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하버드대학 기부자들이 기부를 중단하는 이유 보니...
[월드 투데이] 하버드대학 기부자들이 기부를 중단하는 이유 보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3.12.26 05:45
  • 수정 2023.12.26 0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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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게이 총장은 이날 청문회에서학생들의 '반(反)유대주의 발언'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미국 내 유대계 인사들과 정치인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클로딘 게이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지난 5일(현지 시각) 미 하원 교육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게이 총장은 이날 청문회에서학생들의 '반(反)유대주의 발언'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미국 내 유대계 인사들과 정치인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대부호들이 하버드대학의 반유대주의 논란과 관련해 기부를 잠정 중단하거나 아예 끊고 있다고, 25일(현지 시각) CNN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수백억만장자 렌 블라바트닉(Len Blavatnik)이 하버드대학에 실망해 이 대학에 기부를 중지한 기부자 그룹에 합류했다. 그러나 그는 기부를 영원히 중단하는 것은 아니고, 일시적으로 중지한다고 밝혔다.

블라바트닉 가족재단은 하버드대학의 클로딘 게이 총장이 의회에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이후 하버드에 대한 기부를 중단했다고, CNN이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통해 확인했다.

앞선 지난 5일 미국 하원 교육위 청문회에는 엘리자베스 매길 펜실베니아대학 총장과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학 총장, 샐리 콘블로스 MIT 총장 등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유대인을 학살하자고 주장하는 학생들이 학칙을 위반한 것이냐?”고 질문했다. 세 명의 총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처럼 대학총장들이 반유대주의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취하자 유대인 단체들과 일부 정치권 및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경제계와 금융계 유대인들은 해당 학교들에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압박했다. 미 하원은 이들 대학에 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포브스 추정으로 약 32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블라바트닉도 유대인이며, 그는 하버드가 대학 내 반유대주의 정서를 해결할 때까지 기부를 보류할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말했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졸업생이기도 한 블라바트닉은 이 대학에 엄청난 금액을 기부하고 유대인 운동을 지원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블라바트닉 가족재단이 현재까지 하버드에 기부한 금액은 최소 2억 7천만 달러에 달한다고 이 소식통은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나 러시아에서 자란 블라바트닉은 구소련이 붕괴되고 국영 알루미늄, 석유 회사들이 민영화되는 과정에서 부를 축적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미국 시민이 된 지는 40년이 됐으며, 미국에서 투자와 자선 활동을 폭넓게 확대하고 있다.

블라바트닉은 하버드대학에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지는 않았지만, 유대인 학생들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바란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헤지펀드 억만장자 빌 애크먼(Bill Ackman) 등 다른 대규모 기부자들이 하버드와의 관계를 거의 단절한 반면, 블라바트닉은 기부 재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는 하버드가 더 잘되기를 원합니다. 그는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는 아닙니다.”

이 소식통은 이렇게 밝혔다.

블라바트닉의 기부 잠정 중단 소식은 <블룸버그>에 의해 처음 보도되었다. 하버드대학 측은 이 소식과 관련해 논평하지 않았으며, 블라바트닉 재단 또한 논평을 거부했다.

하버드대학 [사진 = 연합뉴스]
하버드대학 [사진 = 연합뉴스]

역풍

하버드대학을 비롯한 일부 대학들이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에 대한 하마스의 공격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서 일부 기부자들의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10월 말, 1,600명이 넘는 하버드대학 동문들은 캠퍼스 내 반유대주의를 뿌리 뽑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취해질 때까지 기부를 보류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반발은 하버드대학 클로딘 게이 총장과 펜실베이니아대학 및 MIT 총장들이 이달 초 의회 청문회에서 ‘유대인은 죽여도 된다’는 주장이 대학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지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쩔쩔맨 이후 더욱 거세졌다.

이와 관련해 총장직에서 사임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게이 총장이 자신의 증언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블라바트닉의 기부 잠정 중단 결정은 하버드에 커다란 타격을 입히고 있다.

2018년에 그는 하버드 의과대학에 2억 달러라는 기록적인 액수를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바가 있다.

2017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기도 한 블라바트닉은 정치권은 물론 대학에도 돈을 기부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뿐만 아니라 민주당 피트 부티지지의 대선 캠페인에도 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블라바트닉의 기부 중단 소식은 하버드대학이 반유대주의 대응과 관련해 압력을 받고 게이 총장이 개인적으로 표절 혐의를 사고 있는 가운데 터져 나오면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대학은 게이 총장이 문제가 된 “부적절한 인용”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1997년 박사학위 논문을 수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하버드대학은 조기 지원자(early application)가 17% 감소해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수치를 공개했다.

교수진과 함께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갖은 하버드대학 총장

게이 총장은 자신의 논문 수정 계획을 발표하기 직전인 수백 명의 교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온라인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고, 이 문제에 정통한 관계자가 CNN에 확인했다.

그러나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는 표절 논란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타운홀 미팅에서 연설한 교수 12명 모두 게이 총장에게 지지를 보냈다고 한다.

하버드대학은 이 대학 학보인 ‘하버드 크림슨(Harvard Crimson)’에 보낸 성명 에서 게이 총장이 논문에서의 “부적절한 인용” 때문에 논문을 추가로 수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면서 표절과 이 문제를 처리한 대학 측의 태도와 관련해 논쟁을 심화시켰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대학 대변인은 논평을 거부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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