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 전쟁에 뒷짐 지던 韓, 뒤늦게 CBDC 전담팀 마련한 까닭은?
디지털화폐 전쟁에 뒷짐 지던 韓, 뒤늦게 CBDC 전담팀 마련한 까닭은?
  • 최종원 기자
  • 기사승인 2020-02-10 18:28:02
  • 최종수정 2020.02.10 1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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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Facebook)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사진=연합뉴스]
페이스북(Facebook)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 [사진=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이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한국은행(한은)도 지난 5일 전담팀을 꾸리는 등 CBDC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한은이 CBDC 전담팀을 마련해 기술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진전이지만, 주요국에 비해 준비가 늦은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는 화폐라기엔 범용성이 떨어져 교환 기능을 일부 수행하고 있는 투기수단으로 평가되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와 관련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이해' 보고서에서 "가상통화는 높은 가격 변동성과 법정화폐가 아니라는 점에서 나온 공신력 결여가 범용성을 가진 화폐로 기능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CBDC가 이러한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화폐라고 언급했다. CBDC는 디지털 형태를 띄고 있고 법정화폐 단위를 사용하며, 중앙은행 채무 기반으로 발행돼 다양한 경제주체가 이용할 수 있는 법정화폐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통화는 한정된 채굴량과 발행 주체가 정해져 있지 않은 점 때문에 투기에 취약하지만, CBDC는 중앙은행이 발행하고 법정통화와 1:1 대응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전자적 결제수단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신뢰성이 높고 효율적인 지급시스템을 구축하고자 CBDC를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BDC 발행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국가로는 스웨덴이 있다. 스웨덴은 지난 2016년부터 'e-Krona'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현금 이용 비율이 하락함에 따라 현금을 대체할 수 있는 결제수단으로 CBDC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시범 사업을 통해 발행 형태 등을 논의하고 지급결제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행보를 가속화한다.

프랑스는 올해 1분기에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CBDC 시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중국 인민인행은 위안화를 디지털 기축통화로 만들기 위해 2014년부터 CBDC를 연구하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CBDC 제도를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CBDC 발행을 검토하기 위해 새로운 조직도 만들어진다. 지난달 22일 닛케이 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은 일본, 캐나다, 영국, 스위스, 스웨덴 중앙은행과 'CBDC 활용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그룹'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일본은행을 비롯한 세계 주요 중앙은행은 CBDC에 관해 "연구는 하고 있으나 가까운 장래에 발행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CBDC 발행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단계에 다다른 것이다. 

한은도 최근 CBDC 전담팀을 꾸려 기술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CBDC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관련 이론적·기술적 역량을 축적하기 위해 CBDC 전담조직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CBDC 발행을 검토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CBDC 연구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한은의 이러한 결정에는 앞서 언급한 대로 글로벌 기조의 변화와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한은 측은 보고서에서 "리브라가 저렴하고 신속한 국가간 자금이체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를 반영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대중의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는 한편 기존 지급결제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CBDC의 가능성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요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CBDC를 연구했는데 한국이 이제야 전담팀을 꾸린 것은 늦은 처사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의 자체 암호화폐 '리브라' 발행 이슈가 촉발된 지 꽤나 시간이 흘렀는데 이제서야 전담조직을 마련한 것은 정부가 지나치게 신중했던 것 같다"면서 "달러패권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CBDC를 적극 밀어붙이고 있는데 정부가 너무 관망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최근 정부가 가상통화 제도화에는 별다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서 과세는 추진하는 등 업계 관계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은의 이번 CBDC 전담조직 마련이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이 아닌 블록체인 산업을 진흥시키는 지속적인 연구로 거듭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sus@wikileaks-k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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