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중 제어 불능'…공포의 오티스 엘리베이터
'업데이트 중 제어 불능'…공포의 오티스 엘리베이터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0.03.25 12:03
  • 수정 2020.03.25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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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 아이와 탑승한 주민, 지하 2층까지 강제 이동
승강기협회 "업데이트 중 사람 태워선 절대 안 돼"

엘리베이터 업체 OTIS(오티스)가 탑승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업데이트를 시행해 논란을 빚고 있다.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엘리베이터 업데이트 시간에 6살짜리 아이와 해당 엘리베이터에 탔다가 강제로 지하 2층까지 끌려간 사연이 공개돼 주민들이 공포에 떨었다.

"아이와 지하 2층까지 강제 이동…놀란 가슴 진정 안 돼"

[한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 올라온 OTIS 엘리베이터 고장 사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한 아파트 입주민 카페에 올라온 OTIS 엘리베이터 고장 사연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한 아파트 주민에 따르면, 최근 아이와 함께 OTIS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다가 끔찍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는 아이 하원 후 어느 때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탑승했는데, 집까지 올라가던 중 갑자기 멈추더니 한 번 들썩였다고 회상했다. 여성은 "호출을 눌러도 아무런 답변이 없었고, 엘리베이터는 멈칫멈칫 움직이더니 갑자기 지하 2층까지 훅 내려갔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텐 '추락'이란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였다"면서 "엘리베이터 안에는 이삿짐센터 아저씨 두 분과 6살난 아들, 저까지 총 4명이 탑승해 있었는데 놀란 가슴으로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글 쓰고 있는 지금도 놀란 가슴이 진정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글쓴이는 "사전 점검하러 왔을 때부터 엘리베이터가 많이 꿀렁거린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런 사고가 발생하다니 무섭다"며 "OTIS측에 문의해보니 엘리베이터를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시키려고 부팅하는 과정에서 엘리베이터가 세팅값에 따라 지하 2층까지 내려간 것이라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 11개가 있어서 추락 위험은 없다고 하는데, 이것도 제대로 잘 설치됐는지 의문이다"라며 "너무 화가 나서 즉각 관리실에 불만을 쏟아부었다. 관리소장은 이 사안을 중대한 사항으로 생각해서 빨리 처리하겠다고 했으나, '아이가 혼자 탔을 때 이런 일이 발생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소름 끼친다"고 토로했다.

'안전' 핵심가치라더니…협회측 "OTIS의 명백한 잘못"

[지난해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급상승하면서 18층 꼭대기에 멈춰서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원인이 된 도르래가 깨진 모습 / 사진=부산 사하소방서]
[지난해 부산 사하구 한 아파트의 엘리베이터가 급상승하면서 18층 꼭대기에 멈춰서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원인이 된 도르래가 깨진 모습 / 사진=부산 사하소방서]

OTIS측에 엘리베이터 업데이트 관련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문의했다. 그러나 OTIS 측은 "본사가 해외에 있는 만큼 모든 검토를 거치고 답변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서 수일째 답변을 주지 않았다. 'OTIS 사고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에도 OTIS측은 "알아보고 연락주겠다"는 짤막한 답변만 내놨다.

한국승강기협회 관계자는 "OTIS에서 본인들이 시스템을 그렇게 제작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이 초래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업데이트 과정에서 사람을 태워서는 절대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관계자는 "업데이트를 하겠다고 한다면 사전 공지를 해서 엘리베이터 사용을 금지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한 조치다. 업데이트 이후에도 충분한 검증이 이뤄진 후에 탑승을 시켜야 하는데, 이를 OTIS 측에서 진행하지 않은 듯 보인다"고 지적했다.

OTIS는 지난 2011년 베이징시 지하철역에 설치한 자사 에스컬레이터가 역주행하면서 어린이 1명이 숨지고 30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를 일으킨 바 있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 설치한 OTIS 엘리베이터 도르래가 깨지면서 승강기에 탑승해있던 아버지(44)와 아들(12)이 부상을 입는 사고를 부르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조사한 당국은 2년 전부터 해당 엘리베이터에 이상징후가 있었으며, 도르래 마모 상태도 주의 관찰이 필요한 B등급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심지어 베어링은 내구연한이 초과된 것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티스 측은 "자체점검 일정에 따라 실시했으며, 정부 등급 기준에 따라 '주의 관찰 필요'를 의미하는 B등급으로 고객에게 보고하고 파트에 대한 교체를 권유했다"며 책임을 관리사무소측에 넘겼다.

OTIS는 안전을 핵심가치로 추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안전의 최전선에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승강기 설치 현장 직업자들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초청해 '안전'과 관련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OTIS 측의 이같은 대응 방식에 대해 진정으로 승객을 위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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