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프랑스 문화예술계, 성추문 제라르 드빠르디유 지지 둘러싸고 '내분'
[월드 프리즘] 프랑스 문화예술계, 성추문 제라르 드빠르디유 지지 둘러싸고 '내분'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1.04 05:44
  • 수정 2024.01.04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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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 [사진 = 연합뉴스]

프랑스 국민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75)가 2020년 이후 총 12건의 강간·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가운데, 지난달 배우, 모델을 포함한 60명 이상의 유명인이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서서 논란이 됐었다. 

지난달 27일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배우, 모델 등 60명에 달하는 프랑스 유명인사들이 강간 혐의 등의 성 추문에 휩싸인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그를 공개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특히 가수이자 제23대 프랑스 영부인이었던 카를라 브루니, 유명 배우 샬롯 램플링 등이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이로부터 불과 일주일 만에 드빠르디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자신의 섣부른 판단에 대해 사과하는 유명인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프랑스 문화·예술계가 내분에 휩싸였다고, 3일(현지 시각)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프랑스 신문 <르 피가로>가 “N’effacez pas Gérard Depardieu(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지우지 마라)”라는 제목으로, 성폭행 혐의로 수사 중인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지지하는 칼럼을 실은 지 일주일 만에 이에 반대하는 칼럼이 다른 매체에 실리자 150명 이상의 유명인들이 이에 동조했다.

지난 1월 1일 진보 매체인 <리베라시옹>에는 “예술을 빙자해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옹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그의 재능을 썩혀서는 안 되며, 심지어 그의 용납할 수 없는 행동까지 변호하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우리는 우리의 이름을 걸고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라는 성명이 실렸다.

서명자들은 나아가 “예술은 면책의 도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는 감독 모니아 초크리, 토마스 졸리, 코미디언 앤 루마노프, 기욤 뫼리스, 여배우 무리엘 로빈, 마릴루 베리, 알렉산드라 라미, 가수 폼, 이마니 등이 지지 서명했다.

“우리는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예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예술의 가치를 옹호한다. 그러나 우리는 예술을 권력 남용, 괴롭힘, 성폭력의 구실로 사용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서명자들은 이렇게 덧붙였다.

드빠르디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또한 성차별과 성폭력 피해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도움받지 못할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잃을지도 모르는 사회에서 낙인과 의혹에 용감하게 저항하고 학대에 맞서는 피해자들의 용기”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술이라는 명분이, 이름이 알려지거나 그렇지 않거나를 가리지 않은 희생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 되며, 예술적 재능이 무도한 행동과 타인의 고결함 대한 공격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앞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TV 프로그램 ‘추적 보도(Complément d'enquête)’가 방송한, 드빠르디유의 여성 혐오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옹호하고 나서 논란이 됐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드빠르디유에 대한 ‘마녀사냥’을 비난하고 난 뒤 심한 비판과 함께 정치적으로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드빠르디유를 반대하는 성명에 참여한 인사들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드는 프랑스는 괴롭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나라가 아니라 피해자 편에 서 있는 나라이다”라고 명시했다.

'내탓이오'와 지지 철회

앞서 <르 피가로>에 게재된 드빠르디유 지지 칼럼에는 감독 베르트랑 블라이어, 배우 샤를로트 램플링, 나탈리 베이, 캐롤 부케, 자크 웨버, 피에르 리차드, 제라르 다르몽, 가수 카를라 브루니, 자크 뒤트론크 등이 지지를 표명했었다.

이들은 “드빠르디유가 이런 식으로 공격을 받을 때, 공격을 받는 것은 예술이다. 예술의 죽음은 우리 자신의 죽음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위대한 배우를 빼앗는 것은 비극이자 패배일 것”이라며 드빠르디유를 축출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런데 일주일 만에 드빠르디유 지지 대열에 동참했던 몇몇 인사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나섰다. 드빠르디유 지지 운동이 보수 잡지 ‘만담(Causeur)’의 필진 중 한 명인 코미디언이자 작가 야니스 에지아디(32)에 의해 주도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애초 드빠르디유를 지지했던 인사들 중 상당수는 지지 청원의 출처에 대해 최소한의 조사도 수행하지 않고 지지 대열에 동참한 사실에 대해 부끄러워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1990년대 후반 영화에 드빠르디유와 함께 출연했던 부케(Bouquet)도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드빠르디유 반대 서명자인 명배우 배우 찰스 베를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입장 때문에 상처를 받았을 이들에게 “나는 드빠르디유 지지 칼럼의 전체 내용에 반대한다. 나는 날마다 극우에 맞서 싸우고 있다.”라고 사과했다.

그리고 배우 자크 웨버는 “저의 어리석음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웨버는 <Mediapart> 기고를 통해 “나는 드빠르디유와의 개인적 친분 때문에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서둘렀습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희생자들과 전 세계에서 고통받는 수천 명 여성들의 처지를 간과하고 서명에 참여했습니다.”라고 말하면서 “내 서명은 또 다른 강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마크롱 대통령은 뭐라고 했나?


<르 피가로>의 칼럼에 지지를 표명한 예술가들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고 공개적으로 제라르 드빠르디유를 옹호하며 그가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었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지난주 <프랑스 5>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제라르 드빠르디유에 수여되었던 국가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Legion of Honour) 훈장 박탈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내가 ‘마녀사냥’에 동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빠르디유는 프랑스와 프랑스의 작품, 우리의 위대한 인물을 전 세계에 알리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프랑스의 자랑입니다.”

마크롱의 이 같은 입장은 그가 여성 폭력 철폐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주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올리비에 포레 사회당 대표는 마크롱이 선거 공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그는 “여성 폭력은 마크롱 대통령 임기의 주요 쟁점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가인 산드린 루소 의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드빠르디유에 대한 마크롱 대통령의 언급은 성폭력 피해자와 관련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또 한 번의 모욕”이라고 말했다.

또, 페미니스트 단체인 ‘제너레이션스 페미니스트(Generation.s Feministe)’는 마크롱의 발언이 성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들, 무엇보다도 드빠르디유를 고발한 여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드빠르디유는 어디에 있나?

이처럼 논란이 거칠어지고 언론의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제라르 드빠르디유는 벨기에에 있는 친구의 별장에 “은둔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르 저널 드 라 메종>에 따르면 올해 75세에 접어든 노배우는 몽생오베르의 한 빌라에서 “은거 생활”을 하고 있다.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딸인 배우 줄리 드빠르디유는 최근 <CNews>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변호하며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는”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를 외친” 남자에 대한 “전례 없는 마녀사냥”을 비난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평생 우상으로 여겨온 사람을 일순간에 매도하는 폭력에 놀랐다”며 그녀의 아버지가 프랑스에 있지 않고, 가족과 함께 이번 연말 연휴를 보내지 않을 것임을 확인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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