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황창규 KT 회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딜레마’... 법조계 "추정만 있고, 물증 없어 무리한 기소 어려울 것"
[FOCUS] 황창규 KT 회장,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딜레마’... 법조계 "추정만 있고, 물증 없어 무리한 기소 어려울 것"
  • 강혜원 기자
  • 승인 2018.05.25 05:55
  • 수정 2018.05.2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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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아온 황창규 KT 회장. [PG=SBS]

불법 정치자금법 후원 혐의로 황창규 KT 회장을 수사해 온 경찰이 딜레마에 빠졌다.

경찰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KT 전.현직 임원들이 국회의원 90여 명에게 총 4억3,000여만원을 불법 후원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당연히 최고경영자인 황 회장이 이를 지시하거나 보고 받는 등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해왔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23일 황 회장을 소환해 20시간에 걸쳐 집중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고 ‘추가 수사 예정’이라는 가능성만 띄워놓은 상태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지난 2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경찰에서는 수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됐고 검찰에서 보완 지시를 내리면 좀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며 "황 회장 재소환 여부는 아직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수억원이 집행된 사건인데 1개월이 넘도록 수사가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찰 수사에서 KT는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 구매한 뒤 이를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 수법으로 돈을 마련해 임원들 명의로 정치 후원금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으로 마련된 후원금은 KT가 주주로 있는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 설립과 관련한 사안을 다루는 정무위원회, 통신 관련 각종 입법과 예산확정 등을 담당하는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들에게 집중됐다.

경찰은 KT가 ‘상품권깡’ 수법으로 돈을 마련해 불법 후원한 정황을 확보하는 한편 KT본사와 KT커머스 등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사건의 초점은 황 회장이 국회의원 후원금을 사전에 보고받거나 지시했는지 여부다.

KT의 한 고위관계자는 “각 부문장들이 연간 수백억~수천억원씩을 집행하는데, 4억여 원의 자금을 회장이 결재하거나 보고받았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회의원들과 관련해 관행적으로 이뤄진 사안의 경우 자체적으로 집행해왔다는 것이다.

실제 국회의원 90명에 대해 임원들 명의로 후원한 금액은 평균 500만원꼴로, KT는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일정액씩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조사에서 황 회장은 불법후원금에 대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서초동의 A변호사는 “경찰이 회장이 결재한 단서를 찾아냈어야 했는데, 물증을 전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설사 실무자들이 회장에게 보고했다는 구두 진술이 있다 하더라도 결정적인 증거 또는 보고 현장에서 함께 있었다는 임원의 증언이 없이는 기소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정을 뒷받침하는 것 중 하나는 국회의원들에게 임원들 명의로 후원금을 내면서 2014년 1월 취임 후 외부에서 채용한 비서실장 등 2명은 “말이 새 나갈 우려가 있다”며 제외했다는 것이다. 황 회장에게 직보할 우려가 있어서 뺐다는 얘기다.



지난해 9월께 이번 사건 수사가 본격화 된 후 황 회장은 11월께 해당 부서로부터 전체적인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그로부터 1개월여 후 맹수호 CR부문장(사장) 등 관련 임원들을 전격 해임 조치했다. 이를 두고 KT 주변에서는 ‘꼬리 자르기가 아니냐’는 말들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황 회장이 사건에 연루됐었다면 이들 임원을 절대로 해임시키지 못했을 것이며, 오히려 입막음을 위해 더 많은 호의적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는 추측들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황 회장 체제 초기에 비서실장을 맡았던 윤종진 부사장(현 홍보실장)은 “황 회장은 준법경영-소비자 중심경영이라는 두 가지의 원칙을 갖고 철저하게 경영해 왔는데, 만일 사전에 국회의원 후원 건을 보고받았더라면 재떨이가 날아갈 정도로 화를 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맹 사장 등을 전격 해임한 것도 사건 전후를 보고받고 대노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기업 사건을 많이 다뤄온 B변호사는 “대체적으로 조단위로 움직이는 대기업들은 회장들이 몇 억원짜리를 서류에 서명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경찰이 이번 사건의 물증을 찾아내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며 “결정적인 증언을 해줄 사람도 없다면 이 사건은 현 단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설사 경찰이 검찰 지휘를 받아 무리하게 수사를 하더라도 법원의 구속영장실질심사 단계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법인,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인, 단체와 관련된 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결국 이번 사건이 KT 법인과 해당 임원들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되지 않겠느냐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위키리크스한국=김창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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