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줌인] 만성 코로나 환자들 운동 처방 논란... "의사 권유로 운동 늘렸다가 더 심각한 장애"
[코로나 줌인] 만성 코로나 환자들 운동 처방 논란... "의사 권유로 운동 늘렸다가 더 심각한 장애"
  • 최정미 기자
  • 승인 2022.02.17 06:34
  • 수정 2022.02.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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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워싱턴DC 의회의사당 배경으로 조깅하는 시민들. [UPI=연합뉴스]
미 워싱턴DC 의회의사당 배경으로 조깅하는 시민들. [UPI=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코로나 치료가 된 뒤에도 오랜 기간 피로감 등이 사라지지 않는 만성 코로나 환자에게 증상 완화를 위해 운동을 처방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처방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2020년 3월. 31세의 나탈리 홀라보는 코로나19 확진을 받았을 때 회복이 극도록 느렸다고 한다. 18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피로감, 가쁜 호흡, 두통, 관절통 등의 증상을 겪고 있었던 홀라보는 심장 전문의와 호흡기 전문의를 찾아갔다. 이들 의사들은 운동을 할 것을 권유했는데, 그의 증상이 몸관리가 안 돼서 그렇다는 의견이었다. 이후 홀라보는 자전거, 러닝머신, 걷기 등의 운동을 꾸준히 했다.

그러나 운동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기는 커녕, 증상들을 더 악화시켰다. 홀라보는 “이보다 더 나쁠 수 없었다”라며, 쉬고 있을 때마저도 심장박동이 급격히 올라가고 너무 피곤해 집중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홀라보의 사례처럼 코로나19 감염 이후 증상이 수 개월 이상 지속되는 이른바 만성 코로나를 겪고 있는 많은 미국인들이 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인디애나 대학교 의과대학의 생물 통계학자이자 데이터 과학자 나탈리 램버트는, 페이스북 코로나 생존자 그룹인 ‘서바이버 군단(Survivor Corps)’과 함께 100만 명이 넘는 만성 코로나 환자들로부터 자발적으로 보고된 데이터를 수집했는데, 의사들이 이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유했다는 보고가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의사의 말대로 운동을 했다가 증상이 더 악화됐다는 것이다.

램버트 박사는 “연구를 통해 운동 불능이 가장 일반적인 만성 코로나 증상 중 하나라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말했다. 일부 사람들은 심한 피로감으로 운동하기 힘들다고 했고, 그 밖의 사람들은 피로감 외에 멍함, 근육통 등의 증상이 더 악화됨을 호소했다. 

이러한 소위 ‘운동 후 피로감(post-exertional malaise)’ 증상이 만성 코로나 환자들에게는 약간의 신체 활동만으로도 흔히 나타나는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2021년 8월에 만성 코로나 환자 3,762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을 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는데, 응답자들 중 89%가 운동 후 피로감을 보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으로 인한 문제는 단순히 몸관리가 안 돼 생긴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뉴욕타임스는 말했다. 보스턴 브리검 여성 병원의 폐 중환자 전문의 데이비드 시스트롬은 “정상적이고 단순한 디트레이닝으로부터 나오는 증상하고는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디트레이닝(detraining)은 운동으로 발생한 효과가 운동을 중단하면서 감소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또한 폐나 심장의 손상으로 인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시스트롬 박사는 지난 1월 발표된 한 소규모 연구를 예를 들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운동에 문제를 겪고 있는 10명의 만성 코로나 환자들과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없지만 운동 후 알 수 없는 숨가쁨을 겪은 10명을 비교했다.

아무도 비정상적인 흉부 CT 결과나 빈혈, 폐나 심장 기능의 이상이 없었고, 장기 손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만성 코로나 환자들이 실내 운동용 자전거를 탈 때 일부 혈관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은 것이 발견됐다고 한다. 이는 근육으로 산소가 효과적으로 공급되지 못하게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 [출처=연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조직 시스템. [출처=연합]

이러한 혈관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스트롬 박사의 또 다른 연구에서 만성 코로나 환자들이 장기와 혈관의 기능에 관여하는 특정 신경섬유에 손상을 겪는다는 것이 보여졌다.

코로나와 운동 장애에 관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운동에 심박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해 11월에 발표된 한 연구는 연구 시작 3개월 전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29명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들 여성들이 6분 간의 걷기 실험을 했을 때,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는 16명의 여성들에 비해 심박수가 급격히 높아지지도, 빨리 회복되지도 않았다.

이 연구를 진행한 인디애나 블루밍턴 대학교 보건대학의 운동 생리학자 스티븐 J. 카터는 “확실히 정상적인 반응을 방해하는 뭔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램버트 박사는 일부 만성 코로나 환자들이 기립성빈맥을 진단받았다며, 기립성빈맥이 있는 사람들의 신경 시스템은 심박수, 혈압, 땀, 체온 같은 것들이 자동으로 조절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것들은 운동할 때 적절하게 조절돼야 하는 것들이다.

만성 코로나 환자들과 만성 피로증후군이 있는 사람들 사이의 유사점을 보는 의사들도 있다. 이들은 심각한 피로와 기억 인식 장애, 근육 또는 관절 통증의 증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의사들이 만성 피로 환자들에게 운동이 증상을 완화시킬 것이라고 조언을 했었지만, 많은 환자들에게 운동은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었고, 지금은 이러한 권유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21년 시스트롬 박사 연구진은 160명의 만성 피로 환자들을 연구했고, 이들이 운동을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만성 코로나 환자들과 같은 혈관 문제를 경험했다는 것을 알았다. 

과연 운동에 어려움을 겪는 만성 코로나 환자들이 계속 신체 활동을 늘려야 하느냐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제각각이다. 문제가 발생되기 때문에 운동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만성 코로나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에는 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이에 따른 이득도 있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스트롬 박사는 치료제로 상태가 좋아진 환자에게는 단계별 운동 프로그램을 시작하도록 할 수 있다고 말했고, 램버트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그는 갑자기 운동을 하게 되면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몸상태가 좋아지면 천천히 진행해야 되며, 만성 코로나는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처방 내용이 환자에 따라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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