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 측 "임원은 근로자 아냐, 해고 아닌 본인이 관둔 것"
"임원급이 회사 상대로 부당 해고 소송 제기는 이례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전직 커뮤니케이션실장이었던 김 모 씨가 회사를 상대로 부당 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 내부에선 '임원이 부당해고 소송을 건 사례는 거의 본 적 없다'면서 안현호 전 KAI 사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다.
19일 KAI 관계자 등에 따르면, 산업기술대 석좌교수였던 김 모 상무는 지난 2019년 9월 취임한 안현호 전 사장의 영입 결정에 따라 지난 2020년 7월 KAI 커뮤니케이션실장 및 상무로 취임했다.
김 모 상무는 이후 페루, 콜롬비아 등 국제방산전시회에 참가해 KAI 마케팅 활동에 나섰다. 또 사천교육지원청, 사천시 가로등 지원사업 업무 협약 등 각종 공식 석상에서도 회사를 대신해 참여했다.
하지만 그는 안 전 사장이 퇴임을 결정하면서 안 전 사장으로부터 '회사를 같이 떠나자'는 권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KAI 측 관계자에 따르면, 김 모 상무는 안 전 사장의 이같은 요청에도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끝내 해고를 피하지 못한 김 모 상무는 지난해 6월 KAI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5억1731만787원이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정현석 부장판사) 변론준비기일에서 김 모 상무 측은 "KAI가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했다. 김 모 상무는 비등기 임원이므로 근로자성을 띄고 있다. 또 서면 통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김 모 상무는 회사와 고용 관계가 아닌 임원으로서 일정한 사무 처리를 위임받은 것"이라면서 "근로자성이 부인된다. 즉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이다. 아울러 김 모 상무는 안 전 KAI 사장의 퇴임 권유에 따라 부당해고가 아닌 면직된 것이다"라고 해명했다.
KAI 한 관계자는 김 모 상무에 대해 "직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는 인물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직원들 사이에선 임원이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소송을 건 사례가 거의 없다보니 그를 영입했던 안 전 사장에 대한 리더십에도 의문을 던지는 분위기다. 리더라면 마무리 관계를 잘 맺는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AI 홍보실 관계자는 "김 모 상무의 경우 근로계약 체결을 한 건 아니고 임원이기 때문에 업무 위촉 계약을 맺었다"면서 "업무 위촉 계약자는 근로자로 판단이 안된다고 한다. 지금 이 건은 지방노동위 중앙노동위 등에서 근로자가 아닌걸로 모두 판단 나왔다. 그래서 근로자 해고건이 아니라 본인이 그만 둔 걸로 돼있다"고 설명했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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