이러한 인류 파괴 세력과 싸우고, 동맹을 재건하고, 공격적이고 패권적인 독재자들에 단호하게 맞서고, 미국의 친구들에게는 미국이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데 집중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단순히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으로만 볼지 모르지만, 바이든은 이 전쟁에서 훨씬 더 큰 것을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해서 촉발된 전쟁은 성격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많다고 바이든은 말했다.

하마스와 러시아 모두 이란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나아가 하마스와 러시아 모두 “이웃 민주주의 국가를 궤멸”시키고 싶어한다.

이처럼 역사상 중대한 이 시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역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역사는 테러리스트들이 테러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독재자들이 그들의 공격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때 더 많은 혼란과 죽음, 더 많은 파괴를 초래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었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푸틴의 러시아, 이란의 동맹인 가자지구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을 불온한 세력으로 간주하며, 그들이 이웃과 불화를 일으키고, 전쟁을 일으킨다고 본다.

이들을 물리치는 일이야말로 그의 표현에 따르면 “분노와 불만이 사그라들고, 전쟁이 사라진” 보다 안정적인 중동을 건설하는 데 첩경이다.

이와 함께 바이든 대통령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테러 조직을 물리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 되고, 국제법의 테두리 내에서 과업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이스라엘에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그는 이스라엘의 안보와 그 자신의 역사적 열망의 성취를 위해 이스라엘이 평화와 공존을 추구하는 팔레스타인과 협력하고 분쟁 해결을 위해 노력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이 목표는 과거에는 거부주의자들(rejectionists : 이스라엘에 반대하는 아랍 세력)에 의해 좌절되곤 했던 가시밭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을 이해하고, 유대 국가의 필요성을 근본적으로 이해하는 바이든과 함께, 이스라엘인들은 미국 대통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의무가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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