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이스라엘의 정치사회 갈등...하마스 공격 이후 수면 아래에서 재부상
[월드 프리즘] 다시 거리로 뛰쳐나온 이스라엘의 정치사회 갈등...하마스 공격 이후 수면 아래에서 재부상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2 06:39
  • 수정 2024.04.02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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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퇴진 등을 외치며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 [사진 = 연합뉴스]
네타냐후 퇴진 등을 외치며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앞에 모인 시위대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뒤 수면 아래로 숨어들었던 이스라엘의 정치, 사회적 분열 양상이 다시 대규모 거리 시위를 통해 공개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고, 1일(현지 시각) BBC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에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이 가져다준 충격으로 국가적 단결이 요구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한동안 잠잠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주말 10만여 명의 시위대가 다시 한번 이스라엘의 거리로 나섰다.

현재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치르는 전쟁 방식은 이 나라의 최장수 총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결의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예루살렘에서 경찰은 도시의 남북을 관통하는 주요 도로인 베긴 대로를 봉쇄한 시위대를 진압하기 위해 스컹크 물대포(시위자들에게 분사하는 악취가 나는 더러운 액체)를 동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사임과 조기선거를 요구하는 기존의 슬로건은 아직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는 134명의 이스라엘 인질을 석방하기 위한 즉각적인 협상을 요구하는 새로운 슬로건과 섞여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 아직 석방되지 못한 인질들 일부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질들의 가족과 친진들 및 시위대는 석방 협상이 불가능해지면 더 많은 인질들이 죽을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요일 저녁 10만여 명이 이스라엘 의회 주변의 넓은 거리를 가득 메웠을 때 가자지구 전쟁에 참전 중인 이스라엘 군인을 아들로 둔 카티아 아모르자는 인터뷰를 위해 잠시 확성기를 내려놓았다.

“오늘 아침 8시부터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제 저는 네타냐후에게 비행기 일등석 티켓을 끊어줄 테니 이스라엘을 떠나서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고 요구합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우리 사회의 가장 암적인 존재들인 그의 정부 사람들도 다 데려가라고 외칩니다.”

그녀가 이렇게 외치는 동안 한 랍비가 길을 건너와 취재진과 만났다. 그는 이스라엘인들이 성전산(Temple Mount)이라고 부르는 지역, 즉 이슬람 측 입장에서는 예루살렘에 있는 세 번째로 성스러운 모스크인 알 아크사(al Aqsa)에서 유대인들이 기도를 올리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장본인인 예후다 글릭이었다. 그는 초정통파 유대교도이자 극우 인사로 알려져 있다.

랍비 글릭은, 시위대는 진짜 적이 네타냐후 총리가 아니라 하마스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는 네타냐후 총리가 매우 인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들이 더 악에 받쳐 있는 겁니다. 저들은 네타냐후가 아직도 권력을 잡고 있다는 사실이 용납이 안 돼서 오랫동안 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여온 겁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나는 시위는 얼마든지 벌여도 좋지만 민주주의와 무정부 상태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무너뜨리지 말 것을 촉구합니다.”

반면에 시위대와 이스라엘 국내외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의 적은 극우주의 정치에 의존하는 그의 정부에 있다고 믿고 있다.

이스라엘 극우 정치 세력 중에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 이끄는 ‘종교적 시온주의(Religious Zionism) 정당’도 있다. 이 당의 의원 중 한 명인 오하드 탈은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압박 외에 다른 어떤 조치로 인질을 구출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마스가 협상을 통해 쉽게 인질을 내주고 우리가 그들을 격퇴하도록 방치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인질이 모두 풀려나고 모든 문제가 한 방에 해결될 수 있는 버튼이 있다면 모든 이스라엘인이 이 버튼을 누를 것입니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야말로 조국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말해왔다. 그리고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이 그를 믿었다.

그는 평화협정이라는 과정을 거치며 양보나 희생을 치르지 않고도 팔레스타인을 관리하고 유대인들이 원하는 점령지에 정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하지만 하마스가 담장을 넘은 지난해 10월 7일 모든 것이 바뀌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사진 = 연합뉴스]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마스가 그렇게 충격적인 모습으로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 있게 만든 보안상의 책임이 네타냐후 총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수를 신속하게 인정한 그의 보안 책임자들과 달리 네타냐후 총리는 어떠한 책임도 인정한 적이 없다.

그 결과 그의 태도에 격분한 수천 명이 일요일 저녁 예루살렘 거리로 쏟아져나와 경찰과 대치했다.

40세가 넘은 이스라엘인들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정치에서 지배적인 인물이 아니었던 시절을 기억한다.

네타냐후는 유엔(UN)에서 이스라엘을 대표하는 직을 수행하다가 1996년 ‘오슬로 협정(Oslo peace process)’을 반대하는 기치를 내걸고 가까스로 승리를 거둔 뒤 총리에 오르면서 이스라엘 정치권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현재 미국이 구상 중인 중동 평화 방안과 마찬가지로 ‘오슬로 협정’은, 요르단강과 지중해 사이의 이 지역에서 한 세기 동안 지속된 아랍인과 유대인 사이의 갈등을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 함께 독립국가를 이루고 공존하는 길뿐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맺어졌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일관되게 반대해왔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독립국가 설립을 지지하는 미국의 전략은 중동을 재편하기 위한 ‘대타협(grand bargain)’의 일환이라며 경멸적으로 일축하고 있다.

이런 네타냐후의 스탠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가자지구 구상을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이스라엘 극우세력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하기 위한 책략이라고 평가한다.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밖에서 벌어진 시위에는 이스라엘군 퇴역 준장인 다비드 아그몬도 끼어있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처음 당선되었을 때 총리직을 맡았었다.

“1948년 이후 최대의 위기입니다. 한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나는 1996년에 네타냐후의 초대 참모장을 지내면서 그에 대해 알고 난 뒤 3개월 후에 자리를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스라엘에 위험한 존재입니다.”

그는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두려움이 많고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모릅니다. 그가 아는 ​​유일한 것은 소리치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가 그의 아내에게 휘둘리는 모습도 목격했고, 그의 거짓말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뒤 나는 그에게 ‘비비(네나탸후의 애칭),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라고 선언한 뒤 떠났습니다.”

시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조기선거 가능성을 배제하고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하마스를 상대로 하는 새로운 군사작전을 감행하겠다는 결의를 거듭 밝혔다.

정치적 생명력과 선거의 달인으로서의 네타냐후의 경력은 그의 반대자들이 조기선거를 쟁취한다고 해도 그의 헌신적인 추종자들은, 숫자가 점점 줄고는 있지만, 그가 다시 이길 수도 있다고 믿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스라엘인들은 하마스 격퇴에 대해서는 견해를 달리하지 않는다. 전쟁 목표 그 자체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전쟁의 방식과 인질을 전원 구출하지 못함으로써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사임 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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