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가 오랜 연인 스텔라 모리스와 23일(현지시간) 영국 벨마시 교도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로이터, 프랑스24 등 외신들에 따르면 결혼식 증인 두 명과 교도관 두 명, 총 4명의 하객만이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 방대한 양의 미국 정부 문서를 공개하면서 비리와 범죄를 폭로한 호주 국적의 50세,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는 미국 정부로부터 기소되고 현재 벨마시 교도소에 복역 중이면서 미국으로의 송환에 법적으로 맞서고 있다.
어산지는 미국으로의 송환 위협을 피해 2012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추구했고 그 안에서 7년 간의 망명 생활을 한 끝에, 2019년 대사관 건물 밖으로 강제로 끌려나와 영국 경찰에 의해 체포돼 지금까지 벨마시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모리스가 2011년 어산지의 변호팀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두 사람은 처음 만났고, 2015년 연인 관계가 시작됐다.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망명 생활을 할 당시 모리스와의 사이에 두 아들이 태어났다.
결혼식은 교도소 면회시간 동안 치러졌으며, 결혼식이 끝난 뒤 참석객들은 즉시 떠나야 했다.
모리스는 새틴 웨딩 드레스를 입었고, 어산지는 자신의 조상의 뿌리인 스코틀랜드의 전통복 킬트를 입었다. 이 웨딩드레스와 예복은 어산지 석방 운동을 벌여온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제공한 것이다. 웨스트우드는 신부의 면사포에 ‘용맹하고, 꺾이지 않고, 영원한 사랑’이라는 글을 새겨넣었다.
웨스트우드는 ‘나에게 어산지는 순수한 영혼을 가진 자유를 위해 싸우는 투사이다”라고 말했다.
교도소 밖에서 모리스는 웨딩 케이크를 자르고, 모여 있던 지지자들과 취재진에게 “매우 행복하면서 매우 슬프다. 나는 진심으로 줄리안을 사랑한다. 그가 지금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한 모리스는 “우리는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일을 겪고 있다. 우리 두 사람의 사랑이 이 상황과 앞으로 닥칠 일들을 헤쳐나가게 해 줄 것이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경이롭고 훌륭한 사람이며, 석방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어산지는 미국으로의 송환이 가능하다는 판결에 맞선 영국 대법원으로의 상고가 거절되면서 좌절하게 됐지만, 아직 상고 승인의 기회는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위키리크스한국 = 최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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