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KI 인사이트] "맞는 일" vs "살인 정당화"…낙태 허용법 찬반 논란 '팽팽'
[WIKI 인사이트] "맞는 일" vs "살인 정당화"…낙태 허용법 찬반 논란 '팽팽'
  • 박영근 기자
  • 기사승인 2020-10-07 17:29:59
  • 최종수정 2020.10.07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정부가 임신 14주 내까지 낙태를 전면 허용하되 낙태죄 자체는 존속하는 취지의 법안을 입법예고하자, 여성·의료계에선 찬반 입장이 팽팽하다. "낙태죄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과 "현실에 맞는 법안이다", "낙태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뒤섞여 충돌을 빚고 있다.

우성 여성계는 '낙태죄가 아예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7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계는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 인권을 사실상 후퇴시키는 법안'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한 관계자는 "지난해 낙태죄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결을 사실상 후퇴시키는 입법예고안"이라면서 "여성의 입장을 고려한 게 아니라 인구 계획, 저출산, 의료계 관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법은 어떤 인식에 근거했는지가 가장 문제다"라며 "마치 벌을 주지 않으면 여성들이 낙태를 남용할 것 처럼 비춰지는데, 이는 삶과 미래, 앞으로 태어날 생명까지 숙고해서 내리는 여성들의 결정을 부정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4주 내에 임신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시간이 지나면 낙태 하다가 처벌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의료계는 이번 개정안이 일괄적인 임신 주수 기준에 대해 예외조항만 갖춘다면 현실에 맞는 법안이 될 수 있다며 다소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그간 일부 의료 관계자들은 낙태 찬반에 대한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의학적 판단으로 살펴봤을 때 낙태 행위 자체를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이로인해 산모가 오히려 면허 없는 사람에게 불법 수술을 받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동석 회장은 "낙태를 금지하면 면허가 없는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위험한 수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당연히 바로 잡아야 했던 법안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24주 이후에서야 태아가 생존할 수 없는 질환이 확인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엔 예외조항이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의학적 관점에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의료계에선 해당 법안을 두고 '살인을 정당화하고 생명 경시 풍토를 조장하는 격'이란 반론도 나왔다. '전국 174인의 여성 교수 일동'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 여성 교수들은 보건복지부의 낙태 일부 허용 입법 추진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처사로, 이번 개정안은 낙태 허용범위를 심각하게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개정된 법안은 임신 14주 이내에는 어떤 경우에든 본인 결정에 따라 낙태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나 건강 등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 24주까지도 낙태가 가능하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4월 헌재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림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위키리크스한국=박영근 기자] 

bokil8@wikileaks-kr.org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