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수첩] ‘카토캔’ 소비자 클레임, 알고도 눈 감은 남양유업
[WIKI 수첩] ‘카토캔’ 소비자 클레임, 알고도 눈 감은 남양유업
  • 천진영 기자
  • 승인 2019.01.25 14:55
  • 수정 2019.01.25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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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번 남양유업 ‘아이꼬야’ 곰팡이 발견 사례의 경우 6개입 기준 한 팩을 2개씩 잘라서 재포장한 제품입니다. 행사용 제품으로 재포장 하는 과정과 택배 배송 중 외부 충격에 의해 제품이 손상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남양유업 ‘아이꼬야 우리아이주스 레트비트와 사과’ 제품에서 발생한 곰팡이 주스 논란에 대해 이 같은 공식 입장을 밝혔다. 전반적으로 종이캔(카토캔) 패키지상 문제로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남양유업 영유아용주스 ‘아이꼬야’ 제품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소비자 제보글이 게재되면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이 제품은 주문자 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카토캔 생산 설비를 확보한 삼양패키징에서 제조됐다.

게시글에 따르면 소비자 A씨는 지난해 11월경 11번가에서 진행한 체험 프로모션을 통해 남양유업 ‘아이꼬야’ 3종을 2개씩 받았다. 이 가운데 ‘레트비트와 사과’ 제품(유통기한 2019년 9월 21일)에서 대량의 곰팡이가 발견됐다. 더욱이 ‘간혹 유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안일한 태도로 일관한 남양유업 고객센터는 소비자 A씨를 더욱 분노케 했다.

‘곰팡이 주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남양유업은 카토캔을 사용한 전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택배 배송을 거치는 아기전문 브랜드 ‘아이꼬야’부터 시즌 제품으로 편의점에 납품되고 있는 ‘프렌치카페’까지 불똥이 튀었다.

당초 카토캔 재질로 만든 ‘프렌치카페’의 경우 판매 중단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다. 유통 취급 과정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택배 발송이 아닌 데다 냉장고에서 판매되는 제품인만큼 파손 리스크는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아이꼬야’와 달리 그간 접수된 소비자 클레임 사례가 없다는 것도 결정적 이유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아이꼬야’ 제품의 경우 이전에도 소비자 클레임이 접수된 사례가 많이 있었다. 일반 평균치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판매량 대비 소비자 클레임 점수 사례를 수치로 계산하는데, ‘프렌치카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사진=쿠팡 홈페이지 캡처]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이번 ‘곰팡이 주스’ 사태가 그렇다. 남양유업은 이미 친환경 종이캔 특성상, 택배로 유통될 경우 파손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

위생당국 차원의 조사가 완료되기도 전인 지난 16일 ‘제조과정이 아닌, 배송상의 문제로 확인됐다’고 공식 사과문을 올린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남양유업은 18일 카토캔을 사용한 전 제품의 판매 중단을 결정하고 “종이캔 용기의 안전성이 보완되기 전까지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식약처가 문제가 된 제품을 생산한 충북 진천군 소재 삼양패키징 광혜원 공장을 조사한 결과, 제조공정상 결함은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처 관계자는 “검사 시 제조와 유통단계를 나눠 검토한다. 우선 멸균 공정과 확인 공정을 포함한 제조 단계 전반에 대해 현장 점검을 실시했으며, 이 과정에서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굉장히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통 유통단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도 많지 않은데, 이번 건의 경우 통상적인 방식이 아니라 행사용 제품으로 재포장하는 과정에서 손상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울우유, 매일유업, 롯데칠성음료, 푸르밀, 쟈뎅 등 카토캔이 적용된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식음료 업체들도 덩달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조사(삼양패키징)로부터 ‘제조과정상 문제가 없다’라는 식약처 결과를 통보 받았다. 생산라인은 모두 똑같기 때문”이라며 “유통상의 문제라면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완충재나 포장재 강화 등 유통 방법을 검토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했다.

카토캔은 친환경 종이와 알루미늄, 비닐막 등을 겹쳐 만든 신개념 패키지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의 친환경 기조에 부응했을 뿐 아니라 식음료 업계로선 기존 알루미늄 캔 사용이 어려웠던 다양한 음료를 담아낼 수 있는 소재로 활용됐다.

남양유업은 카토캔 자체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카토캔의 안전성 보완을 지적하고 있다. 책임소재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삼양패키징은 카토캔 관련 안전성 및 제품 내구성을 보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품질 문제만큼은 어떠한 타협을 하지 않겠다던 남양유업. 카토캔 소비자 클레임 건을 알고 있으면서도 ‘꼬리자르기식’ 대응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번 카토캔 안전성 논란의 시발점으로 직격탄을 맞은 만큼 남양유업 차원의 진정한 검토 결과를 기대해 본다.

[위키리크스한국=천진영 기자]

[사진=남양유업]
[사진=남양유업]

 

cjy@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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