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이제 그만 오라" 관광객들을 문전박대하는 해외 유명 관광지들
[월드 투데이] "이제 그만 오라" 관광객들을 문전박대하는 해외 유명 관광지들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1 06:14
  • 수정 2024.04.0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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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말라게타 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수영 바지만 입은 채 책을 읽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겨울에도 온화한 날씨를 자랑하는 스페인 남부 말라가의 말라게타 해변에서 한 관광객이 수영 바지만 입은 채 책을 읽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유럽의 일부 유명 관광지들에서, 지역 주민들이 몰려드는 관광객들 등쌀 때문에 관광객들에게 적의를 드러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31일(현지 시각) 유로뉴스가 보도했다.

매년 수백만 명의 관광객들이 인기 있는 관광지 중 하나인 스페인의 코스타 델 솔(Costa del Sol)과 말라가(Málaga)를 방문하지만, 현재 주민들은 “이제 됐으니 그만 오라”고 손사래를 친다.

관광객 증가로 자신들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는 말라가 주민들은 이제 자신들의 감정을 거침없이 표현하고 있다. 코스타 델 솔 중심부에는 방문객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는 문구들이 보라는 듯이 벽과 문 들에 대거 게시되어 있다.

말라가의 거리를 걷다 보면 “여기는 원래 내 집이었다.”거나 “이곳은 우리의 중심지였다.”, “냄새나는 관광객들은 집으로 꺼져라.” 같은 낙서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말라가 주민들은 왜 관광객들을 싫어할까?

코스타 델 솔은 화창한 기후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 덕분에 원래부터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오던 도시였는데, 최근에는 디지털 유목민들(digital nomads)까지 가세해 관광객들로 훨씬 더 붐비고 있다.

상당수 현지 주민들은 관광객들에게 시달릴 만큼 시달렸다고 여긴다. 말라가에서 ‘드렁코라마(Drunkorama)’라는 유명 바를 운영하는 다니 드렁코는 관광객 반대 문구를 인쇄하여 도시 곳곳에 게시하는 ‘스티커 부착 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는 이 아이디어를 자신의 바를 즐겨 찾는 현지 주민들로부터 얻었다.

지역 신문인 <Diario Sur>와의 인터뷰에서 드렁코는 자신이 10년 동안 세 들어 살았던 집에서 “쫓겨난” 뒤 이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의 집주인이 자신과의 재임대를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그 집을 사겠다고 하자 집주인이 이 또한 거절했다고 한다. 집주인들이 관광객을 위한 단기 임대로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민들이 관광객들에 넌더리를 치면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나는 그냥 관광객 반대 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만 제시했는데 주민들이 엄청나게 호응하고 있습니다.”

드렁코는 이렇게 설명했다.

“말라가 중심가는 오랫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 바를 수리할 일이 있어도 철물점이 없어서 공구를 사지 못합니다. 관광객들에게 철물점은 필요 없기 때문이지요.”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지역 정치인 다니 페레즈는 주민들의 불만 고조에 편승하며 X(트위터)에 메시지를 남겼다.

“말라가의 거리를 걷다 보면 관광객 임대용 자물쇠가 없는 주거용 건물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는 이 도시의 시장인 파코 데 라 토레가 “말라가 주민들의 고통을 등한시하면서 토착 주민들을 고향에서 내쫓고 있다”며 이렇게 비난했다.

지난해 11월, 온라인 매체 <The Local Spain>의 현지 기자는 말라가가 “비수기임에도 이전보다 확실히 더 붐빈다”고 보도했으며, “관광객용 임대 자물쇠가 없는 곳이 없으며 몇 달 사이 레스토랑 음식 가격도 크게 올랐다”고 주장했다.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 말라가주 코스타 델 솔의 임대 시설에 관광객들을 위한 자물쇠들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 = X 캡처]
스페인의 유명 관광지 말라가주 코스타 델 솔의 임대 시설에 관광객들을 위한 자물쇠들이 설치되어 있는 모습 [사진 = X 캡처]

말라가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토록 인기 있는 이유는?

스페인 말라가주의 본거지인 코스타 델 솔은 수년간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2023년에는 1,400만 명의 국내 및 해외 관광객이 몰리는 기록을 보였으며, 상당수의 관광객들은 이 도시에 눌러앉아 거처를 삼고 있다.

스페인 국립통계청(INE)의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말라가로 이주하는 신규 거주자 10명 중 8명은 외국인이다.

하지만 도시의 모습을 바꾸는 것은 일반 관광객뿐만이 아니다. 구글을 포함해 630여 빅테크 기업들이 말라가에 지사를 개설하면서 말라가는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거듭나고 있다.

이는 쾌적한 근무 환경과 따뜻한 기후의 조합에 매력을 느끼는 수천 명의 국제 원격 근무자와 디지털 유목민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말라가 원주민들은 자신들이 나고 자란 도시에서 비싼 임대료 때문에 밀려나고 소외되고 있다고 여기면서 이제 됐으니 그만 오라고 불만을 표출한다.

넘치는 관광객 때문에 원주민들이 짜증을 내는 다른 도시들은?

지난 3월 초, 스페인 영토인 카나리아제도에는 관광객들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소리치는 낙서가 등장했다.

사계절 태양이 내리쬐고 따뜻한 날씨를 자랑하는 카나리아제도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항상 인기 있는 여행지이며, 관광업은 이 제도의 가장 큰 돈벌이 수단이다.

카나리아제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섬 중 하나인 테네리페는 최근 물 부족 사태를 선포했다. 일부 관광지는 주민 주거지보다 최대 6배나 물을 더 사용함으로써 식수와 농업용수 비축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인근 그란 카나리아 섬에서는 ‘관광객과 디지털 유목민은 집으로 돌아가라’라는 벽보가 나붙었다. 지역 신문인 ‘Canarian Weekly’는 이를 두고 ‘관광 공포증’이라고 보도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8월 발레아레스 제도 마요르카에서는 주민들이 해변들을 따라 “해파리 조심”, “낙석 주의”라는 문구가 적힌 가짜 표지판을 세웠다.

그런데 영어로 작성된 이 경고판들 밑에는 현지인들만 알 수 있는 카탈로니아어로 “문제는 낙석이 아니라 관광객입니다.”, “외국인과 해파리를 제외하고 해변은 개방됩니다.”라는 문구가 작게 표시되어 있었다.

한편, 넘치는 관광객으로 인한 문제는 스페인에서만 벌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유럽 국가들이 관광세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베니스는 위기에 처한 운하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크루즈 선박의 입항을 금지하고 있다.

또, 암스테르담 당국과 원주민들은 주로 영국인들로 이루어진 주정뱅이 관광객들을 경계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교토에서는 도시가 ‘테마파크’가 되지 않도록 도로를 봉쇄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다른 유명 관광지들도 더 이상 수용할 인프라가 없으니 찾아오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다.

하와이는 많은 사람들의 버킷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지만, 여전히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접객 시스템 부족, 도로 혼잡, 90분이 넘는 레스토랑 대기 시간 등으로 인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관광객 박대 현상은 전 세계적인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현지 주민들이 앞서서 관광객 반대 운동을 벌이는 곳은 스페인이 유일하다.

“당신이 마시는 맥주에 우리가 침을 뱉었다. 건배!”

작년 바르셀로나의 낙서에는 이렇게 씌어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객들은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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