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투데이] 증가하는 여객기 사고…비행은 정말 안전한가?
[월드 투데이] 증가하는 여객기 사고…비행은 정말 안전한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31 06:12
  • 수정 2024.03.31 0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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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공황 활주로 주변에 사고로 부셔진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잔해 [사진 = 연합뉴스]
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공황 활주로 주변에서 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의 잔해 [사진 = 연합뉴스]

올해 들어 유난히 비행기 안전사고 소식이 늘어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비행기를 타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월 15일 알래스카 항공(Alaska Airlines)의 보잉 737 맥스(Boeing 737 Max) 항공기 도어 플러그가 터져 동체에 큰 구멍이 생기면서 승객들의 휴대폰과 옷이 강제로 날아가고 산소마스크가 떨어졌다. 이 여객기는 긴급 회항해 포틀랜드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전 세계에서 운항하는 동일 기종 항공기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일으켰다.

또 다른 보잉 제트기도 급강하하는 사고를 일으키면서 승객들이 기내 천장에 내던져지면서 수십 명이 부상을 입어 착륙 후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그리고 도쿄공항에서는 여객기와 군용기가 충돌해 지진 대응 업무차 탑승했던 일본 해안경비대원 5명이 숨졌다.

그런가 하면 200파운드짜리 여객기 바퀴가 이륙 중에 이탈하면서 주차된 차량에 충돌하는 등의 사소한 사고는 더 많이 발생했다. 비행기 엔진에 불이 붙는가 하면 판넬이 떨어진 채 착륙한 여객기도 있었다. 이 사건들 모두 소셜미디어에서 모델 킴 카다시안만큼이나 큰 주목을 끌었다.

CNN방송은 30일(현지 시각) 비행기를 타는 것이 여전히 안전한지에 대한 질문에 새삼스럽게 대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 매체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가장 빠른 대답은 비행은 다른 어떤 이동 수단보다 안전하며, 특히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타는 자동차보다 훨씬 안전하다는 것이다.

“공항에 도착해 가압식 튜브(비행기)에 탑승하는 것이 그 어떤 여행보다 안전합니다.”

비행기 사고 조사관이자 앰브리리들 항공대학교(Embry-Riddle Aeronautical University)의 항공 안전 교수인 앤소니 브릭하우스는 이렇게 주장했다.

“공항까지 차를 몰고 가는 게 더 위험합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미국 항공 산업이 거의 완벽한 안전 기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무사고 15년

2009년 1월 뉴욕주 버팔로에서 지역 제트기가 추락해 탑승자 49명, 지상 인원 1명이 사망한 이후 미국의 정기 상용 항공편에서 항공기 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단 5명 뿐이다.

• 2013년에는 아시아나항공(Asiana Airlines) 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 활주로에 닿기 전에 착지하면서 승객 3명이 숨졌다.

• 2018년 사우스웨스트(Southwest) 항공기의 엔진 커버가 떨어져 나가 앉아 있던 승객 자리 옆 창문에 충돌하면서 이 승객이 사망했다.

• 2019년 알래스카 시골에서 경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져 승객 1명이 사망했다.

이에 비해,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정확히 집계된 2003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의 일반 도로와 고속도로에서는 하루 평균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는 매시간 자동차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평균 숫자가 15년 동안 미국 상업용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수와 거의 맞먹는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미국 상업 항공기가 아닌 다른 형태의 비행은 그다지 안전하지 않다.

2009년 이후 개인용 제트기와 같은 ‘주문형(on demand)’ 비행기에서는 거의 300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아마추어 조종사가 조종하는 경비행기 등의 일반 항공 분야에서는 약 5,500명이 사망했다.

상업용 항공은 대중교통 수단 중에서 가장 안전한 기록을 갖고 있고, 철도가 그 다음을 잇는다.

미국 철도의 경우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통근열차와 암트랙(Amtrak) 노선에서 71명의 승객이 사망했다. 그러나 여객 열차는 비행기나 자동차보다 총 이동 거리가 훨씬 적다.

따라서 비행기 여행이 훨씬 장거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 상업용 항공사를 이용하는 것보다 지상 이동 수단이 확실히 훨씬 더 위험하다.

미국 항공안전재단(Foundation for Aviation Safety) 이사이자 보잉을 가혹하게 비판하는 에드 피어슨은, 자신도 비행기 여행이 안전하다는 통계는 알고 있지만, 보잉의 품질 관리를 믿지 못하기 때문에 여전히 ‘보잉 737 맥스(Max)’ 기종의 탑승을 거부한다.

그는 자신 뿐만 아니라 가족의 탑승도 말린다. 그는 자신이 이 기종에 올라탄 사실을 나중에 깨닫고 출발 직전에 맥스에서 내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어슨은 대부분의 비행기, 심지어 많은 구형 보잉 모델의 탑승은 꺼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맥스(Max) 기종을 방정식에서 제외하면 비행은 매우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보잉 737맥스 여객기 동체 조사하는 美 당국 :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이 지난 1월 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비행 중 뜯겨나간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의 비상구 덮개(도어 플러그)를 살펴보고 있다. 앞선 1월 5일 177명을 태우고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이 여객기는 이륙 직후 동체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비상 착륙했다. [사진 = NTSB 제공]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조사관이 지난 1월 7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비행 중 뜯겨나간 알래스카 항공 1282편 보잉 737 맥스 9 항공기의 비상구 덮개(도어 플러그)를 살펴보고 있다. 앞선 1월 5일 177명을 태우고 포틀랜드에서 출발한 이 여객기는 이륙 직후 동체에 구멍이 생기는 바람에 비상 착륙했다. [사진 = NTSB 제공]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재앙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간의 안전 기록이 미래의 안전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상업 항공 비행에서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 기록은 실무 주역들인 항공 당국, 항공사 및 항공기 제조업체의 노력에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물론 세 그룹 모두에 대해 날카로운 비난이 계속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 결과는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각각의 경우에 상황이 조금만 달랐다면 결과는 훨씬 더 나빴을 수도 있다.

미국 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에 따르면, 도어 플러그 문제를 일으킨 알래스카항공 여객기는 도어 플러그를 제대로 결속하는 데 필요한 4개의 볼트가 빠진 채 두 달 이상 비행했다.

도어 플러그가 이탈하기 전까지 1만6,000피트 상공에서 153번이나 비행을 한 것이다. 그 중 22편은 하와이와 美 본토 간 운항이었다.

만일 이 사고가 정상 운항 고도인 3만5,000피트 상공에서 발생했거나 착륙 몇 시간을 앞두고 태평양 상공에서 문이 개방되었거나, 이탈한 플러그가 곧바로 뒤로 날아가 비행기 꼬리를 파괴했다면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간 있었던 가장 큰 사고도 아니다. 1년 전만 해도 항공 안전에 대한 논의는 보잉 항공기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美 국내 공항 활주로에서 아슬아슬하게 비껴간 사고들이 보도된 이후 활주로 안전이 심각하게 지적되고 있는 것이다.

활주로에서의 재난 모면

2023년 2월 4일, 활주로에 150피트 이내로 접근하던 FedEx 제트기의 조종사는 사우스웨스트 제트기가 같은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난해 초에 가까스로 사고를 면한 5건의 사건 중 하나였다.

이 5건 중에는 2017년 7월에 19시간이나 잠을 자지 못한 기장이 조종한 에어캐나다 제트기 사건이 있다. 당시 이 제트기는 승객을 가득 싣고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의 유도로에서 이륙을 기다리고 3대의 여객기와 충돌할 뻔했다.

나중에 교통안전위원회는 에어캐나다 제트기가 지상에서 100피트 이내로 접근했다가 지상의 여객기와 가까스로 충돌을 피하고 다시 이륙했다고 판단했다. 교통안전위원회는 마지막 순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했다면 4대의 비행기에 타고 있던 1000명 이상이 사망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항공 역사상 최악의 재난이 되었을 겁니다.”

브릭하우스 교수는 이렇게 분석했다.

“조종사, 관제사, 정비사 등은 모두 인간이고 인간은 실수를 합니다. 우리는 실수가 발생하더라도 비극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시스템을 설계할 뿐입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피어슨은 항공 안전 시스템이 전례 없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규제 기관, 항공사, 그리고 보잉과 같은 항공기 제조업체는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스템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관제 인력, 조종사, 유지 보수 인력, 제조 인력이 부족합니다.”

만연한 과신

피어슨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미국 항공 시스템의 안전성은 개선할 필요가 없다는 터무니없는 자신감이다.

그는 “자신감이 넘쳐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모든 것을 경시하고 시스템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역으로 안전에 금이 가고 있습니다. 그건 올바른 사고방식이 아니라 사람을 죽이는 사고방식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릭하우스 교수는 현재 운항 중인 비행기들은 안전하다고 믿는다. 그는 알래스카항공 사건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였지만 그 자체로는 심각한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 경각심을 일으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 분야에서는 언제나 안전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항공산업 자체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나 알래스카항공 사건의 파장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모두가 예민해졌습니다.”

브릭하우스 교수는 피어슨보다 항공 시스템의 안전에 대해 더 확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탑승을 꺼리거나 737 Max와 같은 기종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을 무시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공항에서의 사고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우려를 갖고 있다.

“운을 믿지는 않지만 활주로에서의 아슬아슬한 사건들이 재앙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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