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중국 생산에서 발을 빼는 글로벌 기업들의 틈을 노리는 인도...목을 지키고 있는 베트남
[월드 프리즘] 중국 생산에서 발을 빼는 글로벌 기업들의 틈을 노리는 인도...목을 지키고 있는 베트남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3 06:36
  • 수정 2024.04.03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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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ATI]
[사진 = ATI]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현지 생산에서 발을 빼는 분위기를 이용해 인도가 아시아 최고의 제조업 생산 기지가 되기를 원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베트남을 넘어서야 한다고 2일(현지 시각) CNBC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인도가 베트남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수입 관세를 낮추고 공급망의 효율성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이 매체는 이러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베트남과 중국의 밀월 관계는 인도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는,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현지 생산에서 점차 발을 빼는 분위기를 이용해 아시아 최고의 제조업 생산기지를 꿈꾸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그 자리를 먼저 지키고 있는 베트남을 넘어서야 하고, 베트남을 이기기 위해서는 우선 수입 관세를 낮추고 공급망 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미국은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라는 의제에 천착하고 있다. ‘프렌드쇼어링’은 동맹이나 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해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해결한다는 신조어이다. 코로나19 사태와 중국의 도시 봉쇄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이슈가 불거지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프렌드쇼어링’ 전략에 따라 중국에서 전자 및 테크놀로지 아이템을 생산 중인 미국 기업들에게 생산기지를 더 우호적인 국가,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베트남과 인도로 이전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중국을 가상의 적국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미국 기업들의 거의 모든 이사회는 CEO에게 중국에 대한 리스크 대비 전략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미국-인도 전략 파트너십 포럼(US-India Strategic Partnership Forum)의 회장 겸 CEO인 무케시 아그히는 이렇게 말했다.

인도보다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베트남

인도와 베트남은 낮은 인건비 등의 이점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제조업 기지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사이의 경쟁에서 베트남은 2023년 총 수출액이 969억9천만 달러로 인도의 756억5천만 달러에 비해 여전히 훨씬 앞서있다.

“베트남은 전자제품 제조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인도는 이제 막 이 게임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경쟁 우위 면에서 베트남에게 밀립니다.”

인디아 인덱스(India Index)의 CEO이자 보겔그룹(Vogel Group)의 전무이사인 사미르 카파디아는 이렇게 평가했다.

특히 지난 6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백악관 국빈 방문 이후 인도와 미국의 관계가 더욱 긴밀해졌지만, 베트남은 2007년부터 미국과 무역 및 투자 계약을 맺고 있다.

베트남의 또 다른 주요 이점은 인도에 비해 사업하기가 더 편리하다는 사실이다. 아그히 회장에 따르면 “29개나 되는 인도의 주들은 모두 서로 다른 정책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쿠파(Coupa)의 공급망 전략 수석 이사인 나리 비스와나탄은 “베트남은 대부분 수작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 규모의 경제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임금에서도 집중적인 육체노동이 필요한 의류 제조 같은 분야가 “인도로 이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한편,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공급망의 일부를 점차 인도로 이전하는 추세에 있다. 이와 관련해서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해 12월 애플이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곧 출시될 iPhone 16용 배터리를 인도 공장에서 공급할 것이라고 통보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애플은 팀 쿡 CEO가 지난 2016년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만난 뒤부터 인도에서의 생산 확대를 저울질해 왔다. 여기에 구글도 올 2분기에는 인도에서 픽셀폰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 인도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인도 현지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자동차를 생산하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여전히 높은 인도의 수입 관세

인도가 제조업 허브로 가는 야망의 장애물 중 하나는 정보통신 기술에 부과하는 10% 수입 관세이다. 베트남의 투자 관리 회사 비나캐피탈(VinaCapital)의 최고 투자 책임자인 앤디 호에 따르면 이는 베트남의 평균 수입 관세인 약 5%보다 훨씬 높다.

인도의 수입 관세는 국내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외국 기업들의 생산기지를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관세를 낮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모디 총리는 2024년에 이러한 관세의 상당 부분을 철폐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는 국가 대 국가 차원이 아니라 산업별 기준에 초점을 맞춰 이를 수행할 것입니다.”

보겔그룹의 카파디아 이사는 이렇게 예견했다. 

예를 들어, 인도는 지난 1월 휴대폰 제조에 사용되는 특정 금속 및 플라스틱 부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15%에서 10%로 낮췄다. 이는 샤오미, 삼성, 모토로라 용 휴대폰을 제조하는 애플 및 딕손 테크놀로지(Dixon Technologies) 같은 회사에 이익이 될 것이다.

“전자제품 제조 및 대미 수출에 대한 베트남의 강력한 우위를 배경으로 인도가 이 부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불꽃 같은 경쟁을 보게 될 것입니다. 여기에는 모든 종류의 플라스틱, 금속 부품 및 기계 부문이 포함됩니다.”

카파디아 이사는 이렇게 분석했다.

인도 휴대폰 및 전자협회(India Cellular and Electronics Association) 회장 판카지 마힌드루가 링크드인(LinkedIn)에 포스팅한 글에 따르면, 인도의 대미 전자제품 수출은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66억 달러에 달해 2022년 같은 기간의 26억 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그러나 비나캐피탈의 앤디 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수입 관세를 낮추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관세를 낮추는 것은 외국인 직접 투자(FDI)를 꾸준히 유치하는 데 결정적 요소는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지적했다.

“외국 투자자들이 더 우려하는 것은 세금이나 관세보다는 사업의 용이성, 특히 근로자 고용 및 해고의 유연성입니다. 베트남은 이 부분에서 인도보다 강점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작업 공간에 설치된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통해 개별 생산량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베트남 공장 근로자 [사진 = 연합뉴스]
작업 공간에 설치된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통해 개별 생산량 등을 실시간 확인하는 베트남 공장 근로자 [사진 = 연합뉴스]

핵심은 효율성

인도는 2047년까지 선진국이 되기를 원하지만,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해 항만 하역 및 도로 운송 시간이 길다.

“싱가포르의 선박은 물동량을 8시간 안에 하역을 끝내고 트럭에 실어 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지만 같은 품목이 인도라면 며칠 동안 세관 창고에 갇혀 있을 수 있습니다.”

아그히 회장은 이런 느린 행정 절차 때문에 외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릴 수 있다고 덧붙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중국은 인프라 측면에서 인도보다 10년 정도 앞서 있을 것”이라며 ”따라서 인도는 인프라 구축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도의 금년 중간 예산은 연방정부가 국가 철도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2조 5500억 루피(307억 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인도는 새로운 도로와 항구 건설을 포함해 수출입업자를 위한 주문형 공급망 모델을 강화하기 위해 물류 시스템을 현대화하는 작업 중입니다. 나는 그것이 자동화보다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파디아 이사는 이렇게 지적했다.

걸림돌로 작용하는 베트남의 친중국 노선


그러나 베트남과 중국의 우호적 관계는 역으로 인도에게 큰 이점이 될 수 있다고, 카파디아 이사는 강조했다.

“베트남은 여러 면에서 중국과 더 이상 가까워질 수 없을 정도로 친밀합니다. 그리고 나는 이 요소가 향후 10~15년 동안 글로벌 공급망 관리자와 미국 기업들의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이렇게 분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후 불과 3개월 만에 베트남을 방문해 인프라, 무역, 안보 등 분야에서 베트남과 협정을 체결했다.

카파디아 이사는 “중국과 베트남은 서로 만날 때마다 끊임없이 악수하고 선물을 건네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중국과 베트남의 밀월 관계를 고려에 넣고, 인도가 전자 제조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때까지 의사 결정을 보류할 겁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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