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속도 내는 재계 지배구조 개편, 현대차그룹의 과제는?
[FOCUS] 속도 내는 재계 지배구조 개편, 현대차그룹의 과제는?
  • 문 수호
  • 승인 2018.06.14 11:00
  • 수정 2018.06.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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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키를 쥐고 있는 현대모비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재계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순환출자 구조 개편을 골자로 한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에 압박을 가하면서 기업들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해소’를 주목적으로 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고, 효성도 최근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하지만 재계 1~2위인 삼성과 현대차그룹은 아직 뚜렷한 개편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분할합병을 골자로 한 지배구조개편안을 선보였지만,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공격과 기관 및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결국 보류됐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최근 추진하던 개편안이 가장 손쉬운 해결책이었지만 반대에 부딪히면서 원점부터 다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 왜 외면당했을까?

김상조 위원장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왜 시장 내 기관 등 투자자들에게는 외면을 받았을까?

간단하게 정리하면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수익’이라는 셈법을 고려하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분할합병에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의 핵심은 현대모비스의 분할에 있었다. 현대글로비스 입장에서는 인수합병이었기 때문에 손해볼 이유가 없었다.

현대모비스의 분할은 현재 주요 사업인 모듈과 부품제조, A/S 부문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기존 개편안은 국내 사업부문에서 모듈과 A/S 부문을 글로비스로 편입하고 부품제조 부문을 핵심부품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복안이었다.

현대모비스 측에 따르면 모듈 부문의 매출 비중은 50%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은 1%대 수준이다. 반면 A/S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에 못 미치는 반면 영업이익률은 가장 높다.

금융권에서 기업의 성장성을 판단할 때는 크게 두 가지를 고려한다. 첫째는 매출 규모로 외형이 축소되느냐 확대되느냐가 잣대가 된다. 둘째는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등 수익성으로 둘 중 하나는 충족돼야 한다.

현대모비스의 전체 영업이익률이 5% 수준임을 감안하면 모듈 부문의 1%대 영업이익률은 매우 낮지만 전체 매출의 50%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간과할 수 없는 부문이고, A/S 사업부문의 높은 영업이익률 역시 모비스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현대차에서 사급을 받고 있는 자동차부품업체들은 1%대의 임가공 비용을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모듈 부문도 마찬가지로 임가공비 정도를 받고 있는 셈이지만 규모 면에서 조 단위가 넘어가기 때문에 사업 부문이 넘어가면 속빈 강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현대모비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으려 했던 핵심부품제조 사업은 주로 친환경차나 자율주행차 등 미래 산업과 관련돼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핵심 사업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분야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미래 성장동력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현재가치를 감안하면 주주들에게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부문은 현대차그룹에서 가장 많이 투자하고 있는 부문이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에 비해 아직은 목이 마른 상태다. 게다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우리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결국 미래의 잠재적 가치는 현재 시점에서 환산하기 힘든 만큼 기존 분할합병안은 현대모비스 주주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을 수 있다.

▲ 예상 시나리오와 한계점

현재 현대차그룹 측에서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언급이 없는 상태지만 플랜B로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몇 가지가 있다.

기존 안건이 가장 쉬운 방안으로 평가받았던 만큼 합병 비율 조정을 통한 재추진 가능성이 가장 먼저 손꼽힌다. 기존 개편안에서 현대모비스의 분할 비율은 0.79대 0.21이었고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 비율은 1대 0.61이었다.

합병 비율 조정으로 해결되면 가장 간단하지만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멀쩡한 회사의 알짜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에 넘기는 만큼 주주들의 불만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모비스를 먼저 인적분할한 뒤 분할부문을 재상장하는 것이다. 분할부문을 따로 상장해 시장 평가를 받은 후 대주주가 보유한 글로비스 지분과 모비스의 분할 신설법인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존속 모비스 지분과 교환하는 시나리오다.

대주주의 비용 부담은 늘지만 현대글로비스의 상대적 고평가 논란을 상쇄할 수 있고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합병 비율을 산정했다는 논란도 차단할 수 있다.

모듈과 A/S사업 부문을 현대모비스에서 떼어 낸다는 구조적 변화에 손을 댈 수도 있다. 단지 합병 비율에 손을 대기보다 현재 불만이 있는 현대모비스의 사업부문 분할에 대해 재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느 시나리오든 모두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는 절차는 똑같기 때문에 엘리엇과 헤지 펀드의 공격을 또다시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또 주주들의 이해를 구해야 하는 것도 기존 안건과 다를 바 없다.

지주사 체제는 금산분리 규제 탓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지주사 전환 시 금융계열사인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을 보유할 수 없어 자동차와 금융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

결국 합병 비율 조정이나 분할 후 재상장이라는 시나리오 중 하나가 채택될 가능성이 높은데,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주주 친화 정책을 함께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자사주 소각 등의 주주친화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 이상 현대모비스 주주들은 멀쩡할 회사를 분할하려는 지배구조 개편에 계속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매각하면서 보유 지분이 10% 이하로 줄어들었다. 한때 413만주가 넘었던 국민연금의 글로비스 주식은 최근 매각으로 374만주까지 감소했다. 결국 이대로라면 일반 주주들의 이해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의 지분을 팔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대로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수백억 원의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비스, 모비스 주가가 모두 하락했기 때문이다. 엘리엇이 이대로 손해를 보고 현대차그룹에서 손을 털고 나갈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위키리크스한국=문수호 기자]

 

shmoon09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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