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은연 중 반유대주의를 커밍아웃해버린 일론 머스크
[월드 투데이] 은연 중 반유대주의를 커밍아웃해버린 일론 머스크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1.21 05:28
  • 수정 2023.11.21 0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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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사진 =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사진 = 연합뉴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유대인을 비난한 X(트위터) 게시물에 “실체적 진실(actual truth)”이라는 답글을 달아 구설수에 오른 가운데 CNN이 20일(현지 시각) 미국 사회의 반유대주의 및 그와 관련되 일론 머스크의 과거 행적과 배경에 대해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가 미국 백인 우월주의자들 사이에서 인기 있는 반유대주의 음모론(antisemitic conspiracy)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처럼 보이면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머스크가, 유대인 공동체가 “백인에 대한 증오”를 조장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성향의 게시물에 노골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명하자 그를 비판하던 일부 사람들조차 어안이 벙벙하고 있다.

머스크는 그렇지 않아도 그가 소유한 SNS 플랫폼 X(트위터)에서 인종차별적이거나 편협한, ‘도그 휘슬(dog whistle, 특정 그룹들만이 사용하는 용어)’을 구사한다고 오랫동안 비난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은 수백억만장자인 머스크가 반유대주의적 견해를 공개적이고도 명백하게 밝힌 최초의 사례여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유대인 공동체가 “백인에 대해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되는, 바로 그 변증법적 증오(dialectical hatred)를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한 게시물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 게시물은 또한 인기 있는 반유대주의 음모론 중 하나인 “‘소수 민족 무리들’이 서방에 밀려들고 있다”는 주장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같은 게시물은 X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만일 1억6천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거느린 머스크가 “당신은 실체적 진실을 말했습니다.(You have said the actual truth)”라는 댓글과 함께 이 게시물을 재공유하지 않았다면 눈에 띄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왜 중요한가?

혐오 조장 세력들은 유대인들이 소수민족 출신 불법 이민자들을 서방 국가들에 유입시켜 다수를 차지하는 백인의 구성비를 줄이려 한다는 ‘반유대주의 음모론’에 경도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는 2018년 피츠버그의 ‘생명나무 유대교 회당’에서 11명을 살해한 로버트 바워스(Robert Bowers)가 마지막으로 남긴 글에 반영된 것과 동일한 음모론이다.

그는 마지막으로 남긴 소셜 미디어 게시물에서 난민 지원에 나서는 유대인 비영리 단체들이 “침략자들을 데려와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기 난사 사건은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유대인을 향한 혐오 사건이었다.

머스크는 자신이 댓글을 단 “실체적 진실(the actual truth)”이 물의를 일으키자 새롭게 포스팅을 올려 자신의 견해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유대인 공동체 모두가 백인에 대한 증오에 몰입된 것은 아니다”라고 썼다.

그러나 그는 ‘명예훼손방지연맹(Anti-Defamation League)’을 콕 집어서 이 단체가 백인에 대한 인종차별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명예훼손방지연맹’은 미국 최대의 유대인 단체이다.

X 측은 관련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명예훼손방지연맹’의 조나단 그린블라트 총재는 “반유대주의 이론을 확산하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을 활용하는 것은 명백히 위험한 행위다”라고 썼다.

백악관 측도 머스크 트윗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홀로코스트 이후 유대인들에게 최악의 날이 지난 지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 미국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반유대주의 행위 뒤에 숨어 끔찍한 가짜뉴스를 반복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입니다.”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주 금요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우리는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적 증오를 조장하는 이러한 혐오 발언을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합니다.”

지금까지 머스크가 이렇게 명시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X의 소유자인 머스크는 괴롭힘을 당하지 않을 권리에 대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머스크에게 인수된 이후 X에서 반유대주의가 급증했다고 ‘명예훼손방지연맹’이 주장하자 이 단체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머스크의 정확한 속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는 단지 그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밝힌 말과 행동으로 판단할 뿐이다. X 상의 증오 표현은 머스크가 직접 포스팅을 올리거나 댓글을 통해 의사를 밝히는 순간 증폭된다.

“머스크가 유대인에 대해 개인적으로 적대감을 품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올해 초 ‘디 애틀랜틱(The Atlantic)’의 야이르 로젠버그는 머스크가 반유대주의 발언을 옹호한 또 다른 사건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음모론자이고 음모의 진폭은 짧고 유대인을 향해 휘어져 있다.”

한편, 현재 머스크에 관련된 책은 두 권이 나와 있다. 하나는 전기작가 월터 아이작슨이 머스크의 승인 하에 펴낸 전기(傳記)이고, 다른 하나는 작가 벤 메즈리치가 머스크의 의사와 상관없이 펴낸 머스크 전기이다.

메즈리치는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인터뷰를 통해 “일론 머스크가 어떤 식으로 트위터를 무너뜨렸고, 트위터가 어떻게 일론 머스크를 파괴하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메즈리치의 이 말은 정곡을 찌른 표현이다. 메즈리치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장악하면서 일으킨 혼란 때문에 현대의 토마스 에디슨이라는 그의 명성이 영원히 훼손되었고, 미국인들은 이제 그가 천재인지 아니면 해커인지 헷갈려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메즈리치는 나아가 머스크가 코미디 쇼 무대에서 관객들로부터 야유를 받고 너무 우울증에 빠지자 X 직원들이 한때 그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경찰에 연락할 뻔했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그에 대한 역풍이 얼마나 심한지 책에서 설명하고 있다.

메즈리치의 주장은 절반만 맞을 수도 있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붕괴시켰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트위터의 흔적을 지우고, 이름을 바꾸고, 수익을 줄였으며, 적극 사용자들이 등을 돌리게 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전부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중심으로 수많은 음모론을 퍼뜨렸다.

그는 병든 생각들을 전파할 수 있는, 자신과 추종자들만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트위터를 사들였는지도 모른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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