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FOCUS] 건설사 ‘컨소시엄 시공’ 흥행에도 재건축‧재개발조합 ‘외면’ 속사정
[건설FOCUS] 건설사 ‘컨소시엄 시공’ 흥행에도 재건축‧재개발조합 ‘외면’ 속사정
  • 김주경 기자
  • 승인 2022.04.14 14:02
  • 수정 2022.04.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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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컨소시엄’ 아파트, 작년 평균 경쟁률 30대 1…일부 단지 수백대 일 경쟁률
최근 재건축 단지 대다수 ‘컨소시엄 시공’ 반발…수도권 지역, 아예 ‘찬 밥’ 신세
재건축·재개발조합, ‘공동 컨소시엄’ 금지…유리한 조건 요구하기 어려워 ‘불리’
공동 컨소시엄 아파트, 품질 저하 우려…하자 보수 책임 묻고자 ‘단독’ 시공 선호
건설업계, 당분간 ‘컨소시엄 시공’ 계속될 듯…“건설 경기악화·사업안정성 반영”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시공사업단은 오는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예고하자 조합은 계약해지하겠다며 초강수 대응으로 응수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싸고 시공사업단은 오는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예고하자 조합은 계약해지하겠다며 초강수 대응으로 응수하는 등 양측의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도 대형건설사를 중심으로 주택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여러 곳의 건설사가 참여해 공동 시공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짓는 아파트가 청약시장 흥행 보증 수표로 자리매김한 것이 눈에 띈다. 공동 컨소시엄 아파트는 대기업의 시공 능력을 입증할 수 있는 데다가 특화 설계 등 브랜드 가치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이다. 특히 지방에서는 1군 건설사 브랜드를 다는 것 자체만으로 아파트 가격이 훌쩍 상승할 정도로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도 반영됐다.

반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는 컨소시엄 입찰을 반대하는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정비 사업장 곳곳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면 아파트에 하자 문제 발생하면 대응이 어려워지는 데다 고급 아파트 브랜드 유치가 어렵다는 점을 내세워 시공사 입찰 관련 규정에 '컨소시엄 금지' 조항까지 명문화하는 곳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와 올해 초 청약을 진행한 컨소시업 단지에 대한 성적표부터 보자. 1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대형건설사와 지역건설사 컨소시엄이 공동 참여한 재건축 단지 대부분 청약경쟁률은 평균 30대 1로 1순위 마감했다.  특히  지난해 전국에서 2곳 이상 참여한 건설사에서 분양한 아파트는 31곳에 이르렀으며, 이 가운데 27곳은 청약 1순위로 마감됐다.

경기도 안양 ‘안양푸르지오 더샵’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경기도 안양 ‘안양푸르지오 더샵’ 조감도. [사진=대우건설]

특히 수도권의 경우 올해는 대우건설과 포스코건설이 공동 시공한 ‘안양역 푸르지오 더샵’은 지난달 마지막 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9.26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조기 완판됐다. 특별공급 청약에서는 356가구 모집에 7299건이 접수돼 경쟁률 평균이 20.5대 1이었다.

지난해에는 8월 청약을 진행한 인천 계양 ‘힐스테이트 자이 계양(2371가구 규모)’은 현대건설과 GS건설 컨소시엄 아파트로 408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만36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49.1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해 9월 금호건설 컨소시엄(금호건설‧GS건설‧대지건설) 꾸려 일반분양한 ‘강서 금호어울림 퍼스티어’는 평균 경쟁률 24대 1을 기록하며, 1순위로 청약을 마감했다.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짓는 서울 첫 민간 브랜드 신혼희망타운이다.

같은 달 GS건설·태영건설·한신공영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짓는 ‘세종 자이 더 시티는 일반분양 물량 1106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22만843건이 접수돼 1순위 평균 199.6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조감도. [사진=GS건설]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 조감도. [사진=HDC현대산업개발]

올해도 컨소시엄 단지가 꾸준히 공급될 전망이다. 부동산R114가 지난 3월 초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분양하는 컨소시엄 단지는 총 44곳(9만1131가구‧부동산114)에 달한다. 이 중 약 80%인 35개 단지가 1000가구 이상의 대단지다.

대표적인 곳은 오는 4월 분양을 앞둔 이문3구역이다. 이문3구역은 서울 강북권을 대표하는 재개발 사업이며, GS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4321가구 규모 대단지로 짓는다. 

광명1R구역은 오는 6월 3585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해당 구역은 해당 사업부지 면적이 16만 3004㎡로 광명뉴타운에서 11R구역(4367가구) 다음으로 물량이 많다. GS건설, 포스코건설, 한화건설이 공동 컨소시엄을 꾸려 사업에 참여한다.

반면 서울 강동구 둔촌동 일대 해 서울 강동구 ‘둔촌올림픽파크에비뉴포레’(둔촌주공 재건축 1단지‧1만2032가구) 역시 오는 6월 일반분양을 앞뒀으나 시공사업단(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롯데건설·대우건설 등)과 갈등으로 인한 때 아닌 암초를 만나면서 일반분양도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2개 이상 건설사가 시공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큼 사업 규모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만큼 컨소시엄 단지를 만든다는 것 자체로 상징성이 크다”며 “게다가 브랜드 인지도에 따른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프리미엄 혜택까지 함께 누릴 수 있어 컨소시엄 단지를 선호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 전경.[사진=연합뉴스]

공동 컨소시엄에 관심이 쏠린 것은 지난 2007~2008년 완공된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을 재건축한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로부터 시작됐다. 이 단지는 준공 15년 만에 분양가(6억 5000만원) 대비 3배 이상 훌쩍 뛰는 등 서울 송파구를 대표하는 '랜드마크' 단지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최근 들어 규모가 큰 재건축 단지 대다수 최근 공동 컨소시엄에 대한 관심도가 꺾이는 분위기다. 공동 컨소시엄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울지역 재개발 최대어로 손꼽히는 재건축·재개발을 앞둔 정비사업장에서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정비 업계에 따르면 노량진8구역 재개발 조합, 미아3구역과 흑석9·11구역, 한남3구역, 마천4구역, 신반포18차 337동 재건축조합, 등은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특화 설계 어려움, 시공과정에서 건설사 책임 소재 불명확 등을 이유로 공동 컨소시엄에 부정적 의견을 내세워 '공동도급 불가(컨소시엄 금지)'를 아예 명문화했다.

지난 2020년 하반기 신반포21차 재건축, 방배삼익아파트 재건축, 신용산역북측 제2구역 재개발 등에서도 입찰 자격에 ‘2개사 이상 공동도급 불가’, ‘업체 간 공동참여(컨소시엄) 불가’, ‘공동도급 불가’를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재개발 조합은 컨소시엄 형식으로 입찰하면 건설사 간 경쟁이 제대로 붙지 않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건설사가 개별적으로 입찰하면 사업 수주를 위해 앞다퉈 더 좋은 조건을 내놓는 반면, 컨소시엄으로 입찰하면 조합원들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노량진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포스코건설이 제안한 노량진3구역 재개발 조감도. [사진=포스코건설]

지난해 12월 노량진3구역은 순항하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며 잡음이 일었다.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에 '컨소시엄 금지' 조항이 빠진 데 대해 항의가 나온 것이다.

정비사업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GS건설과 포스코건설이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생겨나면서 일부 조합원이 불만을 거세게 표출한 것. 일부 조합원들은 컨소시엄 형태의 입찰을 강행하면 시공사 선정 총회에 불참할 가능성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23일 1차 입찰에서 해당 구역 수주를 위해 오랫동안 공들여왔던 GS건설은 시공사 입찰에서 돌연 발을 빼면서 컨소시엄을 통한 공동시공은 불발된 바 있다.

총사업비가 1조500억원에 달하는 '신림1구역' 재개발도 컨소시엄 입찰 문제로 조합원 내부에서 수차례 진통을 겪었다. 지난 9월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GS건설 컨소시엄(GS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을 꾸려 두 차례 단독 입찰했으나, 일부 조합원이 반발하면서 내홍을 겪은 것이다. 이에 GS건설 컨소시엄은 단일 브랜드 선택권, 단일 시공 등 컨소시엄 방식의 보완책을 조합에 제시했으며, 조합원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서 ‘GS건설 컨소시엄’이 참석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건설사들은 시공권을 확보하고자 경쟁사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그만이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여러 건설사들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하면 좋은 조건을 요구하기가 더 어려워져 조합 입장에서는 불리하다. 물론 건설사마다 브랜드를 앞세워 특화 설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컨소시엄 특성 상 특화 설계를 적용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러한 이유로 조합 내부에서는 컨소시엄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이 외 여러 건설사가 참여해 시공하면 책임이 분산돼 아파트 품질이 낮아진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실제로 공동 컨소시엄으로 시공사를 선정해 갈등으로 번진 사례가 있다는 점도 수분양자들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요소다.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와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이 대표적이다.

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이 공동시공한 고덕그라시움. [사진=연합뉴스]
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이 공동시공한 고덕그라시움. [사진=연합뉴스]

특히 SK건설·대우건설·현대건설이 공동시공한 고덕그라시움은 지난 2019년 10월 입주를 앞두고 시공사가 서로 하자보수 책임을 미룬 데다 공용 엘리베이터 설치문제로 입주민들과 마찰을 빚었다.

서울 강동구 고덕그라시움 내 한 입주자도 “시공사 입찰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내건 약속과 달리 낮은 자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시설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시공에 참여한시공사들은 변명만 늘어놓을 뿐 서로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러한 이유로 공동 컨소시엄은 건설사끼리 대립하거나 사업 인허가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길 공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일 시공에 비해 관리 인력이 중복투입 돼 공사비가 늘어날 우려도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수도권 추세를 보면 공동 컨소시엄보다는 단독으로 공사를 추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입주민 입장에서도 단독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것이 건설사에 아파트 하자 보수 책임을 확실하게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독시공이 훨씬 더 메리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방은 공동 컨소시엄을 통한 아파트 시공이 여전히 활기를 띄지만 일부 중견 건설사들이 최근 시공능력이 약화된 측면이 있어 아파트 가치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단일 시공사와 공동 시공사를 정할지는 전적으로 조합이 판단할 문제이며, 책임 시공만 놓고 봤을 때는 단일 시공사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들이 컨소시엄을 통해 수주 비용을 아꼈으면 명품 아파트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책임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공동 시공인 경우엔 그렇지 못한 경우도 빈번하다”고 설명했다.

우미건설-신동아건설 컨소시엄이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하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 아파트 투시도 [출처=우미건설 컨소]
우미건설-신동아건설 컨소시엄이 경기 과천시 지식정보타운에서 분양하는 '과천 지식정보타운 린 파밀리에' 아파트 투시도 [출처=우미건설 컨소]

다만 일각에서는 공동 컨소시엄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건설사들이 공동으로 시공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단지 규모가 크고, 사업 안정성이 보장돼 수요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익명을 원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 공사도 대내외 안팎으로 건설경기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에는 섣부르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수주가 아직은 활발하지 않은 데다가 사이드카 발동, 국제 유가 급등, 원재값 폭등 등 건설경기가 지금처럼 악화될 경우 자재 공급 불안 등을 우려해 단일 시공보다는 공동 컨소시엄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한 경우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독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과다한 사업비 출혈로 조합 부담이 커질 수 있어 규모가 큰 사업장이나 사업비 부담이 우려되는 사업장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라도 컨소시엄 방식이 나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위키리크스한국=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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