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80만명의 중남미 소국 가이아나 대통령이 최근 서방 언론에 출연해서 한 '기후변화' 발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연일 화제다.

2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에 따르면 모하메드 이르판 알리 가이아나 대통령은 지난달 공개된 영국 BBC 방송 '하드 토크'에 출연, '석유는 가이아나에 축복인가 저주인가'라는 주제로 진행자와 대담을 나눴다.

23분짜리 대담에서 초반에는 차분한 어조로 답변하던 알리 대통령은 진행자가 '많은 전문가에 따르면 당신 나라의 해저(유정)에서 20억t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한다'고 하자 "그쯤에서 멈춰라"라며 말을 끊었다.

알리 대통령은 "가이아나에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면적을 합친 크기의 숲, 19.5Gt(기가톤)의 탄소를 저장하는 숲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숲이 있다고 해서 탄소를 배출할 권리가 있느냐'는 진행자의 추가 질문에 "당신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우리를 가르칠 권리가 있느냐"고 발끈했다.

이어 "내가 기후변화에 대해 강의해보겠다. 왜냐하면 우리는 당신들과 전 세계가 누린, 우리에게 대가를 지불하지도 않고 소중히 여기지도 않은 이 숲을 지켜왔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세계에서 삼림파괴율이 가장 낮다. 그거 아느냐. 최대 규모 석유·가스 탐사에도 우리는 여전히 넷제로(탄소중립) 수준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리 대통령은 특히 답변을 끊으려는 진행자에게 "아직 내 말 안 끝났다"며 "이것이 지금 이 세상에 존재하는 위선"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신과 당신의 체제는 산업혁명을 통해 환경을 파괴해놓고 이제는 우리를 가르치려 드는 이들의 편에 있느냐"고 하는 등 계속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갔다.

가이아나는 2015년 미국 엑손 모빌에 의해 매장량이 해저 광구가 처음 발견된 이후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유를 생산·수출했다. 석유 매장량은 110억 배럴 이상으로 추정된다.

한때 남미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산유국이 되면서 2020년 이후 연 30%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외국인 투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가이아나 영토인 에세퀴보강 서쪽 15만9천500㎢ 지역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인접 국가인 베네수엘라와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kkang@wikileaks-kr.org

강혜원 기자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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