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가자 공습으로 사망한 구호단체 일꾼들과 WCK 설립자의 좌절
[월드 프리즘] 가자 공습으로 사망한 구호단체 일꾼들과 WCK 설립자의 좌절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4 06:16
  • 수정 2024.04.04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스라엘은 식량을 무기로 삼지 말고, 민간인과 구호단체 일꾼들을 죽이지 말라!” -월드센트럴키친(WCK) 설립자 호세 안드레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창립자 호세 안드레스 [사진 = 연합뉴스]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창립자 호세 안드레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일(이하 현지 시각)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긴급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차량 3대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고 폴란드와 호주, 영국, 미국·캐나다 이중국적 직원 6명과 팔레스타인 출신 운전사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성명을 통해 “미국인 1명을 포함해 WCK 활동가 7명이 사망한 사실에 분노하고 가슴이 아프다”며 “그들은 전쟁의 한가운데서 굶주린 민간인에게 음식을 제공하고 있었다. 그들의 죽음은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신속히 조사를 마치고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하며,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간 <가디언>은 3일 이 사건과 관련해 월드센트럴키친(WCK)과 설립자 호세 안드레스(54)를 조명하는 기사를 실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전문이다.

호세 안드레스와 그가 설립한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World Central Kitchen)’은 지난 3월 기근으로 위협받는 가자지구에 절실히 필요한 식량 지원을 전달하는 사명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의 긴급한 상황에 맞춰 일하고 있다”고 말했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가 성공하면 모두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유명 셰프에서 구호단체 책임자로 변신한 안드레스는 ‘월드센트럴키친’을 통해 인도주의적 재난을 피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계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었다.

안드레스는 스페인 태생의 미국 시민이다. 긴급 구호를 선언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오지의 자연재해나 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식량 구호를 제공한다는 결기를 볼 수 있었다.

그러므로 안드레스가 가자지구 데이르 알발라의 창고에서 식량을 운반하던 WCK 노동자 7명을 죽음으로 내몬 이스라엘 공습과 관련해 자선단체의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그가 얼마나 상심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하겠다.

구호단체 회윈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안드레스는 X에 “상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들도 사람이었고…천사들이었습니다”

그는 이렇게 글을 올렸다.

“그들은 이름없이 사라져야 할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는 이렇게 비통해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이런 무차별적인 살인을 중단해야 합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을 가로막고, 민간인과 구호 활동가를 살해하고, 식량을 무기로 삼는 행위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런데 안드레스의 이 같은 분노는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공격으로 이스라엘 민간인 1,200명이 살해당했을 당시 초기의 이스라엘 군사 대응에 대한 그의 어조와 뚜렷하게 대조되면서 주목을 끌고 있다. 당시 그는, 스페인의 좌파정당인 ‘포데모스’ 대표이자 인권부 장관인 이오네 벨라라와 그녀의 좌파 동료들이 이스라엘이 가자에서 전쟁 범죄와 대량 학살을 저질렀다고 비난하자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에게 그녀를 해임할 것을 촉구했었다.

“장관으로서 당신은 먼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테러 행위이며 이스라엘이 자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공격 자제와 인권 보호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당시 그는 이렇게 트윗을 올렸었다.

그러나 안드레스는 이번 사건을 대하면서 좌절했다. 게다가 가자지구 기근을 구조하기 위해 긴급 식량을 제공하려는 WCK의 계획이 이스라엘의 승인과 협력 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더욱 충격적이다.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로부터 공습을 당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월 1일(현지 시각) 이스라엘로부터 공습을 당한 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의 차량 모습.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지난달 안드레스가 아랍에미리트(UAE)와 협력하여 가자 해안에 식량 상자를 실은 수륙양용 선박을 접안시키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이 작전은 구호품 전달을 위해 가자지구에 항구를 건설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계획이 인도주의적 재난을 피할 만큼 긴급하게 실행될 수 없다는 점이 불거지면서 비상사태로 발전했다.

게다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의 이스라엘 고위 군사고문은 이 계획을 논의하기 위해 아부다비를 방문하기도 했으며, 뒤이어 UAE 관리들도 이스라엘을 찾았다.

이 작전은 구호품 전달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키프로스의 라르나카와 가자지구 사이에 설치된 해상 통로를 통해 이루어지기로 했다.

WCK는 스페인의 NGO ‘Open Arms’와 협력해 3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만 명의 난민을 낳은 아이티의 대규모 지진에서 구호 활동을 펼친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가자지구의 긴급 구호에 나서기를 희망했다.

이후 비슷한 방식의 구호 활동이 니카라과, 푸에르토리코, 우간다, 캄보디아, 그리고 2022년 러시아의 침공을 당한 폴란드와 우크라이나 국경 등 다양한 지역에서 재연되면서 활동의 질을 높여갔다. 각각 해당 지역 식단에 맞는 긴급 식량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구호 활동이 펼쳐졌다.

WCK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연재해와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피해자들에게 3억 5천만 건의 식사를 제공했다고 추산하고 있다.

설립자 안드레스는 지난해 11월 TV 진행자 지미 킴멜(Jimmy Kimmel)에게 아이티 지진 생존자들을 지원한 경험을 통해 요리사로서 소수가 아닌 “수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배웠기 때문에 구호 활동을 확대하게 되었다고 말했었다.

당시 그가 킴멜에게 WCK 일꾼들을 두고 “다른 사람들이 재난을 피해 떠날 때 그들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재난 속으로 들어가는 놀라운 일꾼들입니다.”라고 한 말은 이번 구호 활동가들의 사망을 두고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온다.

“우리가 하는 일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람들이 우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들을 돕기 위해 ‘여기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가장 힘든 때에 항상 그들 곁에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인간을 개선할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21세에 미국으로 이주해 현재 워싱턴 교외 베데스다에 살고 있는 안드레스는 美 전연 여러 도시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WCK에서의 활동으로 그는 2015년에 ‘국가 인문학 훈장(National Humanities Medal)’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또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미국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안드레스는 자신이 스페인 출신임을 긍지로 여긴다.

고기, 해산물, 사과주로 유명한 스페인 아스투리아스 북서부 지역에서 태어난 그는 5세 때 가족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이주했다. 카탈로니아의 수도인 바르셀로나에서 접객업을 공부한 후,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방가르드 풍의 ‘El Bulli 레스토랑’의 유명 셰프 페란 아드리아 밑에서 일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안드레스의 세계적인 성공을 자랑스러워한다. 월요일 밤 WCK 일꾼들이 공습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안드레스와 그의 팀에게 “더 없는 애도를 전한다”고 말했다.

미국 백아관도 조 바이든 대통령이 화요일 안드레스에게 전화를 걸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하며 구호 활동가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안드레스는 절망을 담은 트윗 외에는 더 이상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평화는 인류 공영에서 시작됩니다. 바로 지금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dtpchoi@wikileaks-kr.org


  • 서울특별시 마포구 마포대로 127, 1001호 (공덕동, 풍림빌딩)
  • 대표전화 : 02-702-2677
  • 팩스 : 02-702-1677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소정원
  • 법인명 : 위키리크스한국 주식회사
  • 제호 : 위키리크스한국
  • 등록번호 : 서울 아 04701
  • 등록일 : 2013-07-18
  • 발행일 : 2013-07-18
  • 발행인 : 박정규
  • 편집인 : 박찬흥
  • 위키리크스한국은 자체 기사윤리 심의 전문위원제를 운영합니다.
  • 기사윤리 심의 : 박지훈 변호사
  • 위키리크스한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위키리크스한국. All rights reserved.
  • [위키리크스한국 보도원칙] 본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립니다.
    고충처리 : 02-702-2677 | 메일 : laputa813@wikileaks-kr.org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