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의대교수·개원의도 근무 축소
‘의료공백’ 새 국면 맞나
‘의대 2000명 증원’을 두고 정부와 의료계 갈등이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오늘(1일) 의료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를 한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전날 밤 10시 35분 언론 공지를 통해 “의료 개혁, 의사 증원 추진 경과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서 여전히 궁금해한다는 의견이 많아 대통령이 내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직접 소상히 설명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지난해 11월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한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의정 대립이 답보상태에 놓인 건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해서다. 정부는 2000명 증원을,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를 고집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담화는 총선을 앞두고 여당 내에서 2000명 증원에 대한 신중론이 나오자, 직접 나서 목소리를 낼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담화에서 증원 규모에 대해 자세한 입장을 밝힐지가 관건이다. 전공의에 이어 의대 교수·개원의까지 진료를 줄여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의정 갈등이 새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현재 빅5 병원 교수 5947여명 가운데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제출 의사를 밝힌 인원은 총 2899명으로 전체의 49% 정도다. 빅5 병원은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을 말한다.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이 병원 교수 1400여명 중 450명(32%) 이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했거나 할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하는 울산대 의대 교수 비대위는 교수 767여명 중 433명(56%)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세브란스와 연계된 연세대 의대 비대위는 교수 1300여명 중 629명(48%)이 의대 학장 앞으로 사직서를 일괄 제출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수련병원인 성균관대 비대위는 교수 880여명 중 627명(83%)이 자발적 사직에 찬성했다고 밝혔으며, 가톨릭대 의대에서는 1600여명 중 760명(48%)이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오늘부터 근무시간을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으로 조정하고 외래 진료를 줄인다. 전국 20개 의대 비대위가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전의교) 비대위는 4월 1일부터 24시간 연속근무 후 다음 날 주간 업무 ‘오프’를 원칙으로 하며, 이 조건에 맞춰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유지하기 위해 수련병원별로 외래와 수술을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전국 39개 의대가 모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또한 지난달 25일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시작했으며, 4월 1일부터 외래 진료를 최소화해 중증·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기로 했다.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단축 진료에 나선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31일 비대위 회의 후 백브리핑에서 “그동안 참여하지 않았던 개원의들도 다음 주부터 주 40시간 축소 진료를 시작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며 “주 5일 진료 방식은 아니고 법에서 정한 테두리 안에서 주 40시간 정도 진료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의협 비대위에서 참여를 강요할 순 없지만 이전에도 나왔던 얘기인 만큼 준비하고 계셨던 분들은 (바로)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맞서 더 강화된 비상진료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최근 제25차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중증·응급환자 의 진료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환자실과 응급실 운영상황을 보다 면밀히 점검하고, 1차(2월 19일), 2차(2월 28일) 비상진료대책에 이어 보다 강화된 제3차 비상진료대책을 마련할 것을 복지부에 지시했다. 그는 “정부가 내년도 예산 중점 투자 방향으로 ‘의료개혁 4대 과제 이행을 위한 5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고 의료계에 대화 참여를 제안했음에도 이에 응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며 “의료계는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조 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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