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가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처장의 거취를 거론했지만 김 처장은 “중도 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는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공수처와 간담회를 열고,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이 매우 미흡해 국민적 신뢰가 바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수처는 이같은 인수위 지적에 대체로 공감했지만, 윤석열 당선인이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공수처법 24조'에 대해서만큼은 "존립의 근거"라며 개정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
인수위는 공수처법 24조에 규정된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조항은 공수처와 다른 수사기관이 중복 수사를 할 경우, 공수처가 사건 이첩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조항이다. 공수처에 수사 우선권을 부여해 정치적 중립을 의심받아 온 검경보다 엄정한 수사를 하라는 취지다.
윤 당선인은 이를 공수처에 우월적·독점적 지위를 부여하는 '독소조항'으로 보고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앞서 김 공수처장은 지난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연루 의혹을 받으며 피의자 신분이 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관용차로 모셔 '황제영접조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이에 검찰 출신인 김종민 변호사는 "공수처의 존재 이유와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작년 4월 페이스북을 통해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대한민국의 근본이 무너지는 현상을 도처에서 목격하고 있지만 중요 피의자에 대한 황제 영접 수사까지 하는 공수처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인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인수위는 24조 제1항 공수처장의 사건 이첩 요청권은 공수처장의 자의적 행사가 우려되고, 제2항의 공수처의 통보 및 수사 개시 여부 회신 조항 역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통보기한이 제대로 준수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24조 때문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핑퐁수사, 지연수사된 부작용이 있었다는 것, 그런 차원에서 법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인수위와 법무부, 검찰, 경찰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우려를 들어 "김진욱 공수처장에 대한 거취에 대해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겠냐는 국민적 여론이 있다"고 말했다.
인수위 측은 거취 압박이 아닌 여론을 전한 것뿐이라는 입장이나, 공수처의 정치 중립성·독립성·공정성의 미흡을 두고 사실상 김 처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공수처는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김 처장은 직을 버리는 것이 아닌 법으로 보장된 2024년 1월까지 남은 임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김 처장은 지난 16일 공수처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초대 처장으로서 우리 처가 온전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끝까지 제 소임을 다하겠다"며 2024년 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위키리크스한국=이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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