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케이트 미들턴의 암 진단으로 드러난 젊은 세대의 암 증가 추세
[월드 프리즘] 케이트 미들턴의 암 진단으로 드러난 젊은 세대의 암 증가 추세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3.30 06:53
  • 수정 2024.03.30 0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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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비 [사진 = 연합뉴스]
암 투병 사실을 공개한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자빈 [사진 = 연합뉴스]

찰스 3세 영국 국왕에 이어 윌리엄 왕세자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까지 암 진단을 받으면서 영국 왕실이 전례를 찾기 어려운 위기에 처한 가운데 CNN방송은 29일(현지 시각) 젊은 세대에서 암 진단이 증가하고 있다는 칼럼을 실었다.

칼럼의 필자 자랄 베이그(Jalal Baig) 박사는 시카고에 거주하는 의사이자 워싱턴포스트, NBC뉴스 등에 글을 기고하는 작가이다. 다음은 칼럼의 전문이다.

최근 올해 42세인 영국 왕세자빈 케이트 미들턴의 암 진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들은 필자는 종양학자의 입장에서, 가슴은 아팠지만, 별로 놀라지는 않았다.

50세 미만의 성인에게 발생하는 조기 발병 암은 최근의 추세로 보면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비교적 젊은 세대에서 암 발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는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암이 노년층의 전유물이라는 통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필자는 지난주에도 이미 암세포가 림프절, 뼈, 폐, 간으로 전이된 37세의 유방암 환자를 대했다.

또, 옆 진료실에는 대장암을 앓고 있는 45세의 남자가 있었는데, 그의 대장암 세포는 간 전체까지 고루 퍼져서 종양으로 가득 차고 비대해진 상태였다. 두 환자 모두 일정 시간 이상을 버티기 힘든 4기 암을 앓고 있다.

영국 종양학 학술지 ‘BMJ Oncology’가 실시한 2023년 연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조기 발병 암 발생률은 79.1% 증가했고, 조기 발병 암 사망은 27.7% 증가했다.

지난해 이러한 추세에 대해 자세하게 다룬 ‘미국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서 유방암은 젊은 세대의 암 중 가장 많은 건수를 차지했으며 위장관암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장관암의 이러한 충격적인 증가만으로도 젊은 세대의 암이 던지는 의미와 위험성을 포착할 수 있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의 의학 종양학자인 키미 응 박사는 작년에 <보스턴 글로브>에 “1990년에 태어난 사람들은 1950년에 태어난 사람들에 비해 대장암에 걸릴 위험이 두 배 이상 높고, 직장암에 걸릴 확률은 네 배 이상 높습니다.”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렇게 조기 발병 암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젊은층의 암 증가 이유를 밝히고 고위험군을 식별하는 것이 시급해졌다.

이 대답의 일부는 지난 세기 중반에 일어난 영양과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듯하다. 특히, 인류의 유전적 위험성이 지난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젊은 세대의 암 증가는 환경과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따라서 조기암 발병 요인으로 초가공 식품, 고당도 음료, 붉은 고기, 흡연, 알코올, 수면의 변화, 비만 및 신체 활동 부족 등을 꼽을 수 있겠다. 이러한 요인들은 단독으로, 또는 함께 작용하여 신진대사를 어지럽히고 염증을 증가시켜 우리 몸의 내부 과정을 변화시킬 수 있다.

현재 신체 내부에 존재하는 수조 개의 미생물인 장내 미생물군집의 변화가 암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키는지 여부를 조사하는 추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 미생물 군집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소화와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잘못된 식습관, 과도한 항생제 사용 및 특정 의약품은 이 미생물군집에 격변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는 암을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빈 [사진 = 연합뉴스]
윌리엄 왕세자와 케이트 왕세자빈 [사진 = 연합뉴스]

암은 수십 년에 걸쳐 DNA 변화가 축적된 결과 종양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질병이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 암 진단을 받은 사람은 유아기 때나 자궁 내에서 암 위험 요인에 노출되었을 수도 있다.

현재 산모의 제왕절개와 조기 진통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는 합성 프로게스테론류의 위험성과 관련된 연구도 여기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필자가 정기적으로 암 클리닉에서 만나는 젊은층 암 환자들에서 볼 수 있듯이 비만과 생활 방식만으로는 암 진단을 받는 모든 젊은 환자를 설명할 수 없다. 필자가 치료하고 있는 많은 암 환자들은 건강하고, 현명하게 섭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따라서 그들의 암 발병 원인은 여전히 ​​과학의 이해 범위를 벗어나 있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타우식 암 연구소(Cleveland Clinic Taussig Cancer Institute)’의 위장관 종양학자이자 새로 출범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조기 발병 대장암 센터’의 회원인 수닐 카마스 박사는 “우선 말할 수 있는 대답은 우리가 이에 대해 정말로 모른다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이러한 조기 발병 암에 대한 과소 진단(underdiagnosis)이 만연하고 있기 때문에 발병할 경우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차 진료 의사들은 50세 미만의 암 발병률 증가 추세를 인지하고, 환자가 젊다는 이유로 증상을 경시해서는 안 되도록 수련 시절부터 교육받아야 한다.

또 다른 측면으로, 젊은 세대는 몸이 보내는 지속적인 증상을 무시해서는 안 되며, 암의 가족력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암을 최종적으로 진단하기까지의 과정이 지루하다는 이유로 젊은 환자들이 자기 몸을 적극적으로 지키는 일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조기 발병 암은 상당히 진행된 단계에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때는 장년층의 암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다르고 더 위험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암은 특별히 공격적이라기보다는 진단 지연으로 전이된 경우가 많다.

일단 치료가 시작되면 20대, 30대, 40대, 나이별로 위험성도 다르다. 항암제는 치료 시작 후 수년이 지나면 심혈관 문제와 2차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또, 젊은 환자는 임신이나 생식력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할 수도 있다. 여기에다 화학 요법 후 일상에 복귀했을 때 인지 손상의 가능성도 있다.

“환자가 대학생이라면 화학 요법을 받는 동안 학업을 걱정해야 하고, 젊은 부모라면 부모로서의 책무 때문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대하는 것은 괴로운 일입니다.”

카마스 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좀 더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인데 말입니다.”

젊은층의 암 치료에 따른 사회의 고통 증가 때문에 관련 자금 조성, 추가 연구, 교육 캠페인 및 예방 수칙 개정을 위한 공동 노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다.

이미 해당 노력들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 질병 예방 전문가로 구성된 자원봉사 단체인 ‘미국 예방 서비스 태스크포스(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는 유병 가능군의 경우에는 대장암 검진을 45세부터 시작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암 퇴치 노력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연령층이 걱정스러울 정도로 그 성과에서 예외가 된다면 진정한 성취라 할 수 없다. 영국 왕세자빈의 암 발병 공개는 앞으로 이 분야에서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을 상기시켜 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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