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JT캐피탈·저축은행 매각 난항...밀실매각·'먹튀' 논란 '시끌'
일본계 JT캐피탈·저축은행 매각 난항...밀실매각·'먹튀' 논란 '시끌'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5.12 16:38
  • 수정 2021.05.12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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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JT캐피탈 주식 100%, VI금융투자에 양도계약 예정
3개월 내 JT저축은행 주식 100%도 양도 계약 체결할 듯
외국계 사모펀드 인수·매각차익 극대화 논란으로 홍역
노조 "악의적 편법인수, 먹튀 자본의 요식행위"...극렬 반대
경기도 성남시 소재 JT저축은행 본점 외관. [사진=JT저축은행]
경기도 성남시 소재 JT저축은행 본점 외관. [출처=JT저축은행]

일본계 금융그룹 J트러스트가 올해 안으로 자회사 JT캐피탈·저축은행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을 두고 VI금융투자와 협상이 진행 중이다. 이처럼 외국계 사모펀드(PEF)가 인수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론스타 사태를 연상시키는 밀실매각·국부유출 논란을 잠재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J트러스트는 오는 14일 JT캐피탈 주식 100%를 VI금융투자에 넘기는 양도계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도가는 1165억원이다. 주식 양도일은 오는 6월 15일로 예정됐다. 

 VI금융투자는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뱅커스트릿프라이빗에쿼티(PE)가 하이자산운용과 하이투자선물을 인수해 설립한 금융사다.

JT캐피탈 주식을 양도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JT저축은행 주식 100%에 대한 양도계약도 체결하기로 했다. 양도가는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해 JT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 양사는 1463억원으로 합의했지만, 다시 가격을 합의할 예정이다.

당초 두 회사는 작년 10월 29일 JT저축은행 주식양도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지난해 말까지 매각 절차가 끝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지난 3월 말 효력을 잃게 됐다. 우선협상 시한까지 금융위원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지난달 J트러스트가 JT저축은행에 더해 JT캐피탈 주식 전량까지 VI금융투자에 함께 매각하는 방식으로 MOU 효력을 재개시켰다.

J트러스트는 공시에서 "코로나19 확대 영향으로 세계 경제 환경과 산업 구조가 급변하고 있어 사업 수익성의 전망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요구된다"며 "이번에 다시 한국 금융위원회 승인 취득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JT저축은행 매각 절차는 지난해 7월 처음 시작됐다. JT저축은행·캐피탈은 수도권 기반 대형 저축은행·캐피탈사인 만큼 업계에선 ‘대어’로 꼽힌다. 총자산 규모는 2019년 말 기준 각각 1조4164억원, 6631억원으로 약 2조원을 넘기는 수준이다.  

매각을 주관했던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지난해 9월 JT저축은행 지분 100%를 매각하기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는데 예비입찰에 이어 실사까지 참여해 입찰 유력 후보로 떠올랐던 JB금융과 한국캐피탈 등 금융사는 불참했다. VI금융투자와 재무적투자자(FI) 두 곳이 응찰하며 매각 절차가 진행됐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저축은행과 캐피탈을 보유하고 있어 입찰에 나서지 않았다. 현재 규제상 동일 대주주가 저축은행 3개 이상을 소유·지배할 수 없고,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 역시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인해 금융지주들에게 지나친 외형 확대를 자제하라고 당부한 바 있어 부담이 크다. 

일본계인만큼 '먹튀' 논란에도 휩싸였다. 주요 고객인 서민의 예금으로 자금을 모아 고금리 대출로 이익을 내 매각차익을 최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지난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면서 최소 4조원 이상의 차익을 거둔 ‘론스타 사태’와 닮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예외승인을 받은 론스타 사태처럼 J트러스트가 JT저축은행을 인수할 당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지 않았다는 것도 유사한 점이다.

그런가 하면 자회사였던 JT친애저축은행은 지난해 5월 첫 주주 배당을 실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총 배당액은 182억1180만원이며 배당 성향은 2019년 당기순이익(314억원) 대비 약 58%다. 사측은 배당으로 인도네시아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계열사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일본 본사로 자금을 빼내간다는 '국부유출' 비판을 피해갈 수 없었다. 

노조 측은 매각차익 극대화·먹튀자본의 요식행위라며 맹렬히 반대하고 있다. 

11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JT캐피탈지부와 JT저축은행지회는 금융감독원 앞에서 사모펀드의 JT캐피탈 탈법 인수 결사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해 "사모펀드의 JT캐피탈 탈법인수를 결사반대한다"라고 밝혔다. 

노조 측은 "JT캐피탈의 매매거래는 당국의 승인심사가 필요 없고 추후 JT캐피탈이 JT저축은행을 인수할 때 별도의 승인절차 없이 거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한 사모펀드의 악의적인 편법인수"라며 "사모펀드가 JT캐피탈을 인수한다면 자신들의 돈 한 푼 안 들이고 JT캐피탈을 이용해 자금을 끌어모아 이윤을 챙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JT캐피탈은 오로지 최대 매각차익을 위한 먹튀에만 혈안이어서 경영상태의 악화를 JT캐피탈과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려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모펀드는 경영참여보다 투자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만큼 정리 해고 등 대규모 인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기업 사냥꾼'이라는 이명을 가진 사모펀드사는 M&A 시장의 큰 손으로 불린다. 사모펀드사는 향후 재매각을 염두에 둔 몸값 띄우기에 나서는 경향이 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한미은행의 대주주 칼라일은 모두 3~4년 동안 경영을 한 뒤 투자 차익만 챙겨 한국을 떴다. 사모펀드사에 매각 절차를 밟을 경우 큰 파장이 일 수 밖에 없다.

J트러스트는 다시 올해 중으로 매각 절차를 끝낼 계획임을 시사했다. 과거 하나금융이 론스타로부터 외환은행 인수가 거의 확실시된 상황에서 외환노조 측과의 소통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절차가 지연된 적이 있다. 가장 중요한 노사 간 갈등을 잘 봉합해야 할 것이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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