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재개 방식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미국
[이-팔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재개 방식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는 미국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04 05:40
  • 수정 2023.12.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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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 시각)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으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공습으로 불기둥이 솟구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휴전 협정을 위배했다면서 가자지구에서 전투 재개를 선언하고, 이제 맞서 하마스가 전면적인 휴전 없이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인질의 추가 석방도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BBC는 3일(현지 시각) 전쟁 재개 분위기를 전하면서 미국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에 대한 인도주의적 배려가 없는 공격 재개에 대해 분명한 반대 의사를 이스라엘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며칠이라도 휴전이 성사되었된 것은 분명 외교적 성과였다. 7일간의 휴전 이후,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가장 어려운 군사·정치적 시련에 직면해 있다.

하마스에게 전투는 생존을 위한 싸움이다. 하마스 전사가 이스라엘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거나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한, 그들은 패하지 않았다고 우길 것이다.

반면에 압도적인 군사력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의 임무는 더욱 복잡해졌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10월 7일 국경을 침범해, 대부분 이스라엘 민간인인 약 1,200명을 살해한 후 “강력한 복수”를 맹세했다.

짧은 휴전이 끝나고 다시 공세를 시작한 지 몇 시간 만에 이스라엘 정부는 왓츠앱(WhatsApp) 게시물을 통해 “모든 인질 석방과 하마스 궤멸, 그리고 이스라엘의 영원한 안전보장 확보”라는 전쟁 목표를 재확인했다.

현재 상황에서 이 목표의 달성 방법과 이후 발생할 일들은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정치, 그리고 이번 전쟁 개시 이후 이 지역을 4번이나 방문한 미국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의 가장 큰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관련해서 블링컨 국무장관은 자신이 “인도주의적 멈춤(humanitarian pause)”이라 부른 휴전 기간 연장 시도가 실패할 것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전투 재개 전날 저녁, 그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거듭 강조하고 다시 한번 하마스를 비난했다.

“테러 집단이 인도주의적 국제법과 전쟁 관련 법을 하나도 지키지 않을지라도 그들과 싸우는 이스라엘은 이를 엄수해야 합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이 같은 원래의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고 나서 그는 이스라엘의 전쟁 전개 방식과 관련해 가장 분명한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 성명은 미국이 가장 가까운 동맹국 이스라엘에게 무엇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길게 인용할 가치가 있다.

블링컨 장관은 자신의 말은 “가자지구 남부 및 중부에서 민간인들이 안전하게 포화를 벗어날 수 있는 지역과 장소를 명확하게 지정하는 등 민간인 보호를 위해 보다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요구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자지구 내 민간인에게 전쟁 이재민이 추가로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또 병원, 발전소, 수도 시설과 같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인프라에 대한 추가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는 이렇게 이어갔다.

“그리고 이는 가자지구 남부로 쫓겨간 민간인들이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북쪽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선택권을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자지구 내에서 난민이 계속 발생해서는 안 됩니다.”

전쟁 개시와 함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었다. 이때 그는 이스라엘에 강력한 지지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동맹국들에게는 2001년 9월 11일 알카에다 테러 공격 이후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정의를 추구하는 전쟁을 벌일 때라도 “분노에 눈이 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추어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블링컨 국무장관의 입을 통해 전달된 자신의 경고를 이스라엘이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여기는 듯하다.

2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있는 이들의 친지들이 석방 요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2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 인질로 붙잡혀있는 이들의 친지들이 석방 요구 시위를 벌이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이스라엘 전쟁 목표의 다음 단계는 가자지구 남부의 하마스를 겨냥하고 있다. 가자지구 북부를 침공할 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피난하라고 명령했었다.

거의 황무지로 탈바꿈한 북부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가자지구의 어느 곳도 이스라엘의 공습에서 안전하지 않다.

적대 행위가 재개된 지 몇 시간 뒤, 가자지구 남쪽 끝 이집트 국경에 위치한 라파(Rafah)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목숨을 잃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의 인프라를 파괴하지 않고는 하마스를 궤멸시켰다고 주장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스라엘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가 동료들과 함께 민간인 거주지 지하 터널에 숨어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에서와 동일한 전술을 펼친다면 수천 명의 민간인이 더 살해될 것이다. 이와 관련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민간인들의 곤경을 “역사에 남을만한 인도주의적 재앙(an epic humanitarian catastrophe)”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집트와 다른 역내 국가들은 가자지구 남부로 몰린 200만 민간인에 대해 극단적인 군사적 압박을 가하면 수천 명이 난민이 되어 국경을 넘어 시나이 사막으로 넘어오게 될까 봐 우려하고 있다. 새로운 팔레스타인 난민 사태는 중동에 또 다른 긴박한 위험 요인이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대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이 안전한 특정 지역으로 대피하도록 보장했다고 하자. 이스라엘이 탱크, 공습, 중화기를 사용해 벌이고 있는 지금과 같은 고강도 전쟁에서는 그 계획은 성공보다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에 만약 이스라엘이 대반군 작전처럼 보다 가벼운 전술로 전환한다면, 이스라엘군이 강력한 화력의 보호막 없이 이동하게 돼 지금까지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스라엘의 다음 행보는,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한다는 미국 민주당 강경파의 공세 때문에 수세에 몰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외교관인 블링컨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전투 방식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의 뜻을 공개적으로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이스라엘이 바이든 대통령의 명확한 경고에 반해 가자지구 북부에서처럼 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살상한다면,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 뿐만 향후 이스라엘을 계속 지원할지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지도 모른다.

나아가 미국은 무조건 이스라엘 편을 들어 거부권을 여러 번 행사해 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이스라엘에 불리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하마스는 궤멸되지 않았다. 그들이 아직 붙잡고 있는 인질들은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방해하고, 이스라엘 국내 문제에 더 많은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데 강력한 수단이 되고 있다. 여기에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와 그의 부하들은 이스라엘 장군들이 화력을 줄이라는 미국의 요구에 굴복할 경우 이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현재 이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는 듯하다. 이는 이 지역 전체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자지구 전투를 멀리서 관망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팔레스타인인과 이스라엘인들은 위험하고 불확실한 미래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상황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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