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박물기행] 개항기의 풍경을 담은 인천개항박물관 (상)
[인천박물기행] 개항기의 풍경을 담은 인천개항박물관 (상)
  • 장보배 여행 칼럼니스트, 도움말 김영희 학예사
  • 승인 2018.10.31 17:49
  • 수정 2018.10.3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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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끝’을 본 적 있는가?

인천역. 길고 긴 1호선의 끝이다. 북적이던 신도림을 지나 역곡을 거쳐 부천쯤 다다르면 하나둘씩 사람들이 사라지고 가득 찼던 전철이 마법처럼 텅 비게 된다. 주안을 지나면 그야말로 지하철 안에서 막춤이라도 출 수 있을 것 같은 한가함이 찾아온다. 이윽고 뻥 뚫린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감상하다보면 ‘역의 종착역’이라는 안내문구와 함께 인천역에 다다른다. 그렇게, 인천개항박물관탐방기는 세상 한가로운 풍경을 맞이하면서 시작된다.

#당신이 인천개항박물관을 걸어서 가야하는 이유

익히 들었다. 개항기의 풍광을 그대로 담아둔 거리를 간직한 곳이 바로 인천역의 ‘차이나타운’의 거리라고. 옛 사람들이 돌아다녔던 그 골목골목을 걸어볼 수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준비했다. 이어폰을 빼고, 아주 편안한 운동화를 신고, 카메라만을 들었다. 골목 구석구석을 누빌 작정이다. 인천개항박물관을 걸어서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것을 느끼고 와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만났던 거리의 풍경은 마치 異세계에 온 듯한 감정을 선사했다.

제물진두 순교성지. 열 분의 순교자가 도끼 등으로 순교 당하신 안타까운 곳. 굉장히 독특한 건축물 외양이 인상적이다
커다란 쇠사슬과 고리 등 철제 부품들이 쌓여있는 곳을 지나면 왠지 묘한 느낌이 든다

5분 남짓 거리를 걸었을까. 특이한 공간에 정신이 팔려있을 무렵 드디어 도착했다. 완전히 색다른 공간임을 알리는 거대한 조형물과 붉은 조각상들이 가득한 곳. 내가 걷고 싶은 거리에 도착했던 것이다.

문화 행사가 많은 곳이라서 곳곳에 이색적인 장식들이 많다
한중문화관 앞에 위치한 새빨간 여의주를 물은 용. 아주 역동적이면서 묘하게 선하게 생겼다
건물들이 특이하다, 특히 입구의 세모 모양의 장식들이 인상적이다

독특한 모양의 건물들, 이국적인 정취에 흠뻑 젖어서 걷다가 인천개항박물관 가는 길을 소개해주실 학예사님을 만날 수 있었다. ‘거리’를 걷기 위해서 ‘학예사’님을 만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생소할지 모르겠다. 유적지 탐방도 아니고 뭐 하는 것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인천의 거리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특히 이곳의 거리는 더욱 그러하다. 개항기부터 보존되어온 이 거리는 거리 자체가 유물이기 때문이다. 상세한 학예사님의 설명을 들으며 본격적으로 인천개항박물관으로 향하는 거리를 탐방할 수 있었다.

#내가 걷는 이 거리를, 상상하다

거리를 오르기 시작하면 저 멀리 조계지 진입계단이 보인다. 1884년 청국 조계가 설정되는 경계지역으로, 현재는 자유공원과 연결되는 계단이다. 지금은 아름다운 거리라며 인증샷을 유발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 저곳은 그야말로 ‘경계’였다. 개항기, 조계지 다리를 기점으로 왼쪽은 청나라, 오른쪽은 일본 상인들이 거주하도록 구획 지어졌다. 상상해본다. 청나라 상인들과 일본 상인들이 가득, 이 경계를 기점으로 돌아다녔을 것을. 그야말로 독특한 풍경이었을 듯 싶다. 그 외에 당시의 역사가 그대로 남아있는 골목도 있다.

본래 중구청까지 쭉 나 있던 길. 현재는 아래쪽으로만 그대로 원형이 남아있다

이 골목 역시 1883년 각국 조계지 계획 시부터 존재했던 골목이다. 골목을 걸으며 상상해본다. 과연 옛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이 거리를 걸었을까? 한국에 처음 온 상인들이었다면 대박의 꿈을 품고 이곳을 걸어 다녔을지 모른다. 혹은 큰 이문을 보지 못했던 이들이라면 풀이 죽어서 빚에 시달리며 은행을 오고갔을지도 모르겠다. 역변의 시대와 대박의 꿈, 신세계를 꿈꾸며 건너온 사람들… 그런 상상을 하면서 조금 걷다보니 인천개항박물관을 맞이할 수 있었다.

독특한 건물의 외관. 제1은행 부속창고 건물로 1899년 건축된 제일은행의 금고 및 중요물건 보관창고로 사용되었다. 은행창고 건물로서 원형이 유일하게 남아있는 곳

인천개항박물관은 내부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지만, 외형은 그대로 보존되어있는 아주 특별한 건물이다. 본래 일본 제1은행 부산지점 인천출장소였다. 그러다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으로 승격해 지금의 석조사옥으로 재건립된 것이 유지되고 있는 것. 해방 후에는 한국은행 인천지점으로 명칭이 번경되었고 조달청 인천사무소 청사로 사용되다가 인천 지방법원 등기소, 중구청 관광개발과 사무실로의 사용을 거쳐 마침내 현재의 개항박물관이 되었다.

이 뾰족뾰족한 철창도 과거의 흔적을 재현하고자 노력했다고. 건물 자체에 서린 느낌을 보존하고자 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석조 건물을 쌓아올린 양식이나 창문을 낸 방식, 그리고 지붕에 있는 장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오래된 벽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모방할 수 없는 색감이 시대의 흐름을 간직했던 건물의 사연을 말해주는 듯 하다.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실제로 워낙 외벽의 모습이 특이하니까, 쇼핑몰부터 영화, 드라마 촬영팀들을 간간이 만날 수 있었다. 외벽 앞에 인물을 세워두기만 해도 이국적인 느낌이 나는 곳이므로, 많은 촬영팀들이 와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렇게 하염없이 외벽을 탐구하다가 드디어 마주했다. 독특한 모양의 아치형 지붕, 석조로 굳건히 선 건물. 구한말 이곳에서는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 드디어 건물 안을 들어가게 되었다. 그리고 건물 안에서 엄청나게 사랑스러운 것들과, 신기한 것을 구경할 수 있었다.


#김영희 학예사가 전하는, ‘인천개항박물관’의 건축과 역사


인천개항박물관(구 일본 제1은행)은 1899년에 이오미 다까마사(新家孝正)가 설계한 건물입니다. 처음에는 목조 2층 건물을 짓고, 일본 제1은행 인천지점으로 업무를 시작했던 것이 기반이 굳어지면서 지금 현재 모습으로 1897년 석조 사옥을 새로 짓게 되었습니다. 그 후 1911년 8월 조선은행으로 기구 변경됨에 따라, 조선은행 인천지점이 되었고 해방 후 다시 한국은행으로 개편되어 한국은행 인천지점이 되었습니다. 해방 후 1980년까지 조달청 인천사무소 청사로 사용됐고, 1996년까지 인천지방법원 등기소로 사용되었으며, 1997년 이후에는 폐쇄된 상태로 방치되었다가 1998년 3월 이후에는 상설의류 매장 및 인천 문화발전연구소 등으로 이용되었습니다. 그러다 2000년 8월 건물 보수공사 준공 이후 중구청의 소관부서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외관은 반원형 아치 현관을 중앙에 두고, 바로 위에 돔참의 작은 큐폴라(cupola)를 축으로 좌우대칭의 비례를 갖고 있는 르네상스 풍의 건물입니다. 외벽은 화강을 잘 다듬어 쌓았고, 처마 부분에는 둥근 구멍이 뚫린 석조 파라펫 난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은행 건물의 지붕은 건립 당시 지붕 용마루 부분에 바로크 양식의 장식이 달린 천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목구조에 우진각 지붕형식으로 되어있습니다. 현재 지붕 용마루 부분과 돔은 동판으로 되어있는데요, 기타 경사지붕은 본래 기와로 되어있었으나 지금은 함석으로 개조된 상태입니다. 

현관 중앙부에 돔을 얹는 등 르네상스 양식의 모티브를 취하고 세부적으로 잘 다듬어져 있습니다. 일본금융기관으로 인천 금융기관의 효시라는 역사적 의의를 가진 건축물입니다.

[위키리크스 한국=장보배 여행 칼럼니스트, 도움말 김영희 학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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