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결국 아시아나 손 놓나
HDC현대산업개발, 결국 아시아나 손 놓나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3.24 10:33
  • 수정 2020.03.24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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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갈 곳 없는 항공노선…"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
아시아나 경영진 유지, 계약 파기 염두 조치 해석도
[사진=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아시아나 항공 인수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미중 무역분쟁,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 악재까지 맞이하며 아시아나 항공 주가가 인수 당시 대비 60% 이상 폭락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HDC현산의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있다.

■ 창사 이래 최악의 상황 맞이한 아시아나항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최근 아시아나항공과 아시아나 개발, 아시아나IDT, 에어서울, 에어부산 등 주요 계열사 대표와 임원을 차례로 만나 면담을 진행했다. 인수 후 사업 방향이나 업무 파악을 위한 만남인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같은 면담은 잠시 중단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코로나19로 항공 산업이 초토화 된 상황에서 2조원을 투입해도 티도 안날 것"이라며 "인수 작업에 이상신호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금융권에선 인수 포기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아시아나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악의 성과를 냈다. 반일 감정으로 일본 노선 수요가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코로나19로 20%에 육박하던 중국 노선까지 막혔다. 이로인해 매출은 7조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으며, 영업적자는 4274억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1년 새 327%가 늘어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한국 여행 경보를 내리며 이들 노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 금융권 "당분간 살아나긴 힘들 것"

아시아나항공은 즉각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절감·수익성 개선에 돌입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직접 본인 임금을 전액 반납해 솔선수범하겠다고 임직원에게 보내는 담화문을 통해 밝혔다. 한 사장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전 임원 38명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고 급여 50%를 반납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일반직·운항·객실 승무원·정비직 등은 10일 이상 무급휴직에 들어간다. 중국 노선은 기존 대비 79% 축소하고 동남아시아 노선은 25% 줄여 유휴 인력을 최소화 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 시가총액은 지난해 12월2일 1조1482억1100만 원에서 지난 20일 6105억4900만원까지 주저앉았다. 금융권에선 이같은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당분간 실적이 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올 1분기 아시아나항공 적자는 6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흑자전환 시기는 2021년으로 늦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첩첩산중 항공산업…장고 빠진 HDC현산

불과 넉달 전까지만해도 이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경쟁사인 애경그룹보다 1조원 많은 2조5000억 원을 적어내며 HDC현산은 통 큰 베팅을 시도했다. 정 회장은 정부 규제에 시달리는 건설업 한계를 벗어나 호텔·레저·면세점을 잇는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 HDC현산은 마냥 인수를 강행할 수만은 없는 분위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인수를 선언할 때에도 재무부담 우려가 컸는데, 현재 항공 산업 상황을 보면 나아질 기미가 없어 인수 포기가 맞지 않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에어프레미아, 에어로K, 플라이강원 등 LCC 3곳이 신규 출항하면서 LCC와 겹치는 단거리 노선이 많아진 것도 변수가 됐다.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환경이 악화되면서 자칫 인수를 밀어붙이다가 HDC현산까지 추락할까 고민하는 분위기"라며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 한 인수를 강행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힘 실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

업계는 오는 27일 진행되는 아시아나항공 주총에서 HDC현산이 주요 경영진을 대거 교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외이사 3인 중 2인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HDC현산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 외로 HDC현산은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각에선 HDC현산이 계약 파기를 염두해 둔 조치로 해석하고 있다. 

HDC현산 측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명확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HDC현산 관계자는 "아시아나 주총이고 아직 인수가 아직 마무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총 경영진 미교체 건에 대해선 아무런 입장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회장님의 면담은 개인적인 일정 변경으로 잠시 중단됐다가 재개됐으며, 인수 과정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짤막한 입장을 내놨다.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인수금액의 10%인 계약금 2500억원을 토해내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HDC현산은 이를 포기하고 2조2500억원을 지킨다면 기소구다(棄少求多, 적은 것을 버리고 많은 것을 구한다)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과연 정 회장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진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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