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프리즘] 미국 식품 기업들이 항생제를 투여한 육류를 다시 채택하는 이유
[월드 프리즘] 미국 식품 기업들이 항생제를 투여한 육류를 다시 채택하는 이유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05 06:37
  • 수정 2024.04.05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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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 ‘칙필레(Chick-fil-A)’ 매장 모습 [사진 = ATI]
유명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 ‘칙필레(Chick-fil-A)’ 매장 모습 [사진 = ATI]

최근 유명 치킨 프렌차이즈 업체 ‘칙필레(Chick-fil-A)’가 10년간 유지했던 ‘항생제 무사용(NAE) 정책’을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대신 ‘인간 치료용 항생제 무사용(NAIHM) 정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즉, 가축 등에 쓰이는 동물용 항생제 사용은 허가하고 인간 치료용 항생제를 접종한 닭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업체는 그동안 NAE 정책을 고수해왔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4일(현지 시각) ‘알자지라’는 미국에서 항생제 무사용 정책을 포기하는 식품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보도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칙필레(Chick-fil-A)’는 자사의 닭고기 제품에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최근 철회한 미국의 레스토랑 체인점 중 하나이다.

‘타이슨 푸드(Tyson Foods)’와 같은 대형 육류 가공 업체들도 비슷한 서약을 했지만, 인간 치료용 항생제만 제외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무항생제 육류 사용 약속은 가축 생산 과정에서 항생제 사용을 자제해 인간의 항생제 내성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정책은 동물 복지와 육류 공급 부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칙필레’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4년 ‘항생제 절대 사용하지 않음’을 선언하고 2019년 이를 전면 시행한 ‘칙필레’는 올봄부터 양계 업자(닭고기 공급 업자)가 특정 항생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지난 3월 밝혔다.

‘칙필레’는 치킨 샌드위치와 와플 감자튀김을 주메뉴로 너겟, 치킨 스트립, 음료를 판매하는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점이다.

‘칙필레’는 성명을 통해 “동물과 관리자들이 병에 걸릴 경우” 양계 업체는 닭에게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지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에만 허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원래의 약속은 회사가 수행한 소비자 조사 결과 추진된 것으로, 식품 제조 및 공급 과정과 항생제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강한 관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칙필레’의 CEO인 댄 캐시는 당시 소비자에게 무항생제 닭고기를 제공하겠다는 선언은 “최고 품질의 재료를 사용하겠다”는 약속의 2단계 이행이라고 자랑한 바가 있다.

‘칙필레’는 이번에 무항생제 정책 변경에 대해 “고객이 기대하는 고품질 닭고기의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정책 변화는 미국, 푸에르토리코 및 캐나다의 레스토랑에서 제공되는 닭고기에 적용될 것이며, 내년에는 영국에서 사용되는 닭고기에도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칙필레’는 ‘로이터 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의 엄격한 기준을 충족하는” 닭고기를 사입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정책 변경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가축에게 항생제를 투여하는 이유와 방법은?

축산업자들은 동물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특정 항생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가축에게 항생제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은 육류 공급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캐나다의 베이커리 카페 체인인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돼지고기 사입 옵션을 축산 시장의 5% 이내로 제한하는 ‘항생제 사용 금지’ 정책을 시행했었다. 로이터 통신이 공개한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업체는 현재 이같은 엄격한 육류 조달 기준을 완화한 상태이다.

‘파네라 브레드’ 체인은 이와 함께 미국 매장에서 ‘항생제 전혀 사용하지 않음’ 및 ‘채식주의자 전용’이라는 문구 등 돼지고기 및 칠면조 고기 옵션에 대한 식품 공급 표시와 삽화를 제거했다. 회사는 이 같은 정책 변경으로 연간 약 2,100만 달러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축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급격히 살을 찌울 수 있고, 그 결과 축산 농가는 수익성이 향상된다고 한다.

뉴욕대학교 아부다비 분교의 생물학과 부교수인 셰이디 아민은 가축에게는 일반적으로 질병 치료를 위해 투여되는 양보다 적은 양의 ‘치료 미달(sub-therapeutic)’ 수준의 항생제를 투여한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하면 고기든 우유든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특히 대형 육계와 같이 수요가 많은 식품의 경우 닭의 성장이 빨라지면 공급업체가 소비자 수요를 따라잡을 수 있다. 반면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닭고기 생산에 따른 무게당 비용은 증가한다.

“문제는 항생제 가격이 일반적으로 매우 저렴하다는 것입니다.”

아민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질별 치료 수준의 용량이든 ‘치료 미달’ 용량이든 일단 항생제를 투여하면 생산량이 증가하고 폐사와 감염이 줄어들면서 이익이 증가합니다.”

닭고기에서 발견되는 내성 박테리아 중 하나는 캄필로박터(Campylobacter)이다. 카타르의 웨일 코넬 의과대학 미생물학 및 면역학 교수인 알리 술탄 교수는 북미, 유럽, 일본 및 중동 전역의 닭고기 내에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다고 말했다.

미국의 양계 농가 모습 [사진 = ATI]
미국의 양계 농가 모습 [사진 = ATI]

가축에 항생제를 사용하면 인간에게 어떻게 해로울까?

가축이 항생제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해로운 박테리아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된다. 여기서 우려되는 점은 결국 특정 항생제가 완전히 효과가 없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내성 박테리아는 동물의 장에 남아 계속해서 성장하게 된다.

이런 동물의 익히지 않은 고기를 섭취하면 해로운 박테리아가 사람의 장에 침투하여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독일 전역의 슈퍼마켓에서 판매된 닭고기 샘플 20개 중 절반에서 내성 박테리아가 발견되었는데, 이는 해당 닭고기가 항생제로 키워졌음을 시사한다.

그 보고서 이후, 독일 연방 식품농업부는 수의사가 인간 의약품에 사용되는 항생제를 가축에게 투여하는 것을 제한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옹호하는 단체인 ‘Germanwatch’의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2019년에 독일 내 4대 도축장에서 채취한 육류 샘플 59개 중 절반 이상이 항생제 내성균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2019년 방글라데시의 다카대학교는 소에게 항생제를 남용한 결과 다섯 가지 브랜드의 우유에 항생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아민 교수는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면 구조적으로 관련된 항생제 계열에도 내성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는 해당 박테리아가 가금류 감염뿐만 아니라 인간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인체 의학에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인간에 대한 피해를 예방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아민 교수에 따르면 내성 박테리아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토양을 통해서이다.

동물의 배설 과정을 통해 내성 박테리아가 토양에 침투하여 결국 음식을 오염시키거나 저항성 유전자를 다른 박테리아에 전달할 수 있다.

술탄 교수는 “내성 박테리아가 있는 닭고기에 의한 감염 정도는 섭취량, 박테리아 독성, 개인의 면역 상태, 조리 방법에 따라 달라집니다.”라고 말했다.

5세 미만의 어린이, 노인과 같은 면역 저하자, HIV/AIDS에 감염되었거나 암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내성 박테리아에 감염되면 더 위험할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 공중보건에 시급한 위협이 되고 있다. 2019년 미국에서만 약 300만 명이 항생제 내성균에 감염되고 48,000명이 사망했다.

의학저널 ‘Lancet’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2019년에는 전 세계에서 매일 3,500명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했다.

가축에 대한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는 국가들은 어디?

미국, 에콰도르, 나미비아 등은 가축에 항생제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이 나라들의 규제 당국과 농무부는 긴급한 의학적 필요가 없을 때 항생제를 오남용하면 해로운 박테리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갖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2022년 유럽연합(EU)도 가축에 대해 집단적으로 예방적 항생제 투여를 금지했다. 대신, 질병에 걸린 동물에게만 개별적으로 항생제를 투여할 수 있다.

‘세계동물보호단체(World Animal Protection Group)’에 따르면 유럽연합은 항생제를 통해 급속히 키운, 살아있는 가축과 동물성 제품의 수입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항생제를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다른 식품 회사들은 어디?

지난해 타이슨 푸드(Tyson Foods)와 파네라 브레드(Panera Bread)는 육류에 무항생제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철회했다.

미국의 주요 닭고기 공급업체인 타이슨 푸드는 2017년에 약속했던 무항생제 닭고기 약속을 철회하고 작년에 닭고기 공급망에 특정 항생제를 다시 도입했다.

타이슨 푸드의 대변인은 정책 변화가 “과학적 연구와 업계의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버거킹(Burger King)과 파파이스(Popeyes) 등 다른 패스트푸드 체인점들도 “인간에 사용되는 항생제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에 항생제를 사용하고 있다.

닭고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식품 기준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모든 항생제가 식품 공급망에 들어가기 전에 닭의 체내에서 제거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양계 업자는 닭을 도축하기 전에 ‘제거’ 기간을 거쳐 닭의 체내에 항생제 잔류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미국 농무부는 도축장에서 닭을 무작위로 샘플링하여 이 요구 사항이 준수되는지 점검하고 있다.

축산 농가는 또한 향후 항생제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백신 투여에 중점을 두고 동물의 질병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경우에만 항생제를 사용하도록 FDA로부터 권고를 받는다.

이런 조치들로 식품 안전이 유지될까?

일부 전문가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민 교수는 감염을 피하기 위해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값싼 치료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닭을 키우는 근본적인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감염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는 비좁은 공간에 닭을 가두는 대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공간에서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닭은 일반적으로 제한된 사료를 먹여 키운다. 이처럼 균일한 식단은 닭의 면역 체계 약화를 약화시킨다고 아민 교수는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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