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실질적 타격보다는 쇼를 노린 이란”
[중동 불안]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실질적 타격보다는 쇼를 노린 이란”
  • 최석진 기자
  • 승인 2024.04.16 06:18
  • 수정 2024.04.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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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전면 공습을 감행했다. [사진 =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전면 공습을 감행했다. [사진 = 연합뉴스]

이란이 13일(이하 현지 시각), 이스라엘의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발의 미사일과 드론을 날리며 공격을 시도했지만, 이스라엘과 동맹국의 방공망에 대부분 요격되었다. 

이스라엘군은 14일 이란이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무려 360여 기의 드론과 탄도·순항 미사일을 날려보냈지만, 이 중 99%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란이 확전을 우려해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비할 시간을 준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15일 생각보다 피해가 크지 않은 이란의 보복 공격과 관련해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며 이란이 실질적 타격을 가하기보다는 보여주기식 ‘공격 쇼’를 노렸을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보냈다. 다음은 이 보도의 전문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에서 내뿜는 불꽃이 이스라엘과 요르단강 서안 점령지의 밤하늘을 밝히자 이 지역에서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그림자 전쟁(shadow war)’이 다시 한 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테헤란의 이번 작전은 고도로 짜여진 각본에 의한 것으로, 볼거리를 극대화하면서 사상자를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

테헤란의 미사일은 복잡한 임무를 띤 것처럼 보였다. 300대가 넘는 드론과 미사일이 요르단과 이라크 등 이란의 이웃 국가 상공을 비행한 후 이란의 숙적 이스라엘의 영공을 관통했다. 이스라엘의 동맹국들은 날아온 무기의 대부분을 격추하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오랫동안 중동의 종말 시나리오로 여겨졌던, 이슬람 공화국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최초의 직접 공격 자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이스라엘의 전설적인 아이언돔(Iron Dome) 방공 시스템은 공습 사이렌에 따라 벙커로 대피한 이스라엘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아이언돔은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드론 공격 중 하나를 막아내면서 군사 기지 한 곳과 네게브 사막을 포함해 소수의 장소만이 공격을 받았고, 인적 피해는 베두인 어린이 한 명이 부상을 입는 데 그쳤다. 

이란의 공격은 마치 실패를 의도한 작전처럼 보였다. 이란이 약 1,000마일 떨어진 자국 영토에서 킬러 드론을 발사했다는 점은 공격 사실을 몇 시간 전에 이스라엘에 사전 통지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란의 공격은 공격의 상징성을 갖기에는 벅차 보였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이 있는 이스라엘 이웃 국가 중 한 곳에서 미사일을 날려 공격 효과를 극대화한 것이 아니라, 이란 내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직접 발사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에 기습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이란의 공격력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밤하늘에 미사일들이 윙윙거리는 약 4시간 동안 세계는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양국 사이에 낀 세 나라 사람들은 날아가는 불덩어리들을 바라보고 촬영하면서 대격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공격 무기들이 이스라엘 영토에 진입하기까지 소요된 몇 시간의 리드 타임(lead time)은 이스라엘과 지역 동맹국들에게 이스라엘을 방어할 준비 시간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번 이란의 작전은 무시무시한 불꽃놀이에 지나지 않았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단이 작전이 “종료됐다”고 트위터에 올렸을 때, 이슬람 공화국 이란은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통념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 공습은 지난 4월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최고 사령관이 사망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이는 미국 정보기관과 분석가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작전이었다. 이란 지도부는 지역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키고 종이호랑이라는 조롱을 불식시키기 위해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 레바논, 예멘, 이라크의 대리 세력을 내세우지 않고 자국 영토에서 작전을 개시함으로써 무력시위의 효과를 배가시키고자 했다.

중동 문제를 의제로 일요일에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 [사진 = 연합뉴스]
중동 문제를 의제로 일요일에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그러면서도 이란은 전면전으로 확전되지 않도록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 국내에서는 트럼프 시절 부과된 제재로 경제가 휘청거리고, 정부의 강압 통치에 대한 불만이 거리에서 커지고 있다. 일요일 보복 공격을 감행하면서 이란은 이스라엘의 강력한 방공 시스템을 고려했을 뿐만 아니라 이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작전에 대한 미국의 신뢰할 수 있는 정보력은 이란이 서방 지도자들과 역채널링(back-channelling)에 참여했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호세인 아미르 압돌라얀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을 포함한 주변국에 72시간 전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자기들 작전의 효력을 축소하기 위해 마치 작전이 크게 성공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것이다.

이번 공격 스타일은 2020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에서 존경을 받던 카셈 솔레이마니 장군을 표적 살해했을 때 테헤란의 대응을 연상시킨다. 테헤란은 이라크 내 미군 부대에 대규모 탄도 미사일을 쏟아붓기 10시간 전 알-아사드 공군기지 등의 미군에게 사전 경고를 보냈다. 이 공격은 지상에 커다란 분화구를 남기는 등 큰 피해를 입혔지만, 미군 측에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이란군은 테헤란 공항에서 이륙한 자국 상업용 제트기를 실수로 격추해 승객 100명 이상이 사망하면서 점점 무능해 보이는 정권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란은 자국 군대가 실제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보다는 군대가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지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미국도 지역 전쟁을 피하면서 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은 이란의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이미 재보복하겠다고 다짐했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재보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기 때문에 이란은 안심할지도 모르지만,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점점 더 예측 불가능해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상황이 확대될 경우 더욱 엄중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란의 위협은 이스라엘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가 되어 이란의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이란이 다시 공격할 경우 테헤란은 이스라엘 북부 국경 지대를 발사대로 사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번 공격 일주일 전에는, 이 문제에 정통한 한 레바논 소식통은 이란의 가장 강력한 무장 단체 파트너인 헤즈볼라가 이란의 초기 보복에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했다.

그러나 이 소식통은 헤즈볼라와 이란이 지원하는 다른 무장 단체들이 “이란의 보복 이후 상황에 대비할 것”이라는 경고를 빼놓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강력한 재보복이 감행될 경우 이란은 현재의 이스라엘 정책을 뛰어넘어 훨씬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하게 될 수도 있다. 이란 내의 보수주의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정부의 통제권을 강화했으며,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억제하려는 서구의 압력에 대한 저항 또한 커지고 있다.

“이란의 제한된 대응이 이란 내 권력 불균형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워싱턴과 이스라엘의 특정 집단은 어느 정도 만족할 것이다.”

워싱턴 DC의 이란 분석가이자 ‘퀸시 연구소(Quincy Institute)’의 수석 부소장인 트리타 파시는 X(트위터)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이 사건이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고 믿는 테헤란 내 세력들을 어떤 식으로 뒷받침할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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