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후원논란] 주류 회사의 올림픽 공식 후원은 타당한가...AB인베브, 후원사 선정 둘러싼 논란 가열
[올림픽 후원논란] 주류 회사의 올림픽 공식 후원은 타당한가...AB인베브, 후원사 선정 둘러싼 논란 가열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2.04 07:12
  • 수정 2024.02.0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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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 [사진 = ATI]
올해 하계 올림픽이 열리는 파리 [사진 = ATI]

금년에 치러지는 파리올림픽에서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가 한 맥주 회사를 공식 후원사로 선정하는 문제를 놓고 과연 이것이 올림픽 정신에 합당한지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CNN 등이 보도하고 있다.

IOC는 이달 초 영국 런던의 한 술집에서 획기적인 발표를 했다. 바로 올림픽이 사상 최초로 맥주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정장으로 잘 차려입은 사람들은 이 술집에 몰려들어 환한 미소 속에 서로 맥주병을 부딪치며 양조업체 ‘AB 인베브(AB InBev)’와의 올림픽 공식 후원 계약(partnership)을 축하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스포츠와 맥주가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입에 침이 마르게 늘어놓았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이 파트너십은 완벽한 조화입니다.”

바흐 위원장은 후원사 선정 공식 이벤트인 이 자리에서 “스포츠의 기쁨과 삶의 기쁨”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스포츠와 삶의 기쁨은 한가지라는 말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IOC와 ‘AB 인베브’는 그들의 후원 계약은 무알콜 맥주인 ‘코로나 세로(Corona Cero)’로 대표된다는 점을 부각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또 하나의 맥주 회사인 ‘메켈롭 울트라(Michelob ULTRA)’가 후원 계약을 선도하게 될 2028년의 LA 올림픽에서는 무알콜 맥주도 아닌 아예 일반 맥주를 상표로 내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파리(2024년 올림픽), 밀라노와 코르티나담페초(2026년 동계 올림픽), 로스앤젤레스(2028년 올림픽)에서 열리는 다음 3개의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후원사 선정 소식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금주 운동 단체 등은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인 올림픽 행사가 맥주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열린다는 점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코올과 올림픽은 확실히 이상한 조합입니다. 올림픽 참가를 준비하는 선수들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을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영국 알코올 체인지(Alcohol Change UK)’의 앤드류 미셀 국장은 CNN에 보낸 성명서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IOC에 따르면 3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시청했다. 이렇게 보면 올림픽 후원사 선정이야말로 주요 브랜드들로서는 성배나 마찬가지이다.

‘AB 인베스’는 코카콜라(Coca-Cola), 비자(Visa), 딜로트(Deloitte) 등과 함께 최고 수준의 올림픽 후원 프로그램인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에 최근 참여한 기업이다.

특히 맥주 회사에게 스포츠 시장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에 해당한다. 마케팅 컨설팅 업체 ‘Sportcal’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의 경우 세계 30대 주류 브랜드와 281건, 총 7억 6,450만 달러에 달하는 스포츠 후원 계약이 활발히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AB 인베브’는 IOC와의 구체적 후원 거래액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중보건 측면에서 본다면 세계적으로 알코올 마케팅을 제한하려는 노력이 있어 왔고, WHO(세계보건기구)는 2022~2030년 ‘글로벌 알코올 행동 계획(global alcohol action plan)’을 통해 이 분야를 특히 “낮은 규제가 적용되는” 부문으로 규정했다.

WHO는 또한 알코올 광고 금지, 후원·판촉 금지 및 엄격한 규제 적용을 포함하여 전 세계적으로 알코올 피해를 줄이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는 암, 고혈압, 심장병, 우울증 등 건강 위험 증가에서부터 신체적, 성적 폭력, 치명적인 교통사고에 이르기까지 각종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2020년 미국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 성인 남성의 13%, 여성의 9%가 알코올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는 알코올 마케팅이 효과가 있다는 것과 소비자는 어릴 때부터 주류 브랜드와 브랜드 전략에 익숙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공중보건 연구에 집중하는 리버풀 대학교 법학과 아만딘 가르드 교수는 CNN에 이렇게 주장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마케팅은 소비자 선호도와 구매, 그리고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IOC와 후원 계약을 앞두고 있는 ‘AB 인베브’의 무알콜 맥주 ‘코로나 세로(Corona Cero)’ [사진 = ATI]
IOC와 후원 계약을 앞두고 있는 ‘AB 인베브’의 무알콜 맥주 ‘코로나 세로(Corona Cero)’ [사진 = ATI]

IOC와 ‘AB 인베브’는 이번 후원 계약을 무알콜 맥주에 대한 시장 확대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무알콜 맥주는 수십 년 동안 시장에서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인기가 상승하는 중이다.

미국의 시장조사 업체 ‘NielsenIQ’에 따르면, 2022년 5월 14일에 발표된, 그 전해의 미국 무알코올 맥주 소매 판매는 21% 증가한 3억 1,6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AB 인베브’, ‘하이네켄(Heineken)’, ‘몰슨 쿠어스(Molson Coors)’ 같은 주류 기업들은 무알콜 제품 판매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AB 인베브’의 최고 마케팅 책임자인 마르셀 마르콘데스는 CNN스포츠에 “이번 파트너십 모토의 일환에는 소비자가 무알코올 맥주로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올림픽 게임을 즐길자는 캠페인도 포함됩니다.”라고 말했다.

“무알콜 맥주 ‘코로나 세로’가 그 캠페인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우리 전략의 핵심 부분이 될 것입니다.”

그는 절제가 ‘AB 인베브’의 메시지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무알콜 음료가 “사람들이 맥주에 접근하는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고 주장했다.

IOC의 바흐 위원장은 지난달 ‘AB 인베브’와의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무알콜 맥주 ‘코로나 세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회적 책임, 건강한 라이프스타일 추구”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 메시지에 화답하는 것은 아니다.

가르드 교수는 “IOC가 알코올 소비가 그 자체로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업계의 “책임 있는 소비”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은 소가 웃을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무알콜 맥주는 최근 인기가 상승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일반 맥주에 비해 시장 점유율은 미미하며, 금주 운동 단체들은 무알콜 맥주가 공중보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이다.

“절주나 금주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것과 처음 술을 접하는 젊은이들에게 무알콜 맥주 광고를 하고 이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것 사이에는 논란이 여전하다고 생각합니다.”

‘알코올 건강 연합(Alcohol Health Alliance)’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이안 길모어는 CNN스포츠에 이렇게 말했다.

특히 알코올 주류와 무알코올 주류 간에 시각적 차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음료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방식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더비 대학의 심리학 강사인 알렉스 바커는 CNN스포츠에 “‘코로나 세로’, 즉 무알코올 버전의 코로나 맥주는 일반 코로나 브랜드와 주요 특질을 공유합니다.”라고 말했다.

“스포츠를 관람하며 맥주 광고를 접하는 사람들은 이것이 무알콜을 강조하는 것인지 아니면 ‘코로나’라는 상표로 대표되는 기업 브랜드로 받아들일지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술 광고가 아니라는 면죄부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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