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 진단] 카카오 없이 택시 잡아보니... '콜비 얹기'가 업계 관행?
[플랫폼 경제 진단] 카카오 없이 택시 잡아보니... '콜비 얹기'가 업계 관행?
  • 최종원 기자
  • 승인 2021.08.11 15:23
  • 수정 2021.08.11 15: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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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마트폰의 발달로 디지털 플랫폼이 이끄는 경제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었습니다. 가령 카카오택시 앱으로 배차를 잡고 대리운전을 부르고, 은행 중개 없이 네이버에서 소상공인 대출을 받고, 로톡을 통해 변호사와 모바일로 상담하고, 배달의민족에서 장까지 볼 수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비대면 업무의 일상화로 이런 경향은 더욱 심화됐습니다. 

 

하지만 햇빛이 밝으면 그늘도 짙듯이 독점 논란과 더불어 노동시장을 해치는 등 기형적인 산업 구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이제는 일상이 된 플랫폼 경제 속에 어떤 해묵은 갈등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신논현역 6번 출구 근처 버스정류장.
신논현역 6번 출구 근처 버스정류장.

10일 오후 서울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 근처 버스정류장. 기자는 여기서 택시를 잡아 2호선 교대역으로 가고자 했습니다. 방법은 좀 다릅니다. 핸드폰이 꺼졌을 때나 분실했을 때를 감안해 직접 택시를 잡아보는 방식입니다.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노년층은 어떻게 보면 아직도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어쨌든 차가 많은 강남답게 택시도 꽤나 많이 지나갔습니다. 대부분은 빈차 표시등이 없는 승객을 태운 택시들. 빈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에도 몇번 손짓을 날려봤으나 택시는 기자를 쌩쌩 지나치기만 합니다. 개중에는 '카카오T'라고 써져 있는 전용 택시도 꽤나 많았습니다. 

그렇게 택시를 떠나보내던 도중, 택시 한 대가 겨우 기자 앞에 멈춰섰습니다. 근데 대뜸 택시기사가 운행비 외에 콜비 명목의 '1000원'을 더 요구했습니다. 기자는 택시 전화번호 콜도, 카카오택시 배차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택시를 또 몇번 보냈다가 결국 운행비에 이런 웃돈을 더 얹어 탑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요즘은 이렇게 운행비 외에 콜비를 따로 안주면 택시 못 잡을걸요. 카카오에서도 돈내고 스마트배차 부르는 거랑 일반배차랑도 엄청 다르잖아요. 시장 생리가 이래요."

콜비를 받지 않으면 택시 이용이 어려울 것이라는 택시기사 A 씨. 한때 일반 배차라도 콜비를 받는 기사들을 두고 논란으로 불거지기까지 했는데 이제는 아예 시장 논리로 자리잡았다는 설명입니다. A 씨는 "중국집도 한때 배달비를 받지 않다가 이제는 다 받지 않느냐. 한쪽이 받으면 나머지는 안 받을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혹시 서울 한복판이 아닌 한적한 동네에선 핸드폰 없이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기자가 사는 경기도 고양시 성석동의 한 도로 한복판. 택시가 거의 지나다니지 않았습니다. 하릴 없이 10여분을 기다리던 중 다행히 빈차 표시등을 킨 택시 한대를 잡았습니다. 근데 이 택시도 1000원을 더 내야 했습니다.

"이젠 카카오 앱 없이 택시 잡기 힘들 걸요. 기사들도 택시정류장에 있지 않은 이상 손짓하는 승객들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요. 택시 콜도 많이 오고, 승객 많이 태워서 좋은 별점을 쌓아야 혜택도 많아져요."

이제는 택시가 고객을 찾으러 다니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됐다는 택시기사 B 씨. 콜이 오면 그때만 움직이면 되서 동선과 시간이 절약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기사들 또한 택시 앱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져 사실상 종속되는 위치에 처했습니다. 콜택시 시장의 80%를 카카오가 점유한 상태라 기사도 고객도 앱을 통하지 않고서는 이용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같은 플랫폼 산업이 전 분야로 확산되면서 같은 상품·서비스라도 가격이 달라지고, 다수의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택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3월 택시 기사를 대상으로 배차 혜택을 주는 월 9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프로멤버십이라 불리는 이 요금제는 택시 기사가 월 9만9000원을 내면 가입하지 않은 기사보다 좋은 배차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택시 기사가 원하는 목적지의 콜을 빠르게 확인하는 '목적지 부스터'를 포함해 '실시간 콜 수요 지도' '단골 승객 배차 혜택' 등의 서비스가 제공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우수한 서비스를 제공해주신 기사님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드리기 위해 평점 기준을 도입했다"며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근데 오히려 당시 택시 업계는 이를 사실상 강제 유료화로 간주하고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카카오 측은 이 요금제에 가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배차를 해 주거나 콜을 더 많이 주는 형태는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택시 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배차 문제에 있어 어떤 형태로든 혜택이 주어진다면 안쓸 수가 없다는 것이 택시 기사들의 의견 입니다. 택시 수요가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가입 택시가 배차를 많이 받는 만큼 비가입 택시의 몫은 줄어드는 구조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프로 멤버십에 포함된 단골 기능의 경우 승객이 별점 만점을 주고 단골로 지정한 택시에 대해 다른 택시 대비 배차 우선순위를 줍니다. 첫 한 달 만에 단골 315명을 모은 기사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카카오는 지난 2일부터 원래 1000원이었던 스마트호출 요금제를 최대 5000원까지 대폭 올린다고 밝히면서 이용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카카오 측은 “수요·공급에 따라 인공지능(AI)이 적정한 요금을 책정하는 방식으로, 공급이 많을 땐 기존 1000원보다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택시를 더 빨리 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5000원까지 더 받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카카오택시. [출처=연합뉴스]
카카오택시. [출처=연합뉴스]

물론 이런 책임을 카카오에만 물을 수는 없습니다. 고객들은 콜비가 없는 일반호출을 이용했는데, 택시 기사가 말도 없이 금액을 추가한다면 명목상 중개업자인 카카오에게 따져 물을 수는 없습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운용도 공짜가 아닙니다. 카카오 입장에서도 초기부터 비용을 받지 않고 운용비만 지불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여기에 카카오가 보유한 빅데이터·AI 역량을 통해 기존 고객들이 불편을 느꼈던 택시 수요·공급 불균형도 해소하고 있습니다.

이재호 전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모빌리티 플랫폼의 미래와 과제' 발표를 통해 "국내에서도 모빌리티 산업 진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는 등 많은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다"라면서도 "이 산업을 하드웨어(기술)적인 부분에서만 접근하는 경향이 있는데 서비스 측면도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서비스 유료화와 요금제 변화가 상대방에게 강요로 느껴져 오히려 반감을 더욱 키우는 처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택시 업계는 이미 전면 투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4단체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카카오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택시 업계와 협의 없이 스마트호출 등을 통한 요금 인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미 2018년 카카오는 웃돈을 내면 우선적으로 택시를 배차한다는 택시 호출서비스 유료화 방침을 추진했다가 부당요금에 해당한다는 정부의 판단에 따라 철회한 바 있다"며 "당시 카카오는 택시 호출서비스의 유료화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올해 초 프로멤버십이라는 꼼수로 택시기사들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더니, 급기야 승객들의 호출요금을 무려 5배나 인상하기에 이르렀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 단체는 지난 4월에도 청와대와 국회, 카카오모빌리티 본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 및 규탄 집회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당시 "택시 시장의 주체로서 생산자와 소비자 격인 택시 기사와 승객들은 거대 독점기업의 중개료 횡포 앞에 다른 선택의 여지도 없이 플랫폼의 노예로 전락할 처지에 놓여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카카오는 2019년 초 카풀 서비스를 내놓았다가 택시 기사가 스스로 몸을 불사르는 등 극심한 반발에 맞닥뜨린 끝에 결국 사업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카카오가 후퇴하기 힘든 상황으로 관측됩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 칼라일그룹, TPG 등 해외 투자자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왔고,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익화를 더 미루기 힘든 형국입니다.

게다가 2년 전과 달리 택시 호출 플랫폼 시장을 사실상 손에 넣은 상황입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올해 초 개인 주식을 환원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겠다는 포부입니다. 약속 이행을 위해 지난 6월에는 사회공헌재단 '브라이언임팩트'를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그런 의미가 바래지 않기 위해서라도 택시기사 분신과 같은 파국을 피할 적극적인 타협과 설득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위키리크스한국=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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