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 조작·투자원금 전액 손실까지... P2P금융 모럴해저드 '심각’
연체율 조작·투자원금 전액 손실까지... P2P금융 모럴해저드 '심각’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0.09.03 09:38
  • 수정 2020.09.0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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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23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P2P 금융 제정법 취지에 맞는 소비자 보호와 산업 육성의 방향성 정책토론회'에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축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이하 P2P법)이 지난달 27일 시행되면서 개인 간(P2P) 대출업체가 제도권 금융으로 편입됐다. 금융당국은 P2P 업체의 경영공시 의무를 확대하고 투자 한도를 줄인다는 취지인데, 토스 등 타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 모집행위도 이번에 금지됐다. 연체율 조작·투자원금 손실 등 몇몇 업체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해소될지 주목된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P2P법’ 시행에 맞춰 'P2P대출 가이드라인'을 일부 개정했다. P2P법 시행 후 1년간의 등록 유예기간에 미등록 업체에 적용할 지침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 온투법 핵심은 투자한도 축소, 토스·카카오페이 등 타 플랫폼에서 투자모집 금지

금융당국은 먼저 P2P 업체에 대한 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개인이 업체 1곳당 투자할 수 있는 한도를 기존의 절반으로 줄인다. 일반개인투자자의 업체별 투자 한도는 2000만에서 1000만원으로 줄어든다.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에 대한 투자한도는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었다. 한도가 줄어드는 만큼 분산 투자 등을 권고해 투자 위험도를 낮추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대출을 집행하는 P2P 업체는 투자상품과 해당 투자상품을 통해 모집한 투자금의 대출 만기와 금리, 금액을 일치시켜야 한다.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받은 자금을 기존 투자자의 원리금을 갚는 데 쓰는 '돌려막기'를 막으려는 장치다.

또 투자자가 P2P 업체의 홈페이지 등에 접속해 상품 정보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OO 페이'의 광고를 통해 P2P 업체 상품에 투자했다가 환매 중단 사태를 겪은 일부 고객이 플랫폼의 명성을 믿고 투자했다며 원성을 쏟아내는 점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보인다.

다른 플랫폼을 통한 투자자 모집행위는 금지된다. 다른 플랫폼에서 투자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다른 플랫폼이 보유한 투자자의 본인확인 정보를 P2P 업체에 제공하는 행위 등이 금지 대상에 들어갔다. 그동안 토스·카카오페이·뱅크샐러드·핀크 등의 핀테크 앱에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해당 P2P 업체의 홈페이지에 직접 접속해 가입·투자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또 부실채권 매각, 연체율 15% 초과, 금융사고 발생 등 중요 사항과 청산 업무 처리 절차를 공시해야 한다.

고위험 상품 취급 금지 조항도 들어갔다. 대출 채권·원리금 수취권 등의 자산을 담보로 하는 P2P 대출과 투자상품 취급은 제한된다. 또 대부업자나 특수목적법인에 P2P 대출을 할 수 없다. 단 대부업자의 경우 어음, 매출채권 담보 대출, 대부업자 중 대부채권 매입 추심업자에 대해선 대출 예외가 적용된다.

투자금 관리 기관은 은행과 증권금융회사, 저축은행 등으로 제한한다. 저축은행의 경우 자산규모 1조원 이상, 2년간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10% 이상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일반 개인 투자자는 P2P 상품에 최대 3천만원(업체당 1천만원 한도)까지, 부동산 관련 대출 상품이면 1천만원(업체당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차입자 정보 제공과 투자자 모집 등과 관련해 특정 투자자를 부당하게 우대 또는 차별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투자자에게 과도한 재산상 이익을 주거나 받는 행위, 투자 손실 보전을 사전에 약속하는 행위 등도 금지 대상이다.

업계에선 대부분의 업체가 금융당국의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P2P 대출업체의 한 관계자는 "투자 심리 위축으로 폐업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자체 추심 등을 통해 연체율 관리에 힘써온 우량 업체들도 통과할 수 있을지 막막한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2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한국투자 팝펀딩 환매중단 피해 관련 검찰고소 기자회견에서 팝펀딩 펀드 피해 투자자들이 한국투자증권, 자비스자산운용, 헤이스팅스자산운용에 대한 고소장 접수에 앞서 피해 보상 및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열린 한국투자 팝펀딩 환매중단 피해 관련 검찰고소 기자회견에서 팝펀딩 펀드 피해 투자자들이 한국투자증권, 자비스자산운용, 헤이스팅스자산운용에 대한 고소장 접수에 앞서 피해 보상 및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안정적인 투자 수단" 홍보에도... 투자자들 불신 높아져

P2P 업체들이 주로 취급하는 부동산 소액투자 상품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과 더불어 2030세대의 주력 투자처로 각광받았다. 토스·카카오페이 등의 핀테크 앱에서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해당 투자 상품은 연 8% 이상의 금리를 제공한다는 문구로 젊은 층의 ‘짠테크족(짠돌이+재테크)’들을 끌어모았다. 모바일 서비스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인만큼 쉽고 빠르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P2P 금융업계는 최근 3~4년 사이에 가파르게 성장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3일 기준 국내 P2P금융업체는 241개이며, 누적대출액은 약 10조3251억원이다. 대출잔액은 2조3292억원으로 지난 3월에 비해 약간 줄긴 했지만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등재된 44개 P2P 업체의 누적 대출액은 2일 기준 7조3107억원으로 4년 전인 1조5255억원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중 2007년 설립된 팝펀딩은 P2P 대출업체의 시초로서 홈쇼핑이나 오픈마켓 판매업체(벤더) 등 중소기업의 재고 자산 등을 담보로 잡고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빌려주는 동산담보 대출을 취급해왔다. 

팝펀딩은 지난해 11월 IBK기업은행과 제휴해 온라인쇼핑 판매자의 재고자산을 평가해 이를 기반으로 중저금리 운영자금 연계대출을 제공하는 ‘이커머스 전용 동산 담보 연계 대출'을 출시했다. 이는 팝펀딩이 온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재고 자산을 평가하고 보관하는 업무를 수행하고 기업은행이 총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1곳당 최대 5억원씩 500억 원을 지원하는 정책 대출 상품이다.  

이에 금융당국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26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파주에 있는 팝펀딩 물류창고를 방문해 팝펀딩과 같은 동산금융 혁신 사례가 탄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은 팝펀딩의 대출 취급 실태를 검사해 사기 혐의를 적발했고 지난 2월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 수사 결과 담보대출 만기 시점마다 다른 펀드의 투자금으로 돌려막고 펀드 자금을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연체율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팝펀딩 피해자 대책위는 "작년 5월 말 기준으로 팝펀딩의 대출액 연체율이 1.09%라고 설명했으나, 이는 조작된 수치로 파악된다"며 "이러한 행위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부정거래행위와 부당권유행위 등에 해당한다"라고 밝혔다. P2P 대출 통계 사이트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팝펀딩의 연체율은 3일 기준 93.8%로 현재 폐업 절차를 밟은 것으로 파악된다. 

선두업체에서도 투자금 상환 연체나 원금 손실 등 부실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대출액 2위 어니스트펀드에서 대규모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한 데 이어 지난달 3월 대출액 1위 테라펀딩마저 사상 초유의 투자원금 전액손실 사태가 발생했다. 몇몇 투자자들은 "연체가 발생해도 투자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할뿐 실질적인 대책은 내지 않는다"라며 업체들의 관리 부실을 지적하고 있다. 

P2P 업계 전체의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P2P 업체 139곳의 평균 연체율은 16.54%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월말 15.8%에서 0.7% 오른 수치다. 연체율은 2017년 5.4%에서 작년 말 11.4%로 뛰었고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19 확산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쳐 16%대까지 상승했다. 이중 테라펀딩은 18.98%, 어니스트펀드는 6.92%의 연체율을 기록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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